스키타이(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은 시베리아을 중심으로 해서 서쪽으로는 흑해 및 그 인근까지 동쪽으로는 몽골과 중국 동북지역의 일부지역까지 그 흔적이 확인된다. 스키타이 3요소라고 불리는 특징이 이들 지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인데 그 지역에 따라서 스키타이 3요소의 양상은 다르다. 각 지역의 문화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스키타이 문화가 주체가 아닐 수도 있다.
어찌되었던 스키타이 3요소 중에 동물장식은 주로 맹수나 맹금류 굽동물이 주를 이룬다. 또 이들을 합성시킨 알 수 없는 동물들도 발견된다. 그 중에서 매우 애매한 존재가 멧돼지인데 뿔을 가진 굽동물과는 달리 잡식성이기 때문이다.
동물장식은 전신이 모두 표현되는 경우와 동물의 머리만 표현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맹수와 맹금류의 머리가 다양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흑해 북안의 우크라이나 삼림초원에서는 멧돼지도 머리만 달린 것이 발견된다. 전신형 멧돼지 장식이 주로 시베리아에서 먼저 발견되는 것과는 달리 머리만 붙은 것은 흑해지역에서 기원전 5세기경에 나타난다. 전신형은 흑해 부근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림 1. 흑해 남쪽의 케르치 해협에 위치한 님프 쿠르간, 기원전 5세기, 청동판
그림 2. 흑해 북안의 세미브라티예프 유적의 쿠르간, 기원전 5세기, 청동판
멧돼지의 이중적인 먹이 습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고 두려워한다.
스키타이 동물장식을 연구한 페레보드치코바는 이란의 성서인 아베스타를 인용하면서, 멧돼지의 이중성을 스키타이 문화에서도 적용했다. 아베스타에서 멧돼지는 굽동물이면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맹수로서 이중적이라고 묘사되었고 고대인의 생각체계에서도 멧돼지를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않는 동물로 생각했다. 그래서 페레보드치코바는 멧돼지를 굽동물(하계)과 맹수(상계)의 중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해발 1200m가량 되는 알타이의 바샤다르 유적에서는 멧돼지 장식이 발견되지만 더 이상 높은 유적에서 멧돼지는 발견되지 않는다.
아마도 멧돼지 머리만 표현된 것은 멧돼지의 무서움만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침 기원전 5세기경에 이 지역에서는 인간형상물도 부적으로 사용되던 시기 이기 때문(김재윤 2021)에 특정 동물문양도 비슷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
참고문헌
Артамонов М.И. 1966 : Сокровища скифских курганов в собрании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Эрмитажа. Прага — Л.: Артия, Советский художник. 1966. 120 с (아르타모노프 1966, 에르미타주 소장 스키타이 무덤의 보물)
페레보드치코바 1994, Е.В. Переводчикова 1994, Язык звериных образов. Очерки искусства евразийских степей скифской эпохи(페레보드치코바 1994, 언어로서의 동물문양장식)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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