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중국 상해, 남경 등 학과 답사로 같이 참여하기로 계획되었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취소되었다. 비자피와 얼마간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지만, 그래도 그냥 취소보다 병이 창궐하는 덕분?에 취소위약금이 줄어들었다. 필자는 아직 제주도를 경계로 그 보다 밑으로 가본적이 없는데, 역시 이번에도 실패다.ㅋ
어제 잠시 알릴레오를 시청했는데, 신종바이러스의 이름인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처음에 언론에서 창궐하는 병의 이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이야기 할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왕관처럼 생겼나 했다. 어제 의사선생님 말씀이 바이러스가 왕관처럼 생겼는데, 코로나 라는 말이 영어 크라운에서 왔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내가 아는 척을 쫌 하면 맞는 말씀이다. 코로나는 러시아어다. 영어로 하면 crown이다. 러시아의 유명한 맥주 이름 중에도 ‘시베르스카야 코로나(сибирская корона)’ 라고 맥주가 있는데, 시베리아의 왕관이라는 뜻이다. 러시아 어디서든 파는 맥주다.
어제는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우코크고원 중에서 아크 알라하 3유적의 1호분에서 나온 얼음공주라는 별칭이 있는 여성미라가 쓴 고깔모자를 보았다. 높은 고깔에 챙이 붙은 것인데, 파지릭 유적의 2호분에서도 출토되어서 그런 스타일은 여성이 썼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 고깔모자 속에 화려한 머리장식을 넣고 의식을 치렀을 것이다.
그럼 남성은?
현재 우리가 살피고 있는 아크-알라하 3유적의 1호분은 주인공이 여성이다. 그렇다면 남성의 남성무덤을 볼 필요가 있는데, 앞서서 이 여성의 문신을 설명할 때 같은 기술자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남성미라를 설명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어깨에 문신이 그려진 남성미라가 나온 베르흐-칼쥔 2유적에서도 변종의 고깔모자가 출토된다.
아크-알라하 3유적의 1호분 얼음공주의 고깔모자도 양모펠트로 제작되었지만, 베르흐-칼쥔 2유적의 3호분과 1호분에서도 남성용모자가 출토되었다. 그 중에서도 문신이 새겨진 채 확인된 남성무사의 미라가 나온 3호분에서 나온 고깔모자 2점이 확인되었다. 한 점은 펠트로 제작된 것인데, 고깔 정수리에 새 머리를 장식한 것이다(그림1). 다른 한 점은 목제로 된 새머리와 산양 조각들만 남아 있다. 역시 펠트제 고깔모자의 장식품으로 생각된다(그림2).
왜냐하면 알타이의 다른 유적(그림 3)에서 출토된 고깔모자 중에서 베르흐 칼쥔 2 유적의 3호분에서 출토된 고깔모자의 목제장식과 거의 유사한 목제장식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베르흐 칼쥔 2유적의 3호분에서 출토된 새머리고깔모자(그림2)에는 말이 아니라 화려한 뿔이 달린 산양이 붙어져 있다. 그럼 남성의 새머리 고깔모자는 목제와 펠트로만 만들었을까?
그림1. 베르흐 칼쥔 2유적 3호분 고깔모자
그림2. 베르흐 칼쥔 2유적의 3호분 새머리 고깔모자 복원도
그림 3. 아크 알라하 1유적의 1호분 출토 새머리 고깔모자.
복원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새머리는 금색이지 않은가? 모든 목제 장식은 아주 얇은 금박으로 덧입혀졌지만, 잘 남아 있지 않다. 발굴과정에서 얼음이 녹으면서 금박은 쉽게 떨어졌다고 한다.
새머리 고깔모자만 있을까?
베르흐 칼쥔-2 유적의 1호분에서는 고깔모자가 아닌 펠트제 모자가 출토되었다.
펠트 2장을 붙여서 만든 것이다. 러시아 학자들은 이를 ‘투구’형이라고 부른다.
아무장식 없이 귀만 덮게 되어 있고 정수리는 높지 않고, 머리에 딱 맞게 제작되었다(그림 4).
그림 4. 베르흐 칼쥔-2 유적 1호분 출토 투구형 모자
투구형?
스키타이 문화에서는 흑해 북안에서 출토되는 청동제 투구가 있다. 이 투구는 원래 흑해북안에서 출토되기 때문에 그 곳의 지명 중에 하나인 ‘쿠반’형 투구라고 한다. 켈레르메스라고 하는 유적의 2호에서 출토되었다. 이 유적은 기원전 7세기 후반, 늦어도 기원전 6세기 정도의 유적으로 생각된다(그림 5).
너무 비약이 심한거 아니냐고? 흑해 북쪽이면 지금 우크라이나인데, 시베리아 알타이와 너무 멀지 않냐고?
그런데 여러분은 그림 6과7의 유물을 보셔야 된다(폴로시막`바르코바 2005). 어디서 출토되었을까? 이 유물은 중국의 요서지역(영금하 주변) 청동기시대 가운데서도 하가점상층문화에 속하는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기원전 7세기 가량에 해당하는 유적이다.
그림5. 켈레르메스 2호분, 에르미타쥬 소장, 1904년 베셀로프스키 발굴(Scythians 2017)
그림 6. 서삼가촌(西三家村) 출토(동북아역사재단 2007)
그림 7. 북산취(北山嘴) 유적 7501호(동북아역사재단 2007)
이 정도 되면 스키타이 문화의 역동성의 한 부분이라도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럼 투구형 모자는 장식이 없는 것만 있을 까? 그것도 아니다. 알타이 산맥의 또 다른 고분인 파지릭 유적에서는 ‘코로나’라고 불리는 투구형 모자가 확인되었다(그림8).
투구형이지만, 정수리에 사슴 뿔과 같은 아플리케 장식을4개를 붙였다. 역시 2장의 펠트를 이어 붙은 것으로 올리브 색이었다. 귀 옆에는 붉은색으로 동물장식이 그림이 그려져 있고, 반짝이는 옻 칠 장식을 붙였다. 동물의 종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림8. 파지릭 유적 출토 모자, 에르미타쥬 소장(폴로시막`바르코바 2005)
시베리아 스키타이 문화의 일종인 파지릭 문화중에서도 남성의 새머리 고깔모자 뿐만 아니라 투구형 모자는 여성모자와는 달리 귀를 덮고 있다. 여성은 화려한 가발을 쓰고 단순한 고깔모자를 썼으며, 남성은 대체로 화려한 모자를 썼다. 파지릭 유적의 모자()나 금박을 입힌 목제장식을 모자에 달고 다닌 행위는 코로나, 크라운의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코로나, 크라운의 의미는 단순히 머리장식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순동시대에 머리장식을 하는 관습이 무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코로나, 크라운은 국가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 보다 더 빠른 코로나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의 유물이 있는지 앞으로 살펴봐야 겠다. 그리고 스키타이문화의 더 화려한 모자를 앞으로 소개할 날을 기대한다.
*2500년 전은 스키타이 문화의 시작이 아니다. 알타이 산맥의 우코크 고원 아크 알라하-3유적 얼음공주가 죽었던 시기가 그때 쯤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돌려말하면, 2500년 전과 코로나의 기원연대는 좀 차이가 있다.
그림 9. 흑해 북안의 스키타이 문화의 유적 위치(Scythians 2017), 어제 언급했던 쿨 오바 유적, 오늘 소개된 헬멧이 출토된 켈레르메스 유적 등을 찾을 수 있다.
참고문헌
폴로시막, 바르코바 2005, Полосьмак Н.В., Баркова Л.Л. 2005 : Костюм и текстиль пазырыкцев Алтая (IV-III вв. до н.э.).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 2005. 232 с.
폴로시막 2001, Полосьмак Н.В. Всадники Укока. —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пресс, 2001. — 336 с.(우코크의 말타는 전사들) 이 책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N.V.폴로스막 2016,『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동북아역사재단 2007, 『하가점상층문화의 청동기』
Scythians: warriors of ancient Siberia. [British Museum. The BP exhibition. Organized with the State Hermitage Museum, St Petersburg, Russia] Ed. by St John Simpson and Dr Svetlana Pankova. London: Thames & Hudson Ltd. 2017. 368 p.
김재윤의 고고학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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