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2017년도 복천동박물관에서 특강한 내용입니다.
아래 본문에 나오는 페그티멜 암각화(http://eastsearoad.tistory.com/33)
사카치알리안 암각화(http://eastsearoad.tistory.com/34)
반구대암각화(http://eastsearoad.tistory.com/35)는 이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바위그림은 유라시아 전역에서 구석기시대부터 남겨진 선사인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극동에서만 확인되는 바위그림의 주제가 있는데, 추코트카 페그티멜 바위그림,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에만 있는 고래이다. 바위그림이 많이 남아 있는 알타이, 앙가라 강 유역, 카자흐스탄, 몽골 등지에는 없는 주제이다. 고래가 그려진 것은 이를 그린 사람들이 고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같은 극동지역이라도 앞 서 살핀 사카치 알리안에는 없고, 추코트카와 울산에서만 확인될까?
이것은 바위그림이 위치한 곳의 입지와 관련이 있다. 추코트카 페그티멜 바위그림은 동시베리아해와 직선거리가 50km 정도이며, 반구대는 울산만과 약 25km거리이다. 바다와 인접한 곳에 위치하며, 반구대 바위그림은 동해안의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했다면 바위그림이 그려질 당시는 바다와 반구대가 좀 더 가까웠을 가능성이 있다(황상일 윤순옥 1995). 실제로 동해안에는 지금 보다 해수면이 높았던 시기가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7000~5000 년 전과 4000~3500년 전이다(카로트키 외 1996). 페그티멜 바위그림도 기온변화로 인해서 현재보다 더 바다가 더 가까웠을 때 그려졌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에 사카치 알리안 유적은 아무르강 하류에 위치하지만 동해까지의 거리가 대략 500km 정도 되기 때문에 고래가 살 수 있는 환경 혹은 고래를 생업에 이용했을 것은 아니기다. 즉 고래는 바다와 인접한 지역의 바위그림에서 그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고래 중에서 물을 뽑는 모습을 표현한 주제는 페그티멜 바위그림과 반구대 바위그림이 유사하다 (그림 4 , 그림 1-A ).
하지만 반구대 바위그림은 바위그림의 가장 큰 주제가 고래와 사슴이며, 고래가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모습을 주로 그렸다는 점은 페그티멜 바위그림과는 차별이다. 하지만 유라시아 전 지역의 바위그림에서 고래가 확인되는 반구대 바위그림과 페그티멜 바위그림은 극동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북유라시아 바위그림 가운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사슴이며 어디에서든지 확인된다. 극동의 추코트카의 페그티멜 바위그림, 사카치 알리안 바위그림, 반구대 바위그림 모두 주요 주제이다.
그러나 극동 바위그림의 사슴 표현법은 각양 각색이다. 추코트카의 페그티멜 바위그림과 사카치 알리안 바위그림의 사슴 그림은 그리는 방법이 다르다. 추코트카의 사슴은 선각 혹은 전면을 쪼아서 음각한 것(그림 1:3:4)인데, 사슴의 내면에 따로 문양을 그리지는 않는다.
아무르강 하류의 사카치 알리안 바위그림은 몸통을 전면 음각하지 않고 내면에 문양을 표현 하는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내면을 격자문으로 표현한 것(그림 3-2)과 동심원 등의 곡선(그림 3-1)으로 표현 한 것이 있다. 반구대 바위그림은 페그티멜 바위그림처럼 전면을 음각한 것도 있고(그림 1-A), 사카치 알리안의 사슴표현처럼 내면을 격자모양(그림 1-B)으로 그려 놓은 것도 있다.
사카치 알리안의 사슴 중에서 내면이 동심원 문양으로 그려진 것은 알타이의 사슴바위그림에서 자주 확인되는 표현법이다. 또한 극동의 바위그림에 사슴그림이 있다는 것은 공통적이고 일부 사슴표현도 같은 방법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사슴의 뿔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이것은 극동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위도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사슴의 종류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페그티멜 바위그림과 사카치 알리안 바위그림의 사슴은 사슴과의 순록(숫컷)이며, 이들은 그들의 뿔이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사슴과보다는 훨씬 수려하다. 추코트카 바위그림의 사슴 그리는 방법은 반구대의 것과 유사하다.
주지하다시피 사카치 알리안 유적은 아무르강 하류에 위치하며 동시에 시호테 알린 산맥의 서쪽 지역에 위치한다. 아무르강은 하류에서 급격하게 강의 방향이 바뀌는데 이는 오른쪽에 시호테 알린 산맥이라는 대 산맥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시호테알린 산맥 중 중부지역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이 곳에는 시베리아 호랑이 즉 백두산 호랑이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다. 사카치 알리안 유적에서 호랑이 주제도 확인된다. 이 유적의 사슴표현 중 내면을 격자로 표현한 것은 호랑이에도 그대로 표현된다(그림 3-3). 그런데 반구대 바위그림 호랑이 그림(그림 3-B)과 꽤 유사하다.
또한 페그티멜 바위그림과 사카치 알리안 바위그림에는 배 그림이 상당히 많으며, 반구대바위그림에도 있다. 특히 배에 탄 사람의 수도 차이가 심해서 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반구대 바위그림과 같은 동해안변에 위치한 신석기시대 죽변유적이나 오산리 유적에서 배로 추정되는 목제가 출토되었고, 위치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창녕 비봉리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도 배가 출토되었다. 기원전 6000년 전의 것인데 소나무를 파서 만든 환목주(丸木舟)에 속한다. 신석기시대 배의 이용이 실제로 있었음을 이야기 해 준다.
극동의 암각화는 서로 유사한 면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고래라는 주제가 그려지고, 사슴을 그리는 방법 등은 페그티멜 바위그림과 반구대 암각화가 유사하지만, 사카치 알리안의 사슴과 호랑이 그리는 방법도 반구대에서 확인된다. 뒤에서 좀 더 설명하겠지만 암각화가 마을이나 부족의 제의적인 장소라면 원거리지만 극동에서 확인되는 바위그림은 어떤 아이덴티티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김재윤의 고고학 강좌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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