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잔-2호의 남녀주인공 모자 장식은 사슴(그림 1, 2)과 말로 장식되어 있다. 그 중에서 남녀 모두 정수리 부분에 사슴을 장식하고 있다. 그 사슴의 자세는 ‘서 있는’ 자세이다.
그림 1. 아르잔-2호 남성 주인공 모자장식
그림 2. 아르잔-2호 여성 주인공 모자장식
두 남녀 주인공의 모자 장식에 있는 사슴의 의미가 무엇일까?
아직 확실치 않은(심증은 있지만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서 있는 자세의 사슴은 아르잔-2호에서 나온 석판에서도 암각화로 만날 수 있다.
고고학적인 자료로 말 할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서 있는 사슴장식은 기원전 7세기 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의 영역인 흑해부근의 자료들과 비교할 수 있다. 동유럽의 자료인 켈레르메스 유적의 사슴장식은 다리를 배 쪽으로 접어 넣은 앉아 있는 모습이다. 뿔은 한 방향으로 구름처럼 표현된 것은 같아 보이지만 엄밀하게는 양 지역에도 차이가 있다.
페레보드치코바가 스키타이 문화권의 동(중앙아시아, 남부시베리아~몽골)과 서(볼가 강~드네프르강 등 동유럽)에서 동물장식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특징을 아르잔-2호가 발굴되기 전에 이미 알아챘다. 아마도 1970년대 발굴된 아르잔-1호에서 서 있는 사슴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잔-1호의 사슴장식은 모자장식이나 단독의 유물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 사슴돌에 새겨져서 확인되었다.
그림 3. 켈레르메스 유적의 사슴장식
그림 4. 기원전 9세기 아르잔-1호의 사슴돌
아르잔-1호의 사슴돌은 청동기시대의 것을 재사용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서 있는 사슴 자세가 스키타이 문양일 것이라는 논의는 부족했다. 시베리아 청동기시대 사슴문양으로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잔-2호에서 발견된 모자장식과 암각화는 서 있는 사슴문양이 기원전 7세기 스키타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아르잔-1호의 사슴돌도 스키타이 사슴돌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르잔-2호가 발굴되지 않았다면, 서 있는 사슴자세의 사슴문양은 시베리아 청동기시대 사슴문양으로만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시베리아 청동기시대 사슴돌 전통이 후대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김재윤 2023). 물론 이 사실은 아르잔-2호 발굴되기 전에도 이미 페레보드치코바를 비롯한 동물문양 연구자들이 모두 지적하고 있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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