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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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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상트페트르부르그 시에 위치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근현대 유명화가의 그림부터 시베리아의 구석기시대 유물까지 없는게 없어서 ‘박물관’이라는 뜻이 딱 맞는 곳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건물 자체가 표트르 때부터 사용되었던 겨울 궁전이다. 건물부터 내부에 든 유물까지 전부 인간이 남겨놓은 그 모든 것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유명한 그림들이 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지하까지 내려가면 고고유물이 있다. 지하에는 주로 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의 유물이 많다..‘많다’라는 말로 전달이 안된다. 너무 피곤하다. 너무 많아서...

 

그중에서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차르로 여겨지는 표트르 1세가 수집한 시베리아의 황금 유물 컬렉션은 가장 화려한 방에 배치되어 있다...(그래서 사진이 잘 안나온다..벽에다가 붉은색 카펫을 달아서 유물을 매달아 놓았는데....사진이 죄다 흔들린다..일부러 그런것일까 싶기도 하고...)

 

이 유물들이 시베리아의 어떤 곳에서 수집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풀려고 노력을 했고 하고 있으나, 모두가 동의하는 답은 없을 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밌기도 하다.

그 중에서 필자가 나무 아래서 세 사람이 쉬고 있는 장면을 소개한 주제가 있는 버클 장식을 소개한 바 있다. 바로 파지릭 유적 2호분에서 나온 머리장식과 이 버클에 표현된 여성의 머리장식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버클에는 잘 이해가 안되는 유물이 한 점 걸려 있다(그림 1).

바로 나무 아래에 걸려 있는 네모꼴? 혹은 타원형의 유물 때문이다. 필자가 여러 책을 뒤적거려도 여기에 대해서 해석을 해 놓은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림1. 에르미타주 소장, 표트르 1세 황금유물 컬렉션, 황금 버클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어쩌면 나무 밑에 걸려 있는 이 물건은 파지릭 2호분에서 출토된 일종의 악기인 하프 일 수도 있다.

 

 

 

그림 2. 파지릭 유적 2호분의 유물배치도

 

 

앞에서 파지릭 2호분 무덤 배치를 유심히 보신 분은 이미 이 유구에서 악기가 출토된다는 사살을 눈치 챈 분이 있었을 것이다. 2017년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는 이 유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루덴코가 파지릭 유적에 대한 단행본을 펴낼 때 이 유물은 이미 공개되었다.(그림 2)

나무로 만들어진 것인데 전체 길이는 83cm이고, 가장 자리는 11~12cm가량 넓고, 중간 부분은 너비가 3~4cm가량으로 좁아지는 형태로 길고 단단 나무 조각으로 중간에는 비어 있어 공진기 역할을 한다. 하프 바디의 아랫면은 거의 수평이지만 가운데는 오목하다. 가장 가운데 높이는 5cm밖에 되지 않는다. 몸의 중간 부분에는 길이 26cm로 된 소리판으로 덮여 있다. X모양의 공명 조리개가 가운데 길게 나 있다. 바디에서 뚫린 부분은 소리를 확장하기 위한 부분으로 얇은 가죽을 씌웠을 것이고, 그 부분은 바디에 붉은색으로 염색한 흔적이 남아 있다. 가죽막에는 3개의 원형 공명구멍이 있었고, 하나는 끝 부분에 다른 하나는 중간에 있었다. 얇은 나무 못으로 막을 악기의 바디에 고정시켰다. 바다의 한쪽에는 끈을 매기 위한 홀더가 있었는데 길이가 24cm가량이다. 몸통의 넓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부착된 돌출된 부위에 묶어서 사용했던 것이다. 남아 있는 줄의 수는 4개 이상이다.

 

 

그림 3. 파지릭 유적 2호분 출토, 현악기, 일종의 하프, 가죽막은 그림이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그림 1의 나무 밑에 걸려 있는 물건을 보면, 앉아 있는 여성 방향으로 튀어 나온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어쩌면 악기의 스트링 홀더가 아닐까? 이런 악기를 그냥 들고 다녔을 리는 없고, 아마 가죽 주머니 같은 곳에 넣고 다녔을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나무 밑에 걸려 있는 물건에는 세로 방향으로 긴 줄이 4~5줄 표현되어 있다.

 

황금벨트에 표현된 나무 아래의 물건은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는데, 화살과 활이 들어간 스키타이 고리트라고 불리는 유물이다. 고리트는 전사들의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무기이다. 쉬기 위해서 허리춤에 있던 무기를 풀러서 나무밑에 걸었다는 설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우코크 고원의 전사 무덤(아크 알라하 1)유적에서 이 유물에 대해서 살핀 바 있다. 하지만 고리트라고 하기에는 고리트에 씌운 고깔모자도 없다. 그리고 이 유물이 만약 고리트라면 벨트에 표현된 이 유물에서 여신방향으로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해석이 되지 않는다.

 

2020/02/12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아크 알라하 1유적] - 알타이 산의 스키타이 전사 2인의 활집과 평화

 

알타이 산의 스키타이 전사 2인의 활집과 평화

알타이 산의 우코크 고원에서도 아크 알라하 1유적의 1호분에는 16세 가량의 소년과 45~50세 가량의 남성이 함께 확인되었는데, 우리는 이미 소년과 장년기의 남성이 어떤 물건과 함께 부장되었는지 살펴 보았다...

eastsearoad.tistory.com

 

만약 내가 이 황금벨트를 디자인 한 사람이었더라도, 가장 중요한 소재인 나무 아래에 무기보다는 악기를 매달았을 것 같다. 휴식을 위한 주제를 선택했다면...

 

참고문헌

루덴코 1953 Руденко С.И. 1953 : Культура населения Горного Алтая в скифское время. М.-Л.: 1953. 402 с. (루덴코 1953, 스키타이 시대 알타이 산의 주민문화)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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