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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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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 09:22 스키타이 동물장식

유라시아 초원 철기시대 문화인 스키타이 문화는 흑해지역부터 시베리아 혹은 몽골의 서부까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동물장식, 무기, 마구 등에서 공통성이 보인다. 좀 더 서쪽인 중국 요서지역의 하가점상층문화의 북쪽 지대에서도 3요소가 보이기는 하는데 몽골의 서부지역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동물장식이 가장 보편적이면서 뚜렷한 특징인데, 몸을 말고 있는 원형 맹수장식은 확실히 기원전 9세기에 시베리아에서 나타나서 서부지역과 중앙아시아로 퍼져나간다. 그 시점은 기원전 7세기이다. 맹수장식의 변화도 시베리아에서 자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기원전 5세기경에는 뚜렷하게 외부에서 들어온 모습도 관찰된다. 파지리크 유적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다. 예를 들면 맹수가 피식자를 뒤에서 공격하는 동물투쟁문양이다. 알타이에서 발생된 동물투쟁문양은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지만 앗시리아 계통의 문양은 맹수가 약한 동물을 공격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아직 분명치 않은 점은 이것이 과연 앗시리아에서 직접적으로 들어온 문양일까 하는 의문이다.

 

기원전 7세기 흑해 주변(흑해 우안, 코카서스 북쪽)의 켈레르메스 유적에서 발견된 금제 그릇 중에서 앗시리아 수입품에서 이러한 문양이 관찰되며, 그 뒤로 스키타이 문화권에서도 제작되었다. 그런데 이 문양이 200년동안 이 지역에서 사용되면서 알타이에서도 제작사용되었다면 과연 이것을 앗시리아 문화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스마트폰을 최초로 만든 곳이 미국(IBM사이먼)이라고 해서 이를 응용 혹은 본따서 만든 삼성스마트폰의 주도권이 미국인가 하는 문제와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시베리아에서 외부 지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서부지역에서는 기원전 7세기경부터 흑해지역에서 전통적인 변형 동물장식 외에도 시베리아에서 온 원형맹수장식 뿐만 아니라 코카서스 산을 넘어 온 우라루투, 앗시리아 등지에서 수입한 변형동물들도 많다.

 

 

 

그런데 서부지역에서 유행하던 동물문양이 동부지역에서도 보이는 것이 있다. 이는 다리를 접고 앉아 있는 사슴장식인데, 사슴의 뿔이 매우 화려하고 도상학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 유물은 확실히 흑해지역에서 잘 만들어지고 같은 시기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동부지역에서 발견된다. 이 시기에 시베리아에서는 다리를 세운 사슴이 아르잔-2호에서 발견되고, 다리를 접은 사슴은 기원전 5세기경에나 시베리아의 미누신스크 분지에서 발견된다.

 

 

그림 1. 기원전 7세기, 흑해 코스트롬스카야 유적 사슴

 

그림 2. 기원전 7세기, 카자흐스탄 실릭티 유적의 사슴

그림 3. 기원전 5세기 타가르 문화(미누신스크 분지)의 사슴

 

 

시베리아에서는 전통적인(청동기시대부터 전해진) 사슴장식은 표현방법이 매우 다양하며 암각화와 사슴돌이라고 불리는 입석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몸통길이 만큼 길게 표현된 뿔을 달고 있는 사슴이 다리를 접어 넣어서 표현한 것은 흑해지역에서 먼저 표현되기 시작해서 동부지역까지 퍼졌다고 볼 수 있다. 흑해지역에서 이러한 사슴문양이 발견된 것은 기원전 7세기경이며, 같은 시기에 아르잔-2호에서 볼 수 있는 사슴문양은 다리를 세우고 등에 혹이 있는 문양이다.

 

그런데 그럼 흑해지역에서 나타난 사슴문양(그림1)은 어디서 온 것인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또 생긴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