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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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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2. 09:12 스키타이 동물장식

시베리아 미라의 문신에 남아 있는 ‘새 머리+사슴 뿔처럼 처리된 말 갈귀+사슴몸통+말 꼬리’로 조합된 동물을 사슴형 그리핀(그림 1-5,6)이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파지리크 유적 5호분을 제외하고는 해발 1500m이상의 미라에서 모두 발견된다. 또 파지리크 유적에서는 말에게 사슴뿔이 달린 가면을 씌워서 그리핀처럼 보이도록 처리했다고 적은 바 있다.

 

사실 ‘사슴형 그리핀’은 몸통의 주인공이 부정확해서 약간 불분명했으나, 사슴문양이 청동기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집중한 것이다.

 

그런데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같은 유적에서 나온 가면을 쓴 말은 그럼 사슴형 그리핀이라고 할 것인가? 사실 그는 말이고, 사슴처럼 보이도록 꾸민 것이다. 같은 개념 속에서 만들어졌다면 문신도 말의 몸통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리핀은 하늘을 나는 맹금류와 육상 동물을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날개표현이 중요하다. 이 개념이 그대로 이용된 유물은 파지리크 유적 보다 이른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그림 1-1)이다. 투엑타 유적에서는 얼굴이 호랑이 얼굴을 그대로 간직한 그리핀(그림 1-1)과 얼굴도 독수리 등 맹금 얼굴로 바뀐 그리핀(그림 1-2)도 있다.

 

그림 1. 투엑타 유적과 파지리크 유적의 그리핀

 

그런데 말을 변형 시킨 그리핀은 날개가 달리지  않았는데, 이는 이동성이 강한 말이 새와 같다고 생각했기일 수 있다. 더욱이 문신(그림 2-4)과 함께 유적에서는 말을 꾸민 동물이 나오기에 말을 그리핀화 시켰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그래서 앞서 말한 사슴형 그리핀은 ‘말을 기본으로 한 말형 그리핀’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말의 몸통에 머리를 교체하고 사슴뿔을 달았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기원전 5세기 파지리크 유적의 미라(5호 남성)에게서 보이는 호랑이도 어깨에 날개가 약간 남아 있는데,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에서 나온 호랑이 그리핀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파지리크 유적, 아크 알라하-3 유적, 베르흐 칼쥔 II유적의 미라에게서 발견되는 말형 그리핀의 요소도 이미 투엑타 유적에서 발견되었다(그림 2). 그렇다고 사슴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 2. 파지리크 유적의 말형 그리핀의 각 요소

그림 3. 투엑타 유적 출토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