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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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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7. 09:22 스키타이 동물장식

 

기원전 5세기 알타이에서 발견된 무덤 가운데 가장 높은 곳 중에 한 곳인 베르흐 칼쥔 II유적의 3호분 남성전사는 문신이 오른쪽 어깨에 남아 있다. 2개로 추정되는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것을 머리가 지워진 말형 그리핀이다. 인접한 아크 알라하 3유적의 여성, 파지리크 유적의 2호, 5호 남녀 모두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등쪽에 남아 있는 날개의 흔적(그림 1)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남아 있는 미라의 문신 중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날개가 있는 동물표현은 없다.

 

합리적인 추론은 같은 시기의 남성무덤에서 발견된 동물문양 중에서 찾아 본다면 주로 투엑타 유적에서 발견되는 호랑이 얼굴 및 몸통에 독수리 날개가 붙은 그리핀(그림 2)일 수 있다. 또 다른 것은 파지리크 유적 2호에서 찾은 것인데 단순히 호랑이에게 독수리 날개만 붙은 것이 아니다. 얼굴은 독수리이고, 독수리 날개를 달고 있지만 몸통은 길게 늘인 것이고, 다리는 맹수의 다리이다(그림 3).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에 비해서 훨씬 더 복잡한 문양이다.

 이 그리핀의 날개표현(그림 3)이 문신의 날개 표현과 유사하다. 베르흐 칼쥔 II유적이 기원전 5세기 임을 고려한다면 단순한 호랑이 그리핀(그림 2) 보다 파지리크 유적 안장덮개의 그리핀(그림 3)이 연대로는 더 가까울 것이다.

 

그림 1. 베르흐 칼쥔 II유적 3호 남성

 

 

그림 2. 투엑타 유적의 호랑이형 그리핀

 

 

 

그림 3. 파지리크 유적의 안장덮개, 복잡한 그리핀

 

베르흐 칼쥔 II유적 3호남성은 문신을 새긴 사람들 중에 문신의 수가 작은 편이다. 파지리크 유적 2호 남성과는 대비된다. 이 남성의 좌측 가슴과 우측 무릎 아래에서 발견된 ‘심한동물문양’과 비교할 수 있다. 이 동물변형은 늑대머리를 달고 있었는데, 파지리크 유적의 안장덮개에 장식된 동물은 독수리 머리와 날개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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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재윤23
2021. 10. 16. 09:22 스키타이 동물장식

알타이의 파지리크 유적의 2호와 5호는 여러모로 닮았다. 2호가 심하게 도굴당해서 상태는 5호 보다 더 좋지 않았지만 무덤구조나 부장유물에서 같은 시기의 무덤으로 여겨진다.

특히 5호는 마차 및 벽에 걸어둔 거대한 캐노피 등으로 인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미라의 상태도 훨씬 양호하게 발견되었다. 처음 발굴되었을 당시에 5호의 남녀 미라에는 문신은 보이지 않았으나, 2004년에 적외선 촬영 과정에서 나타났다.

5호의 남성은 좌측어깨부터 등까지 커다란 호랑이가 문신으로 확인되었다. 처음에 이 유적의 2호 남성도 같은 문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제 밝힌 바와 같이 2호 남성의 좌측 가슴부터 등까지 그려진 동물은 심한변형동물로, 우측 무릎 아래서 발견된 동물과 같다.

5호 여성도 이제까지 발견된 미라의 문신문양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말형 그리핀은 발견되지 않고 손목에 호랑이와 표범이 사슴을 물어 뜯는 동물투쟁문양이 그려져 있어서 차별화 된다.

그렇다면 파지리크 유적 2호와 5호의 남녀는 완전히 서로 다른 문양의 문신을 그린 것일까?

그렇지도 않은 것이 파지리크 유적 2호의 남성 오른손의 엄지에는 수탉 문양이 있는데, 5호 남성의 왼손과 오른손 엄지손가락에서도 유사한 문양이 발견되었다. 닭의 머리모양은 다르지만 2호 여성의 왼손에도 발견된다. 또 파지리크 유적 5호의 남성 우측 손목에도 말과 함께 심한변형동물로 추정되는 그림이 발견되었다(그림 1-4). 머리가 지워졌지만, 뒷다리의 발톱과 꼬리 표현, 뿔 표현 등이 2호 남성의 가슴 그림과 유사하다. 이 남성의 엉덩이 부위에도 부정확한 문신이 남아 있어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모른다. 5호 남성의 다리에 산양이 열을 이루는 문양은 2호 남성에게도 있는 문양이다.

 

 

그림1. 손목 위의 문신

 

 

 

그림 2. 손 가락의 문신

 

 

 

종합하면 파지리크 5호 남성은 맹수 문신중에서는 호랑이와 심한변형동물장식을 모두 문신으로 그렸고, 2호 남성은 심한변형동물장식만을 그렸다. 2호 여성에게서 맹수장식은 알 수 없고 5호 여성에게는 손목위에서 발견되었다.

 

필자가 이것을 구분하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상징으로 여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새겨진 문신이 더 적당한 것인지, 보이는 유물이 적당한 것인지는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문신중에서 말형 그리핀은 표트르 1세의 동물투쟁문양에서 발견되는 요소도 찾았고, 심한변형동물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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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재윤23
2021. 10. 15. 09:25 스키타이 동물장식

 

시베리아 기원전 7~5세기에 발견되는 동물문양은 독수리, 호랑이, 말을 변형시킨 것이 주로 발견된다. 독수리를 기본으로 해서 호랑이의 여러 신체 부위를 결합한 것, 호랑이에 독수리 날개를 단 것 혹은 뿔을 붙인 것이다. 말은 머리가 특히 심하게 변형되었는데, 독수리의 얼굴에 사슴뿔을 단 것이다. 늑대 변형도 발견되는데, 주둥이가 길어지게 표현되었다.

 

그런데 변형된 늑대 머리를 단 동물 가운데 가장 필자의 눈을 끄는 문양은 파지리크 유적 2호분 남성의 다리문신이다. 이제까지 필자가 이를 빼먹고 있었는데, 그의 우측 무릎 아래에는 물고기, 산양, 심한동물변형 문신이 남아 있다.

동물변형 문신은 머리는 늑대의 주둥이를 길게 표현했고, 몸통을 길게 늘이고 있고, 머리에는 새머리가 달린 뿔이 달려 있고, 꼬리와 발톱은 호랑이와 같다(그림 2). 머리표현은 파지리크 유적에서 발견된 고삐 이음새에서 발견된 늑대장식과 비슷한 방법이다. 같은 문양이 남성의 좌측 가슴에서도 발견되었다(그림 3). 

이 동물변형은 이제까지 본 조합 중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의 조합을 이루고 있어서 이름 짓기도 힘들다.

 

그런데 왜 이 동물은 몸을 길게 늘이고 있으며, 휘어지게 그렸을까(그림 2)?

필자는 원형맹수장식에 주목한다. 원형맹수장식은 몸통을 길게 늘여서 엉덩이와 머리를 붙여서 고리모양으로 만든 것이다(그림 4). 이 문양은 시베리아에 철기시대에는 기원전 9세기(아르잔-1)에 처음 발견되었고, 기원전 7세기(아르잔-2)까지 사용되다가 기원전 5세기 유적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변형된 맹수장식이라는 점에서 원형맹수장식을 대신하기 위해서 몸을 길게 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림 1. 파지리크 유적 2호분 남성

그림 2. 파지리크 유적 2호 남성 우측 무릎 아래 문신

 

그림 3. 파지리크 유적 2호 남성 좌측 가슴문신

 

 

그림 4. 원형맹수장식을 주조하기 위해서 만든 밀랍모형

 

필자가 앞서서 아크 알라하-3유적의 여성미라 문신에서 긴 꼬리와 발톱이 있는 문양을 호랑이(그림 5-12)로 보았으나, 그 동물의 뿔 끝에는 새머리가 남아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는 파지리크 2호 남성 우측 무릎 아래의 심한동물변형(그림 2, 그림3) 문신과 더 유사하다.

 

그림 5. 파지리크 문화에서 발견된 미라의 문신

 

 

또 물고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을 그린 것인데, 대부분의 동물문양은 측면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고기 문양은 파지리크 유적 보다 이른 아르잔-2호 및 같은 시대의 아크 알라하 3유적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물론 용도는 다르다.

(산양이 열을 짓고 있는 모습은 같은 유적 5호 남성에게도 같은 위치에 남아 있었다.)

 

위에서 말한 '심한동물변형'은 아직 뭐라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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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재윤23
2021. 10. 14. 09:25 스키타이 동물장식

알타이의 스키타이 유적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합성되어 동물문양으로 사용되었다. 주체가 된 동물을 기준으로 독수리, 호랑이, 말의 변형이 있다.

독수리 변형은 날개를 편 상태인데, 호랑이의 귀와 다리가 표현된 것이다.

호랑이 변형은 호랑이가 날개를 달고 있는 단순한 형태와 머리까지 독수리 머리로 바뀌며,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이다. 호랑이 변형에는 표범도 포함된다. 나중에는 범 장식이라고 바뀌어야겠지만. 범은 호랑이와 표범을 통칭한 것이다.

말 변형은 가장 드라마틱한데, 몸통을 제외하고는 전부 변형되었다. 독수리 머리, 새 머리가 달린 사슴뿔이 장식되었다.

 

수많은 변형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것만 추린 것이어서 여전히 개운치 않다. 그 중에 하나가 맹수 중에서 많이 사용되는 늑대이다. 동물장식을 오랫동안 연구한 페레보드치코바는 동물 부위의 개개의 특징이 중요하다고 했다. 호랑이나 표범과는 달리 늑대는 주둥이가 길다. 파지리크 유적에서 출토되는 늑대 장식은 5호분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재갈멈치에 연결된 고삐 끼우개에 달려 있는 모습이다(그림 1-5). 함께 나온 호랑이 머리(그림 1-2~4)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림 1. 파지리크 유적 5호 말의 장식

 

그림 2. 파지리크 유적 출토 늑대

 

또 같은 유적에서는 몸이 뒤틀린 채 표현된 늑대(그림 2)와도 귀의 표현이 다르다. 그림 2의 늑대가 좀 더 사실적이고, 그림 1의 늑대는 귀가 과장되어 있고 뿔도 달려 잇었다고 보고되었다. 늑대장식은 알타이의 여러 유적에서 발견된다(그림 3, 그림 4). 아크 알라하-1 유적의 1호(그림 4)에서는 말 안장 장식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림 3. 알타이의 늑대장식 바샤다르 유적 1호(1,2) 파지리크 유적(3,5,9), 투엑타 유적(4,7), 표트르 1세 황금유물컬렉션(6), 에르미타주 소장(8)

 

그림 4. 아크 알라하-1 유적 1호의 늑대장식, 안장덮개에 수직으로 달았음

 

특히 아크 알라하-1 유적 1호의 늑대는 다리를 앞으로 하고 몸을 낮춘 자세인데,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황금유물컬렉션 가운데서 팔찌 장식, 버클 장식 등으로 이용된 것이 발견된다.

(아직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베리아 황금유물 컬렉션은 스키타이 시대 뿐만 아니라 사르마트 시기의 유물도 있는데, 그 속에서도 늑대는 발견된다. 물론 차이는 있다)

아크 알라하-1 유적 1호의 늑대는 펠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몸통을 잘라내어서 근육을 표현한 특징이 있다. 시베리아 황금 유물 컬렉션의 유물 늑대(그림 5)도 몸통에 홈을 내어서 상감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림 5.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황금유물

 

그러나 늑대는 다른 동물과 심하게 변형된 모습은 잘 찾아 볼 수 없는데, 아마도 몸통까지 이용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일 것 같다. 대부분 늑대 머리가 주로 사용된다. 산림지대에 있는 아나닌스카야 문화에서도 늑대 장식은 대부분 머리만 사용되었다.

 

 알타이에서 언제 부터 늑대문양을 사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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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재윤23
2021. 10. 13. 09:13 스키타이 동물장식

 

파지리크 유적 2호와 5호에는 말을 사슴처럼 보이도록 하는 꾸미개인 말 머리 장식이 발견된다. 유물마다 차이가 있지만 말의 머리에 씌워서 사슴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같은 유적의 2호 남녀의 미라에게도 말형 그리핀 문신이 새겨져 있다. 머리까지 독수리 머리를 달아서 변형이 극대화 되도록 했다. 이들 말형 그리핀에게는 모두 사슴뿔이 장식되어 있고 그 끝에는 새머리를 달았다. 실제의 사슴뿔은 나뭇가지처럼 뻗은 모양이지만, 시베리아 청동기시대부터 사슴돌에 새겨진 사슴은 뿔이 2개의 가지를 뻗은 모습이다. 말형 그리핀도 기본적으로 2개의 뿔이다.

파지리크 유적 2호의 요란한 남성모자장식도 사슴뿔을 베이스로 한 모양이다.

 

파지리크 유적 5호의 벽에 걸어둔 캐노피 장식에는 인간이 사슴처럼 보이도록 둔갑한 문양도 발견된다.

투엑타 유적에서는 심지어 호랑이가 사슴뿔을 달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표트르 1세의 황금유물 컬렉션에서 동물투쟁문의 동물은 대부분 사슴과 관련이 없지만 문신속의 말형 그리핀과 같이 머리에 뿔을 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동물 말, 호랑이의 머리 상단 심지어 사람의 머리에도 사슴뿔이 장식되어 있다.

 

 

더보기

사슴에 대한 숭배이다.

 

파지리크 유적 5호 여성 목걸이(그림 2)에는 그리핀 장식이 달려 있는데, 사자 머리라고 생각되어서 페르시아 계통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른데, 눈이 강하게 표현되어서 그렇지 뿔을 달고 있는 호랑이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물의 발톱은 알타이 맹수들에게서 늘 발견된다. 이미 투엑타 유적에서도 뿔 달린 호랑이가 출토되고(그림 1), 호랑이형 그리핀도 있었다. 어짜피 100% 같은 유물은 존재하지 않으니 좀 더 가까운 유물과 관련성을 살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이 여성과 같은 형식의 목걸이를 착용한 아크 알라하-3유적의 여성도 맹수형 그리핀(그림 3)을 착용했다. 알타이에서 유행 혹은 사용된 동물장식일 것이다.

(그렇다고 알타이 스키타이문화에서 페르시아 혹은 이란계통의 문양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림1. 기원전 6세기 알타이 투엑타 유적의 사슴뿔 달린 호랑이, 가죽

 

그림2. 기원전 5세기 알타이 파지리크 유적 5호 여성목걸이

 

그림 3. 기원전 5세기 아크 알라하-3 유적 여성 목걸이 장식

 

 

스키타이 문화에서 문양으로 사용된 굽동물의 대부분은 가축화 되었으나 사슴은 유일하게 현재에도 야생이다. 사슴 중에서 아주 추운곳인 툰드라에 사는 순록(소목 사슴과)은 기원후 15세기 이후에 유목되었는데, 이들을 기르는 민족은 축치, 코략, 추반치, 에벤키 라고 불리는 사람이고, 순록유목으로 먹고 산다. 19세기에 러시아인이 이곳을 차지하기 전까지 대부분 순록을 길러서 생업을 유지했다(김재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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