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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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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의 추야 강의 계곡을 따라서 무수히 존재하는 무덤 중에서 쿠바레프는 ‘울란드리크’ 유적을 조사했다. 이 명칭으로 불리는 유적은 찾은 순서에 따라서 번호를 붙였다. 그 중에서 울란드리크-1 유적에서는 물싸리 꽃이 실제로 매장된 것이 분석되었다. 물싸리 꽃은 늦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이때 무덤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투르크 전통에 ‘절벽 위에 노란 꽃이 피었을 때, 죽은 사람을 매장한다’는 어록이 전해진다. 아시다시피 알타이의 무덤은 늦봄이나 늦가을에 축조되지만. 그 중에서 많은 무덤은 특히 늦 봄에 집중해서 무덤을 축조했을 것으로 폴로스막은 생각했다. (아크 알라하-3유적을 발굴조사한 연구자).

 

꽃이 활짝 핀 물싸리 줄기는 약초로 사용된다고 한다. 또 이미 포스팅한 바와 같이 물싸리 꽃이 의미하는 바는 부활을 상징한다. 물싸리꽃은 '쿠릴차' 라고도 불리는데 시베리아 서부의 산악지대에서 주로 바위절벽, 산악의 계곡에서 자란다. 장 안에 박테리아가 번식하는 것을 막아주고 신진대사를 정상화 하는 작용이 있다고 전해진다.

 

또 알타이의 기원전 5세기 유적에서는 '고수씨앗'이 발견된 바 있다. 해발 2500m에서 발견된 아크 알라하-3 유적의 여성미라와 함께 부장된 석제 그릇에는 담긴 채 였다. 파지리크 유적의 2호와 5호에서도 고수씨앗이 발견되었다.

 

그림 1. 아크 알라하-3 유적의 석제 그릇과 고수풀

 

알타이에서 발견된 고수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것으로 진귀한 풀로 한정된 사람들만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루덴코 1953). 실제로 파지리크 유적 2호에서는 향을 맡기 위한 도구(청동솥과 천막)등이 그대로 출토되어서 향을 맡는 의식 혹은 향을 맡는 치료 등은 있었다.

고수씨앗을 이용하는 이유는 향을 맡고 신과 접신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치료 혹은 시신 부패 냄새를 없애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현존하는 시베리아와 극동의 소수민족들은 치료의 목적으로 여러 향기나는 풀을 사용한다. 

 

 

 

김재윤의 고고학 강좌

posted by 김재윤23

 

 

 

오늘은 5월에 출판된 필자의 책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은 서문(프롤로그)에 적은 글이고, 책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필자의 관심사 등을 간단하게 적어 두었다. 웬지는 모르겠는데 매우 어색하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문구가 있는데 '모든 책은 운명이 있다'.

 

1. ‘교과서 밖의 역사’의 시작은

 

어느 날 필자를 찾아온 검색어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2년 넘게 운영하고 있었고,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이었다. 스키타이 문화에 대한 강의는 몇 년 째 했지만 둘을 연결할 생각은 못했는데, 검색어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 복원’이라는 검색어가 어느 날 집중되었고, 유라시아의 고대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몇 년 째 모아오고 있는 대학교 강의 자료를 블로그에 풀기 시작했다.

유라시아 초원의 역사는 우리가 배웠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내용이고, 독자들에게도 거대한 공백과 같다고 여겨질 것이다. 특히 분단된 한국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이미 유라시아 초원의 역사와 문화는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주제로 연구되고 있는데, 아직도 기초자료에 대한 정보는 역부족이다. 필자는 ‘인간형상물’과 그 출토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서 미약하지만 앞으로 여러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블로그에 글을 적으면서 전달을 쉽게 하기 위해서 풀어적으니 내용이 자세해 져서 독자에 따라서는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유물에 대한 설명을 보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것이라고 믿는다. 연구자와 일반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와 여신상

 

필자는 선사시대 유적에 부장되는 인간형상물에 대해서 매우 관심이 커서 유학 당시부터 그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시작은 아무르강 하류의 극동전신상토우(김재윤 2008) 였지만 중국동북지방(김재윤 2019b)부터 최근에는 시베리아(김재윤 2019 a, 김재윤2021)와 흑해(김재윤 2019a)까지 넓히고 있다.

인류사 전체에 있어서 인간형상물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은 후기구석기시대 흑해와 시베리아 지역이다. 시베리아에서는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 오쿠네보 문화까지 인간형상물이 이어지다가 초기 철기시대 스키타이 문화의 동부지역에서는 인간 스스로 형상물이 된 미라가 이를 대체했다고 생각한다. 5장에서 설명하겠지만 미라를 연구한 학자들은 시신을 미라 처리하는 이유를 ‘부활’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으로 해석한다. 때문에 그 이전 시대 무덤에 부장된 인간형상물도 부활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오랫동안 전통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유라시아 초원 문화의 상징물로 볼 수 있다.

스키타이 서부 지역인 흑해에서는 미라를 대신해서 여신상이 유물에 표현된다. 기원전 7세기부터 켈레르메스 유적의 거울부터 기원전 5~4세기 귀걸이, 장신구, 등에서 여신상이 발견된다. 스키타이 동부 지역에서 미라가 발견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후기구석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비너스상 전통이 연속된다고도 볼 수 있다.

 

3. 글의 전개과정

이 책에서는 ‘스키타이’ 문화라고 명명했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문화권을 잇는 스키타이 3요소 가운데서 가장 특징적인 동물양식을 ‘스키타이 동물양식’이라고 부른다. 가뜩이나 어려운 러시아 지역명이 많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서 간략하게 스키타이 문화권으로 이 책에서는 설명하고자 한다. 실제로 이 책에 다루고 있는 아르잔-1호(그랴즈노프 1980, 스미르노프 2012)나 아르잔-2호(추구노프 외 2017)를 다룬 책이나 논문에서도 ‘스키타이’라고 간략하게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참고로 했다.

미라는 스키타이 문화권 내에서 알타이에 위치한 파지리크 문화의 유적에서만 출토된다. 지리크 문화의 유적 가운데 아크 알라하-3 유적은 이미 국내에 번역서(N.A.폴로스막(강인욱 역) 2016)가 있다. 그러나 파지리크 유적에 대한 소개는 자세하게 없어서 필요한 부분이다. 알타이와 인접한 중국 신강성에서도 미라는 발견되지만 중국 자료는 러시아 자료에 비해서 이미 잘 알려져 있기에 이에 대해서는 제외했다.

이와 함께 스키타이 문화권의 기원지로 일컬어지는 아르잔-1호와 인접한 아르잔-2호 유적도 포함된다. 최근에 발굴되어서 도굴되지 않은 유적으로써 아르잔-1호와 다른 아르잔-2호의 무덤 구조는 파지리크 문화와도 일정정도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아르잔-1호는 그랴즈노프(1980)의 책과 아르잔-2호는 종합보고서 성격의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2017)를 참고로 했다. 파지리크 문화의 유적인 바샤다르 유적과 투엑타 및 파지리크 유적은 루덴코(1953, 1960)과 그랴즈노프(1950)의 책이 주요 원천이다.

 

아크 알라하-3유적은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하면서 가장 완성도 높은 미라가 출토된 유적이다. 필자가 촬영한 사진을 위주로 정리하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경희대학교 강인욱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폴로스막(2016)의 저서를 참고로 할 수 있다.

그래서 스키타이 문화권의 동부라고 명명된 III절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그랴즈노프(1980), 추구노프 외(2017), 루덴코(1953, 1960), 폴로스막(2001, 2016)의 책을 정리하고 필자의 의견을 붙인 것이다. 각 소절의 마지막에 참고문헌을 표기해 두었다.

아시다시피 스키타이 문화권은 매우 넓은 지역에 다양한 문화가 알려져 있지만 스키타이 문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은 흑해이다. 1859년 제국고고학위원회가 설치 되기 전부터 발굴되기 시작했으며, 원래 스키타이 문화를 협의의 개념으로 이해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지역에 관심을 두었던 이유는 미라가 출토되지 않지만,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어떤 지역보다 인간형상물이 많이 출토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베리아와 함께 후기구석기시대부터 ‘비너스상’이 출토되기 시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지역에서 스키타이 문화에서도 인간형상물이 많이 출토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스키타이 문화의 기원지인 시베리아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의 문화적 공통성이 나타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적과 유물을 살펴볼 수 밖에 없었고, 학교 강의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서 그 자료를 공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흑해지역의 무덤은 평지에 높은 봉분이 있는 외형으로 인해서 쉽게 눈에 띄어서, 고고학이란 학문이 자리를 잡기 전부터 도굴이 성행했다. 그래서 아르잔-2호 유적과 같은 수많은 정보를 알기가 힘들어서 가장 이른 유적으로 일컬어지는 켈레르메스 유적, 멜구노프 유적, 코스트롬스카야 유적 위주로 설명했다. 기원전 5세기 이후는 인간형상물이 발견된 유적을 중심으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시베리아 유적은 20세기에 발굴되어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지역의 자료19세기 이전부터 연구되기 시작해서 여러 사람에 의해서 출판되는 경우가 많았고, 정보의 내용도 흡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 점이 많다.

심리적으로 섬나라인 한국에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먼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독립운동을 했던 만주지역의 가장 끝인 대흥안령만 넘어 가면 바로 유라시아 초원이다.

 

끝으로 파랑새처럼 검색어로 나의 블로그에 찾아온 네티즌과 자신이 아는 바를 블로그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라고 권유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2017년 이후는 필자가 매우힘들었는데, 바빠지고 정신없이 살면서 삶의 원동력을 찾았다. 책으로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 또 이 책을 엮는데 고생을 한 부산대학교 박사과정의 강나리 학생에게도 감사를 표시한다. 러시아로 가는 길을 열어 주신 경희대학교 강인욱 선생님께도 감사를 표시한다.

 

 

 

 

참고문헌

 

김재윤 2021,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초원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와 여신상, 진인진

 

김재윤

posted by 김재윤23

 

필자는 선사시대 유적에 부장되는 인간형상물에 대해서 매우 관심이 커서 유학 당시부터 그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시작은 아무르강 하류의 극동전신상토우(김재윤 2008) 였지만 중국동북지방(김재윤 2019b)부터 최근에는 시베리아(김재윤 2019 a, 김재윤2021)와 흑해(김재윤 2019a)까지 넓히고 있다.

인류사 전체에 있어서 인간형상물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은 후기구석기시대 흑해와 시베리아 지역이다. 시베리아에서는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 오쿠네보 문화까지 인간형상물이 이어지다가 초기 철기시대 스키타이 문화의 동부지역에서는 인간 스스로 형상물이된 미라가 이를 대체했다고 생각한다. 미라를 연구한 학자들은 시신을 미라 처리하는 이유를 ‘부활’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으로 해석한다.  때문에 그 이전 시대무덤에 부장된 인간형상물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전통이 이어진다는점에서 유라시아 초원 문화의 상징물로 볼 수 있다.

스키타이 서부 지역인 흑해에서는 미라를 대신해서 여신상이 유물에 표현된다. 기원전 7세기부터 켈레르메스 유적의 거울부터 기원전 5~4세기 귀걸이, 장신구, 등에서 여신상이 발견된다. 스키타이 동부 지역에서 미라가 발견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후기구석기시대부터 이어져 온 비너스상 전통이 연속된다고도 볼 수 있다.-프로로그 중에서-

 

 

교과서 밖의 역사의 시작은..

어느 날 필자를 찾아온 검색어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2년 넘게 운영하고 있었고,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이었다. 스키타이 문화에 대한 강의는 몇 년 째 했지만 둘을 연결할 생각은 못했는데, 검색어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 복원’이라는 검색어가 어느 날 블로그에 집중되었고, 유라시아의 고대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몇 년 째 모아오고 있는 대학교 강의 자료를 블로그에 풀기 시작했다.

이미 유라시아 초원의 역사와 문화는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주제로 연구되고 있는데, 아직도 기초자료에 대한 정보는 역부족이다. 필자는 ‘인간형상물’과 그 출토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서 미약하지만 앞으로 여러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프로로그 중에서-

 

위의 내용은 필자의 새로운 책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초원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와 여신상』에 포함된 것이다.

제목은 여성상으로 국한되었지만, 스키타이 문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베리아 유적 및 알타이 미라가 출토되는 유적과 흑해 여성상들의 출토지(무덤)와 함께 부장된 유물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이제 인쇄만 남았다.

 

 

 

 

 

참고문헌

 

김재윤 2021,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초원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와 여신상』, 진인진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2500년 전,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우코크 고원에서도 아크 알라하 3유적 중에서 1호분에 묻힌 여성은 25~30세 혹은 조금 더 정확하게 28세에 생을 마감했다.  이제 까지 시베리아 알타이의 ‘얼음공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그녀의 직업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필요한 것은 대부분 했지만 빠진 유물이 있는데 거울과 목걸이이다.

 

러시아학자들은 그녀가 소지했던 유물 가운데서 거울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반무사무덤에서도 출토되고, 더 좋은 소재로 정교하게 만든 유물이 나오는 유적도 있기 때문이다. 

얼음공주의 거울은 손잡이가 달린 목제 거울에 얼굴을 보는 면은 청동을 붙인 것이다. 거울의 이면에는 화려한 뿔이 있는 사슴이 조각되어 있다(그림2). 청동은 납과 주석을 합금한 것이고, 표면을 수은으로 코팅해서 반짝거렸다(그림1).

 

 

그림 1.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거울의 보는 면

 

그림 2.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거울의 뒷면, 필자촬영

 

그림 3.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거울 주머니, 펠트

 

그림 4.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말총달린 붓

 

유적을 발굴한 후 유물에 대한 연구를 했을 대 물리 화학전문가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 이 유적에서 출토된 금속유물을 분석한 결과, 알타이 산맥의 여러 곳에서 채취된 광물을 이용했다고 한다. 거울은 그녀의 왼쪽 다리 부근에서 펠트로 만든 주머니(그림 3)와 함께 발견되었다. 그 옆에는 말총으로 만든 검은색 털이 달린 붓도(그림4) 확인되었다. 끈은 이미 삭아서 없어졌지만, 대롱모양의 옥으로 끈을 잇고 그 가운데 말총을 붙인 것이다. 러시아 학자들은 화장도구로 생각한다.

 

거울과 정반대로 최상급이라고 하는 파지릭 유적의 2호분과 같은 유물이 출토된 것은 그녀의 목걸이다. 어제 필자가 포스팅 한 것에서 복원한 모습에서 동물장식을 부착한 목걸이를 눈여겨 보셨는지 모르겠다.

이 유물은 목제로 보이지만, 사실 그 위에 금박이 입혀져 있었다. 날개달린 표범장식인데, 그리핀이라고 할 수 있다. 8마리가 목을 들고 있다. 낱낱의 동물모양은 일종의 ‘2D’가 아니라 ‘3D’기법으로 조각된 것이다. 동물문양장식은 대부분 평평하게 평면이다. 그러나 이 유물은 그리핀이 목을 들게 해서 조각되었기 때문에 입체적인 유물이다(그림 5).

 

 

그림 5.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에서 출토된 목제 그리핀 목걸이. 실제로는 금박으로 씌워진 것이다. 필자촬영.

 

그림 6.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에서 출토된 목제 그리핀 목걸이, 그림 5와 동일유물, 필자촬영 

 

 

그녀의 살아생전 직업에 대해서는 이야기나 동화처럼 ‘공주’였다면 좀 더 많은 대중성이 확보되었겠지만, 러시아학자들은 실제로 그녀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샤먼’일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공주’라면은 좀 더 큰 무덤에서 좀 더 화려한 유물과 함께 주변에도 같은 급의 무덤이 여럿 있었을 것으로 러시아학자들은 생각한다. 스키타이 문화중에서 알타이에 위치한 파지릭문화의 특징과 비교해 볼 때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높은 계급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정교하게 복원되고 처리된 미라, 나무방, 통나무관 높은 머리장식이 붙은 가발, 실크제 블라우스, 목걸이 등을 설명할 수 없고, 최상급의 높은 계급이라고 하기에는 무덤도 작고, 부장된 유물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아이러니 한 무덤이다.

그녀도 살아생전에 그랬을까?

 

참고문헌

https://scfh.ru/papers/dvadtsat-let-spustya/

 폴로시막 2001, Полосьмак Н.В. Всадники Укока. —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пресс, 2001. — 336 с.(우코크의 말타는 전사들) 이 책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N.V.폴로스막 2016,『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이제까지 거의 20여일에 걸쳐서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 중에서도 우코크 고원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에서 출토된 여성미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얼음공주라고도 알려졌다. 그녀는 죽어서 매우 여행을 많이 했다. 93년에 발굴되어서, 95년에는 서울과 부산에도 다녀갔고, 미국 뉴욕 등 세계 곳곳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지금은 그녀가 묻힌 곳과 최대한 가까운 고르노 알타이 시의 박물관에 있다. 원주민들은 박물관과 분쟁 중이다.

필자는 생각해 보니 그녀와 2번 만났다. 95년 대학 1학년때 가을에 한 번, 2009년에 박사학위논문을 마무리하고 노보시베리스크의 아카뎀고로독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고고연구소의 전시실에서 그녀를 보았다.

 

스키타이 문화 중에서 알타이 산맥 부근에 위치한 파지릭 문화에서는 여성이 혼자 묻힌 경우는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이 처음이라고 한다. 파지릭 유적, 베렐 유적, 바샤다르 유적과같이 높은 계급의 무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여성이 배장된 경우는 대부분 남성과 함께이다. 투엑타 유적이라고 하는 무덤2호에서 단독 여성이 8마리의 말과 함께 확인되었는데, 너무 도굴이 심해서 여성 1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얼음공주는 혼자 단독으로 묻힌 유일한 여성미라다.

학자들이 두 무덤을 자주 비교하는데,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여성을 최상급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투엑타 유적의 2호분 때문이다. 이 무덤은 직경이 32m,높이가 2.6m인데, 아크 탈라하 3유적은 직경이 18m,높이가 0.57m이다. 무덤 크기의 차이는 동원인력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유목을 기반으로 한 생업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흩어져서 지내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것은 결국 힘의 차이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겨울이 되기 직전에 무덤을 만들어야 할 때는 겨울이 되기 전에 여름 목초지에 있던 사람이 겨울목초지로 이동하기 전에 모여야 한다. 여름이 되기 직전에 무덤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 보다 힘든데, 겨울목초지에서는 사람들이 더 분산되어서 지내기 때문이다(클라쉬토르니이, 술타노프 1992).

앞에서 스키타이 문화의 사람들이 봄과 가을에 무덤을 쓴다고 했는데, 영구동토대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아마 목초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모이게 하기 위해서도 한 몫 했을 꺼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무튼 그들은 죽는 것도 계획해서 죽었을 껏 같다. 나무도 태어나기 전부터 구해야 하고, 죽을 때도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시절을 택해야 했다니...

 

 

그런데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은 다른 파지릭문화의 고분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이 유적의 2호분과 3호분은 투르크시대의 무덤이기 때문에 기원후 7세기대의 무덤이다. 그녀는 무덤안에서도 혼자 있었지만, 그 주변에도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파지릭 문화의 고분은 대게 가족장으로 한 계곡에는 친족구성원(그림1)들이 열을 이루는 것과는 다른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것은 아니지만 민족지자료를 살펴보면 이런 식의 무덤은 대게 살아 생전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 차원의 사람이거나, 샤먼의 무덤일 가능성이 있다(노비크 1984).

 

그림1. 알타이 산맥의 파지릭 문화의 고분

 

그럼 이 여성의 신분을 알 수 있게 하는 유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청동거울, 여러 소재로 만든 그릇 등은 일반무사 계급에서도 출토된다. 문신도 특별하기는 하지만, 일반무사의 어깨에서도 문신이 새겨지는 점을 볼 때 그녀의 직업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러시아학자들은 말 6마리의 말 장식을 주목한다. 목제로 보이지만, 그 위에 금박을 입힌 것으로 일반무사의 무덤에서는 출토된 예가 없다. 대형 무덤방, 통나무관 및 통나무관에 부착된 아플리케 장식, 발삼처리 된 시신 등은 최상은 아니지만 보통의 계급도 아니다. 이외에도 그녀의 계급을 가장 잘 상징하는 것은 실크로 만든 여밈없는 블라우스 라고 한다. (위에 거론된 유물은 전부 앞의 포스팅에서 확인가능하다.)

이 여성의 무덤에서는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목제 쟁반 아래의 철제 칼은 고기를 자른 칼로 생각한다. 파지릭의 여성전자? 무덤은 아니다. 

 

 

그림 2.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 얼음공주 복원도. 머리장식에 새가 없어서,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머리장식은 앞의 포스팅을 참고시기 바란다. 

그림3. 얼음공주의 가발 장식 가운데 붉은 삼각형 머리위를 장식한 사슴모양장식(금박+목제). 실제 책에는 이에 관련한 내용은 자세히 적혀 있지 않았지만 필자가 촬영한 사진에서 찾았다. 뿔이 떨어진 흔적이 있다. 금박은 쉽게 벗겨져서 말을 장식한 마구에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필자촬영 

 

그림 4. 그림3과 같은 유물, 다른 방향에서 찍음

 

러시아학자들은 전문화된 특별한 재능(샤먼)을 가진 여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반문한다. 누가 알겠는가?

 

참고문헌

 

클라쉬토르니이, 술타노프 1992 Кляшторный С.Г., Султанов Т.И. Летопись трёх тысячелетий. Алма-Ата: Изд-во Казахстан — Петербург, 1992. 373 с.(클라쉬토르니이, 술타노프, 3000년의 연대기)

노비크 1984 Новик Е.С. Обряд и фольклор в сибирском шаманизме. М.: Наука, 1984. С. 294.(노비크 1984,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의식과 민속)

폴로시막 2001 폴로시막 2001, Полосьмак Н.В. Всадники Укока. —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пресс, 2001. — 336 с.(우코크의 말타는 전사들) 이 책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N.V.폴로스막 2016,『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