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Category

Recent Post

Recent Comment

Archive

'2020/06/12'에 해당되는 글 1

  1. 2020.06.12 시베리아 2700년 전 무덤 속에서 발견된 마차

 

시베리아 투바에는 2700년 전  무덤(혹은 의례복합체)인 아르잔-2호가 발굴되었다. 이 유적은 스키타이 문화 가운데서 초기 스키타이문화로 생각된다. 아르잔-1호는 기원전 9세기 정도의 유적이고, 아르잔-2호는 이 보다 늦다. 스키타이 문화권은 시베리아 뿐만 아니라 흑해 북쪽까지 아주 넓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유물 때문에 하나의 문화권역으로 설정된 것이다. 동물문양장식, 무기, 마구를 일컬어 스키타이 3요소라고 한다는 점을 이미 여러분은 알고 있다.

 

아르잔-2호에서 나오는 동물문양장식은 호랑이, 염소, 산양, 양, 사슴, 멧돼지가 있다. 염소는 뿔의 모양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금속제품에 새겨졌다. 하지만 금속판 뿐만 아니라 돌판에도 동물이 그려졌다. 

 

돌판?

사슴돌인가? 사슴돌은 대체로 생긴 모습을 ‘비석’을 생각하시면 된다. 비석에는 글이 적혀 있지만 그 대신해서 사슴돌에는 여러 그림들이 그려진 것이다. 아르잔-2호에는 사슴돌도 확인되지만, 더 흥미로운 유물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동물문양이 그려진 납작한 돌판이다. 돌판에는 박트리아산 낙타, 사슴, 말 그림이 발견되었다.

 

그림 1. 아르잔-2호 출토 암각화 돌판

 

 

 

그림 2. 아르잔-2호 출토 암각화 돌판(4번이 그림1과 동일)

 

낙타는 기원전 3천년기 초반에 중앙아시아에서 길드여졌으며 운반에 아주 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트리아산 낙타는 최대 250kg까지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에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양이 다른 동물과는 비교불가이다. 뿐만 아니라 낙타털과 우유, 고기도 제공하는 아주 유용한 동물로 알려졌다.

사실 낙타는 무덤방 5호 여성의 머리장식에도 새겨진 채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차를 끄는 장면도 확인된다. 바퀴가 달린 전차 혹은 마차를 세 마리 말이 앞과 뒤에서 끄는 장면이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돌판의 상단이 결실되어서, 전차의 운전석 모습은 알 수 없다.

 그런데 기원전 5세기의 알타이 파지릭 유적 5호에서는 실제로 마차가 통째로 들어갔다. 아르잔-2호의 돌판 그림으로 보아서도 이 시기에도 마차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베리아에서는 이미 청동기시대 후기인 카라숙문화의 암각화에서 마차그림이 확인되어서 스키타이문화 이전에 이미 마차는 존재했다.

설마 없는 물체를 상상해서 그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아르잔-2호의 마차그림(그림 3-3 그림 4-3)도 카라숙문화 암각화와 그리는 방법이 같아서 아르잔-2호 이전에 이미 그려진 유물을 설치했을 수 있다.

 

 

그림3. 아르잔-2호 출토 암각화 돌판 3

 

 

그림4. 아르잔-2호 출토 암각화 돌판 4(3번이 그림 3과 동일유물이다)

 

그림이 그려진 돌판은 모두 15점 확인되는데, 무덤에서 동쪽 구역에서 가장자리 부위에서 확인되었다. 돌판에 그려진 암각화는 낙타처럼 동물의 면을 쪼아서 표현한 것(그림 2-4)과 선을 쪼아서 그린 것(그림 2-2~5)으로 구분된다. 면을 쪼은 것 보다 선을 쪼아서 그린 그림이 더 이른데, 이는 신석기시대부터 내려오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르잔-2호에서 확인된 그림 돌판은 최소 아르잔-1호 시기에 제작된 것과 그 보다 더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잔-1호와 유사한 시기라고 하는 것은 그림 가운데서 사슴의 등에 난 혹이 그려진 그림이(그림 4-4) 있는데, 이것은 아르잔-1호에서 확인된 사슴돌 그림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보다 더 이른 시기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것은 선을 쪼아서 그린 산양(그림 2-2)멧돼지(그림2-3), 사슴(그림 2-5) 등이 있다.

 

2020/05/04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시베리아황금유물컬렉션] -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있는 거울 속의 사슴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있는 거울 속의 사슴

2500년 전 시베리아의 알타이 무덤에서는 인간과 함께 말이 매장되었다. 재밌는 점은 인간과 관련된 유물보다는 말과 관련된 유물이 더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파지릭 1호분은 주인공이 이��

eastsearoad.tistory.com

 

 

한국에서도 암각화가 확인되는데, 특히 영남에서는 독특한 주제가 확인된다. 검파형이라고 불리는 방형계통의 암각화 이다. 검파는 동검이나 석검의 손잡이와 유사해서 붙인 명칭이다. 검파라고 해석하면서 청동기시대에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형계통(검파형)의 암각화와 함께 확인되는 것이 동심원문양인데, 안화리 유적에서는 방형문양 보다 먼저 동심원문양이 그려졌다. 동심원문양이 단독으로 확인되는 유적도 있는데 그 중에서 지석묘 유적인 밀양산인, 진천동 유적에서 확인되면서 동심원문양도 청동기시대에 그려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안화리 유적의 예를 보면 동심원문이 이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석묘에 그려졌다고 해도 지석묘를 만들면서 이미 그려진 문양이 있는 돌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동심원문양을 반드시 청동기시대로 볼 수는 없다(김재윤 2019).

 

암각화는 절벽과 같은 곳에 그려지기도 하지만, 작은 돌에도 새겨지기 때문에 유적의 연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절벽과 같은 큰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도 아주 오랫동안 그려지기 때문에 그린 방법을 통해서 연대를 추정한다.

그러나 작은돌에 그려진 그림은 유적의 연대와 일치하면 안되고, 유적의 연대를 가장 마지노선으로 삼아야 된다. 이 유적이 만들어진 이후에 그림이 그려졌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유적보다 먼저 작은 돌에 그림이 그려졌고, 유적이 만들어지면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서는 암각화의 연대추정에서 좀 유연하게 대처하는 반면에 한국에서는 유적의 연대와 일치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하다. 사실 이 정도만 되도 다행이다....너무 허무맹랑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어서...화가 날 때도 있다.

 

참고문헌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