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기원전 7~5세기에 발견되는 동물문양은 독수리, 호랑이, 말을 변형시킨 것이 주로 발견된다. 독수리를 기본으로 해서 호랑이의 여러 신체 부위를 결합한 것, 호랑이에 독수리 날개를 단 것 혹은 뿔을 붙인 것이다. 말은 머리가 특히 심하게 변형되었는데, 독수리의 얼굴에 사슴뿔을 단 것이다. 늑대 변형도 발견되는데, 주둥이가 길어지게 표현되었다.
그런데 변형된 늑대 머리를 단 동물 가운데 가장 필자의 눈을 끄는 문양은 파지리크 유적 2호분 남성의 다리문신이다. 이제까지 필자가 이를 빼먹고 있었는데, 그의 우측 무릎 아래에는 물고기, 산양, 심한동물변형 문신이 남아 있다.
동물변형 문신은 머리는 늑대의 주둥이를 길게 표현했고, 몸통을 길게 늘이고 있고, 머리에는 새머리가 달린 뿔이 달려 있고, 꼬리와 발톱은 호랑이와 같다(그림 2). 머리표현은 파지리크 유적에서 발견된 고삐 이음새에서 발견된 늑대장식과 비슷한 방법이다. 같은 문양이 남성의 좌측 가슴에서도 발견되었다(그림 3).
이 동물변형은 이제까지 본 조합 중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의 조합을 이루고 있어서 이름 짓기도 힘들다.
그런데 왜 이 동물은 몸을 길게 늘이고 있으며, 휘어지게 그렸을까(그림 2)?
필자는 원형맹수장식에 주목한다. 원형맹수장식은 몸통을 길게 늘여서 엉덩이와 머리를 붙여서 고리모양으로 만든 것이다(그림 4). 이 문양은 시베리아에 철기시대에는 기원전 9세기(아르잔-1)에 처음 발견되었고, 기원전 7세기(아르잔-2)까지 사용되다가 기원전 5세기 유적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변형된 맹수장식이라는 점에서 원형맹수장식을 대신하기 위해서 몸을 길게 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림 2. 파지리크 유적 2호 남성 우측 무릎 아래 문신
그림 3. 파지리크 유적 2호 남성 좌측 가슴문신
그림 4. 원형맹수장식을 주조하기 위해서 만든 밀랍모형
필자가 앞서서 아크 알라하-3유적의 여성미라 문신에서 긴 꼬리와 발톱이 있는 문양을 호랑이(그림 5-12)로 보았으나, 그 동물의 뿔 끝에는 새머리가 남아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는 파지리크 2호 남성 우측 무릎 아래의 심한동물변형(그림 2, 그림3) 문신과 더 유사하다.
그림 5. 파지리크 문화에서 발견된 미라의 문신
또 물고기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을 그린 것인데, 대부분의 동물문양은 측면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고기 문양은 파지리크 유적 보다 이른 아르잔-2호 및 같은 시대의 아크 알라하 3유적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물론 용도는 다르다.
(산양이 열을 짓고 있는 모습은 같은 유적 5호 남성에게도 같은 위치에 남아 있었다.)
위에서 말한 '심한동물변형'은 아직 뭐라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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