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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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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시베리아의 알타이 무덤에서는 인간과 함께 말이 매장되었다. 재밌는 점은 인간과 관련된 유물보다는 말과 관련된 유물이 더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파지릭 1호분은 주인공이 이미 도굴로 없어져 버려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대의 알타이 우코크 고원에 위치한 아크 알라하 3유적의 일명 ‘얼음공주’라고 불린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유물은 대부분 그녀가 입고 있거나 착장하고 있는 머리장식이었다. 필자가 이야기 하는 것은 필요도 없는 유물을 무덤 안에 꽉 채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지릭 2호분에서도 주인공 관련 유물은 의복과 토기, 목기이다. 반면에 말은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사실 말을 부릴 때 필요한 것은 재갈과 고삐이다. 그 외는 전부 장식적인 요소인데, 말은 대부분 치장되었다.

 

2500년 전 시베리아 알타이의 스키타이 문화 중에 일종인 파지릭 문화에서는 주인공 관련 유물 가운데는 거울도 있다. 얼음공주의 거울은 손잡이가 달린 목제로 만든 거울에 경면은 청동으로 만들어 붙인 것이다. 파지릭 유적의 2호분에서 출토된 것은 은제로 만든 거울을 뿔로 만든 받침대에 삽입해서 만들었다. 둘다 거울을 담는 주머니가 있었는데, 얼음공주 거울은 펠트로 만든 주머니 였고, 파지릭 2호분의 은제 거울은 표범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두 개의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크 알라하 3 유적 얼음공주의 거울

2020/01/31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아크 알라하 3 유적(여성미라,'얼음공주')] - 시베리아 알타이 얼음공주의 거울과 목걸이

 

시베리아 알타이 얼음공주의 거울과 목걸이

2500년 전,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우코크 고원에서도 아크 알라하 3유적 중에서 1호분에 묻힌 여성은 25~30세 혹은 조금 더 정확하게 28세에 생을 마감했다. 이제 까지 시베리아 알타이의 ‘얼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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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릭 2호분 은제 거울

2020/03/31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파지릭 유적 2호분] - 2500년 전 알타이 산 파지릭 유적의 2호 무덤을 마감하면서...

 

2500년 전 알타이 산 파지릭 유적의 2호 무덤을 마감하면서...

시베리아의 알타이 남부 파지릭계곡에는 2500년 전 공동묘지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파지릭 유적인데, 2호분에는 남성과 여성 미라가 확인되었다. 이 유적은 스키타이 문화를 이루는 한 장소로서, 알타이에 위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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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타이 문화 가운데서 흑해와 가까운 쿠반 강(카프카스 산맥 북쪽, 강은 흑해로 흘러감) 유역에서 출토되는 거울은 청동으로 제작되었는데 손잡이에 동물문양장식이 부착되었다(그림 1). 예전에 이야기 한 바 있는 그리스-이오니아 양식의 유물로, 스키타이 인들이 그리스 공방에 주문해서 제작했었을 것으로 본다. 손잡이의 세로 방향 으로 깊게 파인 모습이나, 손잡이가 달린 거울은 그리스 거울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림 1. 에르미타주 소장, 쿠반 지역에서 출토된 스키타이 문화의 거울, 기원전 6세기로 추정,손잡이 포함 길이 35.5, 너비 18cm

 

손잡이가 달린 거울은 시베리아에서도 출토되지만, 막대기 모양의 손잡이 대신 해서 바로 동물문양장식이 부착된다. 청동으로 제작되었고, 맹수 두 마리가 서로 머리를 감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그림 2-아래). 유물은 사글리-바치 II유적 출토품이다. 이 유적은 시베리아의 투바에 위치한다. 투바는 이미 공개한 바 있는 아르잔 유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유적은 기원전 5~4세기 가량으로 파지릭 유적 보다 늦다고 평가받는다.

 

시베리아에서 가장 이른 청동거울로 생각되는 유물은 손잡이가 없고, 거울에 꼭지가 붙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알타이의 서쪽에서 채집된 유물로 알려졌는데, 사슴 6마리가 경면(얼굴보는 면)의 반대쪽에 돌아가면서 표현되었다(그림 2-위). 중앙에 꼭지가 붙어 있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재밌는 점은 이 거울의 사슴표현이다.

 

자세히 보면 사슴의 등에서 목과 가까운 부분에 볼록 솟은 표현이 있다. 발은 쭉 뻗어서 발로 선 자세로 표현되었다. 눈은 매우 지나치게 과장해서 둥글게 그렸다. 스키타이 문화에서 사슴의 등은 대게 편평하게 표현된다. 그리고 주로 사슴은 다리를 배 쪽으로 넣고 무릎을 꿇은 자세였지만, 이 사슴은 다리를 쭉 펴고 있다. 이 유물은 기원전 8~7세기 가량으로 평가받는다.

 

 

 

그림 2. 시베리아의 스키타이 문화의 거울, 위: 청동제, 알타이 서부지역 수집(부흐타르마 라고 알려짐). 에르미타주 소장, 13.5cm, 아래: 청동제, 사글리-바치II유적 기원전 5~4세기, 발굴품

 

거울은 발굴된 유물이 아니라 채집된 유물인데 어떻게 구체적인 연대가 나왔을까?

 

답은 사슴의 표현에 있다.

 

파지릭 고원에서 동쪽에 위치한 투바지역에서 발굴된 아르잔 1유적에서 확인된 유물 때문이다. 아르잔 1유적에서는 봉분(무덤을 덮은 흙) 위에서 사슴돌이 몇 개 발견되었다(그림 3). 사슴돌은 일종의 비석처럼 생긴 것인데, 주로 사슴이 그려져서 사슴돌이라고 한다.(그러나 사슴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사슴돌에는 등이 볼록 솟아있고, 발을 곧추세운 사슴이 그려져 있다(그림 3-1). 뿐만 아니라 이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제 사슴표현에도 발을 뻗어서 표현한 유물이 확인되었다. 아르잔 1유적의 연대가 기원전 834년 기원전 9세기에 이 유적이 만들어졌다면, 청동거울에 그려진 사슴문양도 그 때 유행했던 문양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사슴돌은 이 지역 청동기시대인 카라숙문화에서 아주 널리 유행했는데, 등이 솟은 사슴표현은 그 때부터 전해지던 것이다. 즉 사슴표현 중에서 아주 이른 표현방법이다.

 

 

그림 3. 아르잔 1유적의 봉분 위 사슴돌(1~6)

 

이런 이유 때문에 사슴문양 청동제 거울은 대략 기원전 8세기부터 늦게는 기원전 7세기에 만들어진 유물로 본다. 물론 사슴청동제 거울(그림 2-위)이 출토된 유적이 더 빠를 수 있지만, 고고학자들은 좀 더 보수적인 선택을 한다. 확실한 연대가 있는 유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Scythians: warriors of ancient Siberia. [British Museum. The BP exhibition. Organized with the State Hermitage Museum, St Petersburg, Russia] Ed. by St John Simpson and Dr Svetlana Pankova. London: Thames & Hudson Ltd. 2017. 368 p.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