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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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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해당되는 글 3

  1. 2020.06.05 잔혹한 장례식의 흔적...
  2. 2020.01.02 2020년의 시작하면서...
  3. 2019.04.16 오늘 수업...

강의할 때 늘 시작은 지난시간에 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들어가는 편이다. 특히 지난 슬라이드가 끝나지 않았을때 그렇다. 며칠간 2700년 전 시베리아의 우육고원에 있던 아르잔-2 유적의 무덤방 5호분의 유물을 약간 자세히 보았다.

아르잔-2유적은 직경 80m의 호석(무덤주변을 두른 돌을 호석이라고 부르는데, 아르잔-2호는 거의 성벽 수준이다)내부에 스키타이 문화의 무덤방이 26개가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 나무로 무덤시설을 만든 곳이 주인공 남녀가 매장된 무덤방 5호와 9달 된 어린아이의 무덤방인 11호 였다. 아이는 통나무관에 매장되었다.

 

어린아이의 무덤방에서 남서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서 무덤방 22호가 확인되었다. 무덤은 호석 아래에 설치된 것이다.

2020/05/26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아르잔 유적 2호] - 1m가 안되는 돌널무덤?

 

1m가 안되는 돌널무덤?

2700여 년 전의 시베리아 투바의 무덤인 아르잔-2호는 단순히 하나의 무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주인공 남녀가 묻힌 곳은 5호 무덤방이지만, ‘호석’이라고 둘러쌓인 일종의 무덤�

eastsearoad.tistory.com

 

 

설마? 무덤의 경계에 무덤방을 만들었다고? 그렇다. 한 기라면 약간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그런 무덤방은 14호, 25호, 24호, 26호가 있다 22호가 무덤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그 반대편인 동쪽(14호, 25호)과 남쪽(24호, 26호)에 각각 남아 있다. 남쪽벽이 결실된 상태여서 더 있었을 수도 있다. 특히 동쪽벽에는 유물을 매납한 곳(위의 포스팅에서 노란색 점)도 있기 때문에 호석 아래의 무덤방은 우연히 아니다.

 

무덤방 22호는 돌널무덤(1.3×0.55m, 깊이 0.5m)이고, 21~22살 여성이 한 명 묻혀 있었다. 여성은 좌측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로 매장되었다. 왼팔은 펴고 오른팔은 구부린 상태이다.

 

그림 1.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돌널무덤(석관묘). 무덤은 납작한 돌로 관을 만들었고, 덮개돌도 납작한 돌판 여러 매를 이용했다.

 

여성은 머리에 체칸이라고 부르는 스키타이 문화의 전투용 도끼로 맞아서 죽임을 당한 것이 두개골에 그대로 드러난다.

두개골 부위에서 오른쪽 눈썹뼈 부근부터 정수리까지 4개의 흔적(그림 2)이 남았는데, 크기는 다르지만, 2개의 무기에 의해서 난 구멍이다. 정수리 아래의 타격(큰 구멍)으로 뼈를 완전히 부수지 못했지만 정수리까지 뼈가 갈라졌다. 사각형의 구멍은 이마의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해 있다.

 

 

그림 2.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여성의 두개골

 

 

 

이 여성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죽임을 당했지만, 유품은 함께 묻어주었다.

청동거울(그림 1-3의 1), 청동제 원뿔모양 구슬(그림 1-3의 2), 황금과 아말금으로 제작된 산양모양모자장식판(그림 1-3의 3), 귀걸이(그림 1-3의 4와 5), 터키석제 구슬, 사슴이빨로 제작된 펜던트(그림 1-3의 7), 목걸이(그림 1-3의 8), 시금석(touchstone그림 1-3의 9), 철제 칼(그림 1-3의 10), 청동바늘이 출토되었다.

 

청동거울(그림 3-5, 그림 4-11)은 우측 골반뼈 옆에서 출토되었는데, 별 다른 문양(직경 11.2cm, 높이 1.2cm, 두께 0.35cm) 없이 뒷면 중앙에 꼭지만 붙었다.

청동제 원뿔모양 구슬(그림 4-1~5, 그림 3-7)은 가죽으로 된 끈에 끼워서 썼을 것인데, 시금석(그림 2-6)의 구멍에 끼운 가죽을 장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철제칼(그림 2-4, 그림 3-12)은 역시 청동거울과 함께 우측 골반부위에서 출토되었는데, 칼끝의 부식상태가 심하다. 출토당시에 목제로 된 칼집과 함께 출토되었는데 거의 남아 있지 못하다. 칼집은 칼끝만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시금석은 좌측 허리부위에서 출토되었는데, 직사각형 모양이다. 옥(jade)?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슴의 이빨로 제작된 펜던트 5점(그림 3-6~10)이 확인되었는데, 가장자리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림 3.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4-7) 출토유물, 1~3은 무덤방 20호.

 

 

 

그림 4.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출토유물

 

 

여성의 머리 위에는 산양모양을 한 장식판(그림 5-6, 그림 6-1)이 출토되었는데, 모자에 달렸던 물건이다. 황금과 아말감으로 제작된 것이다. 산양은 다리를 배쪽으로 말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서 설명했던 호랑이 장식판과 상당히 다른데, 근육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근육표현은 밀랍으로 만들어진 거푸집에서 제작한 것이라면, 이 황금장식판은 편평한 판에 황금판을 붙여서 만든 것이다. 그 사이를 아말감으로 채워서 표현했다.

 

여성의 귀걸이는 양쪽이 다르다. 오른쪽(그림 5-3, 그림 6-3)은 둥근 링모양이고, 왼쪽(그림 5-5, 그림 6-5)은 고리에 아래로 펜던트 장식이 달려 있고, 고리 위에도 실린더모양의 뼈와 연결되었다. 고리에 달린 수하장식(펜던트)는 원뿔모양의 황금장식판이 연결되었고, 그 아래에 터키석제 구슬을 붙인 것이다.(귀걸이의 제작방법은 이 무덤에서 나온 유물은 다 비슷한데 따로 설명하겠다.)

 

여성의 가슴부위에서 호박(그림 5-7, 그림 6-7), 유리류(그림 5-8, 그림 6-8~25) 등으로 제작된 구슬 345점이 출토되었는데, 목걸이(그림 6-26)를 착용했다. 터키석제 구슬(그림 6-6)도 있다.

 

 

 

그림5.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출토유물(3, 5-8), 1,2는 13B무덤방, 4는 25호 무덤방

 

 

그림 6. 아르잔-2호 무덤방 11호 출토유물

 

예전에도 스키타이 문화에서 장례식 치르는 시기가 정해져서 사람이 죽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아르잔-2호에서도 주인공 남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 무덤의 많은 사람들이 한날 한시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시점에 죽었다면, 그리고 동시에 의식을 치뤘다면........

한 여름의 호러영화같다. 

 

참고문헌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2020. 1. 2. 14:58 카테고리 없음

 

여러분은 최근에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2018년 부터는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래저래 영화보러 가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사실 그 만큼 맘에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 가장 정확한거 같네요.

 

그래도 작년에는 영화는 아니지만 미드인 ‘체르노빌’을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게? 라는 표현은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실제 같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영화로 구상한다는 것, 제가 감독이라면 진짜 어려울 것도 같은데, 또 잘만 만들면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팩트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밌게 본 이유 중에 하나는 영화의 현실감입니다.

거기 나오는 도시의 분위기, 소비에트 도시의 분위기, 소비에트 과학아카데미의 연구소

연구소 내부의 인테리어, 중앙계단으로 올라가서, 중앙에는 2,3층으로 이어지는 높은 벽이 있고 거기에는 연구소를 상징하는 심볼이 걸려 있고, 건물 내부의 목제 인테리어, 바닥의 인테리어 등... 필자가 처음 유학갔을 때 많이 남아 있던 과학아카데미 건물의 모습과도 매우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만. 소비에트 건물은 비슷하면서 서로 다른데, 그런 연구소 분위기가 너무나 생생했답니다.

 

그런데 어색했던것도 있는데 그건 사람의 이름입니다.

예를 들면, 핵발전소에서 마지막에 셧다운 키를 눌렀던 ‘아키모프’는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입니다. 러시아 사람의 성.

그리고 거기 나온 모든 사람은 서로를 지칭할 때 성으로 지칭합니다.

예를 들면 저한테 ‘김!’이라고 하는 것처럼.

 

감독 혹은 작가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두 가지로 추측됩니다.

첫 번째는 러시아인의 이름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러시아인은 푸틴 대통령입니다.

그 분의  풀 네임은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Путин(러시아어), Vladimir Vladimirovich Putin(영문)입니다.

제일 앞 ‘블라디미르’는 이름이고, 그 다음 오는 ‘블라드미르비치Владимирович’는 아버지의 이름에 вич 혹은 ич를 붙인 것입니다. ‘부칭’이라고 합니다.

즉 블라디미르의 아들 블라디미르 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성이 푸틴입니다.

 

그럼 여성은?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은 남성 이름이기 때문에 여성한테는 안 씁니다. 그래서 약간 예를 달리하면 올가Олга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다고 합시다. 아버지가 블라디미르 이면 그 여성의 이름은 ‘올가 블라디미로브나(Владимировна)’이고 아버지의 성에 ‘a’를 붙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성이 푸틴이면 그 딸은 ‘푸티나(Путинa)’가 됩니다.

 

여성 이름 ‘올가 블라디미로브나 푸티나’ (Олга Владимировна Путинa).

 

눈치가 빠르시군요.

이름 만 봐도 여성인줄 알수 있습니다. 부칭과 성의 끝이 ‘a’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 포스팅에서 이름만 봐도 여성인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공으로 쓸일 이 있을 때, 논문, 기사, 글, 등에는 ‘올가 블라디미로브나 푸티나’ (Олга Владимировна Путинa)를 다 쓰지 않고, 성과 이름과 부칭의 앞 글자만 씁니다.

푸티나(Путинa О. В.)-->성은 앞에 쓸 수도 있고, 뒤에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러시아에서 사람 이름을 부를 때는 어떻게 부를까요?

친구끼리는 매우 친밀하게 부릅니다. ‘올가’는 ‘올가’ 올랴, ‘올’ 등등..

‘이브게니’는 ‘이브게니부터, ‘제냐’ ‘젠칸’

‘세르게이’는 세르게이, 세료가, 세료자,

‘니콜라이’는 니콜라이 ‘꼴랴’ ‘꼴’

 

재밌죠? 러시아이름에는 애칭이 있습니다. 친할수록 짧게 축약해서 부릅니다.

아니 스트레스라구요.....^^

 

반대로, 손윗사람이나, 상사 혹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부칭까지 붙이는 게 예의입니다.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르비치’ ‘올가 블라드미로브나’ 등.

 

그러나 상대를 성만 부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전쟁과 평화나 죄와 벌, 등 러시아의 소설에는 등장 인물 이름만 엄청나서 이 사정을 잘 모르면, 독자가 혼란스럽습니다. 앞에 나온 사람 이름 ‘세르게이’가 뒤에서는 ‘세료자’라고 부를 수도 있고 부르는 사람이 그 사람 보다 낮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면 '세르게이 블라디미르비치'라고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다른 나라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분명 ‘체르노빌’은 러시아 사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어’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사람 이름입니다.

어짜피 다른 나라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러시아권 사람들이 보면 뭐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앞 포스팅에서 필자가 러시아어 논문이름만 보고도 전혀 모르는 분임에도 여성인줄 안다고 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2020년이 밝았는데, 필자도 결심한 것들도 많은데, 마음만큼 되는 것도 있고, 되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경험상). 저도 여러분도 좋은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김재윤

posted by 김재윤23

 

오늘 수업은 매우 힘들었다. 아침부터 세월호가 '의도적' 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된다는 갑자기 든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몰도, 구출하지 않은 것도, 오늘의 막말도.

 

수업하다가 문득 한달 전 본 영화생각이 나서 애들한테 해줬다.

 

‘나는 부정한다’라는 영화이다.

주인공은 유대인이며 미국대학의 여성교수인데, 히틀러 학살을 연구하는 현대사전공자이다. 영화는 이 여성학자가 히틀러가 학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늙은 학자와 벌이는 재판과정을 그렸다.

히틀러가 학살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세계2차대전이후 이제 70년을 넘었지만, 존재한다.

물론 우리가 일제 한테 당한 것을 정리못하고 흐릿해지는 것을 방관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명백하게 정리되고 세상이 다 아는 히틀러 학살이지만.

그래도 그런 말도 안되는 사건이 있고, 영화화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도 해주고, 한번 볼 것을 권유했다. 취향에 따라서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래서 역사는 교육되어야 한다.

다시는 그런 잘못이 인간세상에 없기 위해서.

 

곧 잊혀지고, 흐려진 기억에 의해서

혹은 의도된 계획에 의해 날조되어

마치 그것이 진실 인 것 처럼 떠돌아다닐것이기 때문에.

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세월호도 이렇게 날조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세월호의 진위는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고, 더 이상 늦기 전에 일제식민청산도 반드시 해야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얼마나 많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 날조되었을까?

 

역사교육은 교육의 시작이자 끝이 되어야 한다.

................

 

김 재 윤

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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