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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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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 동쪽/아르잔 유적 2호'에 해당되는 글 37

  1. 2020.05.20 기원전 7세기 시베리아 화살촉 안 산양과 새1
  2. 2020.05.19 그 언젠가...스키타이 문화의 '미라'가 영화가 된다면...

시베리아 투바 공화국의 우육고원에는 3000여 년 전의 무덤이 남아 있었다. 아르잔-1호에서 대략 9km 떨어진 곳에는 2호라고 불리는 무덤이 남아 있다.

 

아르잔-2호는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대형무덤이고, 알타이의 유적들에서 확인되는 유물이 황금이 제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문데, 황금유물이 많이 출토되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앞에서 본 우코크 고원과 파지릭 계곡의 유적은 나무를 금박으로 싼 유물이어서, 대부분 출토될 때 이미 금박이 벗겨진 상태여서 잘 남아 있지 않다. 스키타이 문화권 가운데서 파지릭문화 유물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르잔-2호에는 금판을 이용하거나 금을 아플리케처럼 잘라내서 철제에 덧 입힌 유물이 많이 출토된다. 앞에서 설명드렸던 아플리케 장식은 주로 가죽이나 펠트를 일정한 동물모양으로 오려내서 덧붙여서 만들었다. 예를 들면 얼음공주 무덤 속에 있던 일종의 펠트로 만든 레깅스의 허벅지 끝에 붙은 장식이라던지, 통나무관에 붙어 있던 화려한 뿔이 있는 사슴장식은 가죽을 잘라내서 붙인 것으로 가죽 아플리케 장식이다.

 

그런데 아르잔-2호에는 금박을 싼 형태가 아닌 얇은 금박을 잘라내서 철제유물에 덧 붙인 금 아플리케 유물이 출토된다. 특히 철검과 철촉 등 무기에 많이 장식되었다.

 

아직 설명드리지 않았지만, 아르잔-2호의 주인공 남녀는 5호 무덤방에 묻혔는데, 인골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 남성 인골 주변에서는 화살통(고리트)에 활과 시위가 담긴 채로 출토되었다. 파지릭 유적과 아크 알라하 1유적 등에서는 주로 활은 골제로 제작되었지만, 아르잔-2호에서는 철제(그림 3-1~11), 청동제(그림 3-12), 목제(그림 3-14) 등으로 제작되었다.

 

그림 1. 아르잔-2호, 5호 무덤방의 남성, 남성의 어깨 왼쪽 끝에 화살통의 끝이 보인다. 

 

그림 2. 아르잔-2호, 5호 무덤방의 남성 왼쪽 어깨부위에 놓인 고리트(화살통), 활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중에서 금 아플리케 장식을 화살촉이 주인공 남성의 왼쪽 어깨 부위에서 출토되었다(그림 1, 2). 화살촉에 덧붙인 아플리케 장식은 금(그림 3-1)도 있지만, 금과 은을 같이 붙인 것도 있다(그림 3-2~11)

화살촉의 크기가 길이 4.1cm, 너비 1.3cm 안에 뿔이 달린 영양 혹은 산양이 새와 함께 표현되었다. 새의 신체가 전부 드러난 반면에 뿔이 있는 동물은 머리만 보여서, 새가 산양을 공격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삼면이 같은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화살촉의 단면은 삼각형이고, 자루를 끼울 수 있게 홈이 안으로 들어가 있다.

같은 모양으로 금과 은을 함께 상감한 화살촉은 일종의 새 날개 혹은 소용돌이를 형상화 했다. 기하학적 모양에 가까운데, 같은 무덤방에서 함께 출토된 산양과 새가 표현된 유물과 관련을 시킨다면 새의 날개로 볼 수 있다.

금 장식만 삽입한 화살촉은 소재는 하나이고, 표현된 동물은 2 마리, 금과 은을 사용한 유물은 소재는 2개, 표현물은 1개이다.

 

이 유물은 철제 화살촉 면에 홈을 파고 얇은 금(은과 함께) 줄 혹은 금판을 삽입해서 망치로 두드려서 제작되었다. 이 방법은 아르잔-2호의 다른 무기에서도 관찰된다.

 

그런데 그림 2는 화살통과 활의 자루는 보이지만, 그림 3과 같은 유물은 관찰되지 않는다. 발견당시에 이 유물은 금속산화물 덩어리로 흙과 함께 형태가 없는 덩어리로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보존 처리실에서 처리한 것이다. 흙과 금속산화물을 다 뜯어내자 드러난 홈에 현대의 금과 은(일부)으로 복원한 것이다(그림 3).

 

그림 3. 아르잔-2호의 5호 무덤방 출토, 활(금 상감-1, 금과 은 상감: 2~11)(철제 1-1~11,13, 청동:12, 목제:14)

 

 

참고문헌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투바의 아르잔-2, 스키타이 차르 무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최근 넷플릭스로 영화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코로나 때문에 더 유행이 된 것이다. 원래도 유행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필자한테 보라고 넷플릭스가 권하는 영화 중에 하나가 조선시대 좀비를 다룬 ‘킹덤’이다. 좀비류의 영화는 너무 억지 같아서 좋아하지 않지만, 조선시대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약간씩 시간날 때 보았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에 검색어로 좀비가 해시태그에 딸려서 올라왔다.

‘좀비’라는 존재가 있었는지는 누군가 만들어 낸 소재인지 모르겠지만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비는 무덤 속의 미라와 인간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둘 다 억지로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나의 입장에서는 좀비보다는 미라가 더 좋은 영화소재이다. 미라는 실제 존재하니깐.

 

‘미라’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떠 오르는 것이 아마 이집트일 것이다. 서양사중심의 역사쓰기와 영화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집트 외에도 미라가 나타나는 문화중에서 우리와 비교적 가까운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도 있다. 특히 알타이에...스키타이 미라도 언젠가 영화 속에서 만나기를....(스키타이라는 제목의 러시아영화가 2018년에 개봉되었다. 아직 안봐서 내용은 모르겠다. 소비에트 시절의 영화는 은근하게 사회를 풍자해서 매우 재밌다. 하지만 최근의 러시아 영화는 그닥 재미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어설픈 헐리우드 액션이기 때문에...)

 

스키타이 문화의 또 다른 핫스팟인 흑해북안에서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자료는 접해보지 못했다. 헤로도투스의 역사에 적힌 내용에 왕을 장례치르는 방법은 실제 알타이 무덤 속에서 발견된 미라처리법과 비슷하다. 러시아학자들이 흑해북안의 자료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자료를 스키타이 문화로 묶은 이유는 아시다시피 무기, 마구, 동물문양장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에 기술된 장례치르는 방법이 더 비슷해 보이는 곳이 알타이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전역을 휩쓸었던 스키타이 문화는 대체로 기원전 8~7세기에 전 지역에 나타나지만 이 문화가 나타나게 된 것은 아르잔-1호를 기준으로 기원전 9세기에 나타났다고 한다. 

아르잔은 해발 1050m에 위치한 알타이 우육고원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아르잔 주변에는 무덤이 많았던 것으로 그랴즈노프가 적어놓았는데, 발굴된 것은 2기 뿐이다.

 

아르잔-2호는 그랴즈노프가 발굴한 1호보다 동쪽으로 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아르잔-1호의 외형이 직경 120m, 높이 3~4m에 비해서 약간 작은편인데 직경 80m,높이 2m가량이다. 우육고원에 위치한 그랴즈노프가 왕들의 무덤 계곡이라고 불렀던 이곳에 대형고분은 대체로 70~100m, 높이 2~4m이다. (아르잔-1호를 가장 먼저 발굴한 이유가 아마 가장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무덤은 2000~2004년간에 걸쳐서 발굴했다.

 

 

그림 1. 아르잔-2호, 위성사진, 유구가 뚜렷하게 보인다.(링크에 공유되어 있음)

 

그림 2. 아르잔-2호, 왼쪽의 점이 아르잔-1호이다.

 

www.google.com/maps/d/drive?state=%7B%22ids%22%3A%5B%221dttrgVvoA6XC9xHPaMjvGlmKOfYBEVLl%22%5D%2C%22action%22%3A%22open%22%2C%22userId%22%3A%22104839998633637810520%22%7D&usp=sharing

 

 

스키타이 문화의 유적 - Google 내 지도

원래 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이라고 불리지만 용어가 어려워서 스키타이 문화권이라고 했음

www.google.com

 

몇 년에 걸쳐서 왜 이렇게 오래 발굴을 했을까?

러시아에서는 여름에만 발굴을 한다. 극동처럼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서는 6월부터 발굴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주로 7,8월에 한다. 9월이 되면 이미 춥다.

게다가 발굴을 직접 손으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작업은 느리고 더디다. 그래서 러시아 발굴조사는 몇 년동안 한 곳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직경 80m(물론 무덤을 둘러싼 호석 너비가 2~2.5m가량이다. 가장 잘 남은 곳을 기준)의 공간에서 주인공 남녀가 묻힌 공간은 4.5×4.5m의 지하 나무방이다.

 

그림 3. 아르잔-2호의 주인공 남녀

 

무덤의 구조가 무척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르잔-1호와는 어떻게 다를까? 또 앞에서 미라가 나온 아크 알라하 3유적, 파지릭 유적 2호, 파지릭 유적 5호와도 어떻게 다를까? 또 비슷한 건 머가 있을까? 연대는?

유물은 어떤 흥미로운 것이 있을까? 그리핀은 있을까? 어떤 동물문양장식들이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생긴다. 새로운 것을 보면. 

 

참고문헌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투바의 아르잔-2, 스키타이 차르 무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