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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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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0. 09:22 스키타이 동물장식

 

시베리아의 파지리크 문화(스키타이 문화권에서 알타이 지역문화)는 해발 1500m이상의 알타이에 있는 무덤에서 나온 문화로서 여러 변형된 동물장식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 미라의 몸에 새겨진 동물장식은 매우 특징적이다. 사슴몸통(다리포함)+새부리+변형사슴뿔+새 머리+말 꼬리가 변형된 것으로 사슴형 그리핀이라고 하자. 파지리크 2호의 남녀, 아크알라하-3 유적의 여성, 베르흐 칼쥔 II유적의 3호 남성에게 남아 있다. 파지리크 2호 남성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매우 많다.

 

사슴형 그리핀은 함께 부장된 말을 사슴처럼 보이게도 꾸민 것(사슴뿔이 달린 말의 얼굴마스크 등)은 사슴에 대한 대단한 숭배? 혹은 집착? 하여간 무엇인가가 있었다고 보이는데, 알 수는 없다. 

 기원전 5세기 유적에서  발견되었지만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에서도 말을 다른 동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장치가 발견되었다. 말에게 달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산염소 뿔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1.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의 1호 목제 산염소 뿔

 

뿐만 아니라 투엑타 유적 2호분에는 통나무관 에 붙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 장식이 발견된다(그림 2). 가죽을 잘라서 만들 것(가죽 아플리케 장식)이다. 사슴 몸통의 내부가 나선으로 채워졌다. 이 사슴은 다리를 펴고 있고 있어서 큰 변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슴뿔이 몸통을 따라 뒤로 가지런하게 정리된 모습은 원래의 사슴뿔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지는 모습과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투엑타 유적의 말 굴레장식으로 사용된 목제 조각에서도 변형된 사슴 모습이 보인다. 사슴 머리에 나뭇잎을 장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그림 3)이다.

 

그림 2.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 2호의 통나무 관 장식

 

 

그림 3. 기원전 6세기 투엑타 유적의 굴레장식

 

그럼 더 이른 시기의 유적은 없을까?

기원전 7세기 아르잔-2호에서도 발견된다. 아르잔-2호의 5호묘 남녀 주인공의 모자장식에 이용되었다. 다리를 펴고 머리를 들고 있는 사슴 모습이다. 두 남녀의 목걸이에도 동물장식이 있지만 사슴장식은 모자 장식에서만 이용되었다. 모자 장식으로 이용된 사슴도 뿔이 뒤로 가지런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특히 아르잔-2호 주인공 남성 모자장식에는 등에 V자로 된 혹이 있는데, 이 유적의 바닥에서 발견된 돌에 그려진 암각화에도 같은 문양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 남성의 모자장식으로 이용될 만큼 사슴에 대한 그 어떤 생각은 혹은 상징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림 4. 기원전 7세기 아르잔-2호 5호묘 남성 모자장식

 

그림 5. 기원전 7세기 아르잔-2호 5호묘 여성 모자장식

 

그림 6. 기원전 7세기 아르잔-2호 돌판 위의 암각화

 

같은 사슴장식은 기원전 9세기 아르잔-1호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유적은 대단히 큰 나무로 된 무덤 유적이지만 출토된 유물은 많지 않아서 아쉽다. 그런데 유적의 바닥에서 나온 사슴돌에는 다리를 곧 세우고 등에 혹이 있는 사슴문양(그림 6)이 새겨져 있다.

 

그림 7. 기원전 9세기 아르잔-1호 사슴돌

 

아르잔-1호와 아르잔-2호가 무덤구조 및 유물 등이 많이 달라서 다른 전통기반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슴장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슴돌에서부터 내려오는 곧 추선 사슴장식은 기원전 6세기(혹은 5세기) 까지 이어지고 그리고 그 변형문양이 시작된 것도 기원전 6세기, 극대화된 시점은 기원전 5세기 해발 1500m이상의 유적에서 발견된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