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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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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할 때 늘 시작은 지난시간에 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들어가는 편이다. 특히 지난 슬라이드가 끝나지 않았을때 그렇다. 며칠간 2700년 전 시베리아의 우육고원에 있던 아르잔-2 유적의 무덤방 5호분의 유물을 약간 자세히 보았다.

아르잔-2유적은 직경 80m의 호석(무덤주변을 두른 돌을 호석이라고 부르는데, 아르잔-2호는 거의 성벽 수준이다)내부에 스키타이 문화의 무덤방이 26개가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 나무로 무덤시설을 만든 곳이 주인공 남녀가 매장된 무덤방 5호와 9달 된 어린아이의 무덤방인 11호 였다. 아이는 통나무관에 매장되었다.

 

어린아이의 무덤방에서 남서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서 무덤방 22호가 확인되었다. 무덤은 호석 아래에 설치된 것이다.

2020/05/26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아르잔 유적 2호] - 1m가 안되는 돌널무덤?

 

1m가 안되는 돌널무덤?

2700여 년 전의 시베리아 투바의 무덤인 아르잔-2호는 단순히 하나의 무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주인공 남녀가 묻힌 곳은 5호 무덤방이지만, ‘호석’이라고 둘러쌓인 일종의 무덤�

eastsearoad.tistory.com

 

 

설마? 무덤의 경계에 무덤방을 만들었다고? 그렇다. 한 기라면 약간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그런 무덤방은 14호, 25호, 24호, 26호가 있다 22호가 무덤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그 반대편인 동쪽(14호, 25호)과 남쪽(24호, 26호)에 각각 남아 있다. 남쪽벽이 결실된 상태여서 더 있었을 수도 있다. 특히 동쪽벽에는 유물을 매납한 곳(위의 포스팅에서 노란색 점)도 있기 때문에 호석 아래의 무덤방은 우연히 아니다.

 

무덤방 22호는 돌널무덤(1.3×0.55m, 깊이 0.5m)이고, 21~22살 여성이 한 명 묻혀 있었다. 여성은 좌측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로 매장되었다. 왼팔은 펴고 오른팔은 구부린 상태이다.

 

그림 1.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돌널무덤(석관묘). 무덤은 납작한 돌로 관을 만들었고, 덮개돌도 납작한 돌판 여러 매를 이용했다.

 

여성은 머리에 체칸이라고 부르는 스키타이 문화의 전투용 도끼로 맞아서 죽임을 당한 것이 두개골에 그대로 드러난다.

두개골 부위에서 오른쪽 눈썹뼈 부근부터 정수리까지 4개의 흔적(그림 2)이 남았는데, 크기는 다르지만, 2개의 무기에 의해서 난 구멍이다. 정수리 아래의 타격(큰 구멍)으로 뼈를 완전히 부수지 못했지만 정수리까지 뼈가 갈라졌다. 사각형의 구멍은 이마의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해 있다.

 

 

그림 2.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여성의 두개골

 

 

 

이 여성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죽임을 당했지만, 유품은 함께 묻어주었다.

청동거울(그림 1-3의 1), 청동제 원뿔모양 구슬(그림 1-3의 2), 황금과 아말금으로 제작된 산양모양모자장식판(그림 1-3의 3), 귀걸이(그림 1-3의 4와 5), 터키석제 구슬, 사슴이빨로 제작된 펜던트(그림 1-3의 7), 목걸이(그림 1-3의 8), 시금석(touchstone그림 1-3의 9), 철제 칼(그림 1-3의 10), 청동바늘이 출토되었다.

 

청동거울(그림 3-5, 그림 4-11)은 우측 골반뼈 옆에서 출토되었는데, 별 다른 문양(직경 11.2cm, 높이 1.2cm, 두께 0.35cm) 없이 뒷면 중앙에 꼭지만 붙었다.

청동제 원뿔모양 구슬(그림 4-1~5, 그림 3-7)은 가죽으로 된 끈에 끼워서 썼을 것인데, 시금석(그림 2-6)의 구멍에 끼운 가죽을 장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철제칼(그림 2-4, 그림 3-12)은 역시 청동거울과 함께 우측 골반부위에서 출토되었는데, 칼끝의 부식상태가 심하다. 출토당시에 목제로 된 칼집과 함께 출토되었는데 거의 남아 있지 못하다. 칼집은 칼끝만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시금석은 좌측 허리부위에서 출토되었는데, 직사각형 모양이다. 옥(jade)?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슴의 이빨로 제작된 펜던트 5점(그림 3-6~10)이 확인되었는데, 가장자리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림 3.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4-7) 출토유물, 1~3은 무덤방 20호.

 

 

 

그림 4.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출토유물

 

 

여성의 머리 위에는 산양모양을 한 장식판(그림 5-6, 그림 6-1)이 출토되었는데, 모자에 달렸던 물건이다. 황금과 아말감으로 제작된 것이다. 산양은 다리를 배쪽으로 말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서 설명했던 호랑이 장식판과 상당히 다른데, 근육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근육표현은 밀랍으로 만들어진 거푸집에서 제작한 것이라면, 이 황금장식판은 편평한 판에 황금판을 붙여서 만든 것이다. 그 사이를 아말감으로 채워서 표현했다.

 

여성의 귀걸이는 양쪽이 다르다. 오른쪽(그림 5-3, 그림 6-3)은 둥근 링모양이고, 왼쪽(그림 5-5, 그림 6-5)은 고리에 아래로 펜던트 장식이 달려 있고, 고리 위에도 실린더모양의 뼈와 연결되었다. 고리에 달린 수하장식(펜던트)는 원뿔모양의 황금장식판이 연결되었고, 그 아래에 터키석제 구슬을 붙인 것이다.(귀걸이의 제작방법은 이 무덤에서 나온 유물은 다 비슷한데 따로 설명하겠다.)

 

여성의 가슴부위에서 호박(그림 5-7, 그림 6-7), 유리류(그림 5-8, 그림 6-8~25) 등으로 제작된 구슬 345점이 출토되었는데, 목걸이(그림 6-26)를 착용했다. 터키석제 구슬(그림 6-6)도 있다.

 

 

 

그림5. 아르잔-2호 출토, 무덤방 22호 출토유물(3, 5-8), 1,2는 13B무덤방, 4는 25호 무덤방

 

 

그림 6. 아르잔-2호 무덤방 11호 출토유물

 

예전에도 스키타이 문화에서 장례식 치르는 시기가 정해져서 사람이 죽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아르잔-2호에서도 주인공 남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 무덤의 많은 사람들이 한날 한시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시점에 죽었다면, 그리고 동시에 의식을 치뤘다면........

한 여름의 호러영화같다. 

 

참고문헌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