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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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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9.12 드네프르강의 기원전 4세기 골제 빗
  2. 2021.09.09 뱀 다리 여성...?
  3. 2020.02.20 1인치 공간의 예술

 

드네프르강 유역의 가이모노바 쿠르간에서는 기원전 7세기부터 등장하는 여신상이 그려진 골제판이 한 점 출토되었다. 가로 길이가 10cm가량의 이 유물은 같은 크기의 골제판에 남성이 그려진 그림과 함께 무덤방 3번에서 출토되었다.

 

그런데 이 유물은 반원형 아래에 붙은 띠모양 판이 더 발견되었다. 여성 아래에는 화초문양 남성 아래에는 새가 그려진 판이 더 있었다. 결국 이 유물은 머리 빗의 장식판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머리빗의 하단부는 보존되지 못했지만 크기가 같은 2개씩의 장식판은 머리장식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유물로 솔로하 유적의 황금빗이 있다(포스팅참고). 인물이 장식되어 있고 비슷한 크기로 가이모노바 유적의 골제 빗을 복원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그림 1. 가이모노바 유적의 골제 빗, 1번 남아 있지 않음

 

2020.02.10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 동쪽/아크 알라하 1유적] - 2500년 전, 어느 그리스 장인의 스키타이 전사에 대한 기억

 

2500년 전, 어느 그리스 장인의 스키타이 전사에 대한 기억

그림 1. 솔로하 출토 황금빗, 에르미타주 소장, 전체 모습은 앞의 포스팅 참고 그림 2. 솔로하 출토 황금빗, 에르미타주 소장, 말탄 스키타이 전사의 모습, 투구는 코린트 식 그림 3. 솔로하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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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이 유물을 보고한 사람들은 뱀다리 여신이라는 표현을 필자는 맘에 들지 않아 했다. 여성의 다리부분이 뱀 이라기 보다는 화초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뱀 다리 여성이라는 표현은 결국 또 헤로도투스의 기사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포스팅한 바 있는 볼쇼야 침발카 유적과 쿨 오바 유적의 여성형상물은 옷의 끝자락 장식으로 뱀을 장식하고 있다.

 

그럼 과연 이들 유물은 그냥 그리스 신화속의 뱀 여성을 표현한 것일까?

 

 

로스토에프(1922)는 그리스 예술의 하위개념으로 스키타이 문화를 생각했지만 베스소노바(1983)는 달랐다. 스키타이 문화에서도 땅(지하)의 신이 있었고(헤로도투스가 스키타이 신을 나열하면서 있었음) 이는 뱀 신과 연결된다고 보았다. 그리스의 에키드나, 메수사도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가이모노바 유적의 여성상에 그려진 화초는 지하신의 생명력을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여성의 옷자락에 뱀만 그려졌다면 자칫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가이모노바 유적에서 화초가 그려진 유물이 발견되면서 이 여성이 의미하는 바가 땅의 생명력을 의미하며 뱀 다리 여성도 같은 의미 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죽음을 의미하는 세이렌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참고문헌

Бидзиля В. И., Полин С. В. Скифский царский курган Гайманова могила. — К.: «Скиф», 2012. — 752 с. (비드질라, 폴린 2012, 스키타이 차르의 쿠르간 가이마노바)

Бессонова С. С. Религиозные представления скифов. – К., 1983.(베스소노바 1983, 스키타이의 종교적 믿음)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드네프르 강 유역의 스키타이 문덤인 가이모노바 유적의 뱀 다리 여신이라고 명명한 반원형 골제판이 출토되었다.

2021.09.08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 문화 서쪽/가이모노바 유적] - 동유럽 기원전 4세기 무덤에서 발견된 여성과 남성

 

동유럽 기원전 4세기 무덤에서 발견된 여성과 남성

흑해지역의 스키타이 문화권에서는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 오랫동안 유지되는 인간형상물은 양손을 밖으로 벌이고 두 마리 동물을 잡고 있는데 스키타이 신화 속의 여성신으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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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뱀다리 여신은 스키타이 문화만의 특성이 아니다. 그 이전 시대인 청동기시대와 신석기시대에도 출토되며 흑해지역 뿐만 아니라 그리스, 독일,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북유럽에서도 뱀과 관련된 여신은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에도 20세기 초까지 뱀을 숭배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 부분은 마리야 김부타스의 글을 인용한 것인데 그녀의 어머니가 집의 마룻장 아래에 뱀을 살도록 했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유럽인들에게 뱀은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흑해지역 주변에 동석기시대 쿠쿠테니 트리폴리예 문화의 초기 사바티니브카 II유적(기원전 4600~4400년)에서는 특별한 유구가 발견되었다. 면적은 70㎡이고 단이 있는 건물지 안에서 인간형상물 16개점이 출토되었다. 여성상으로 1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이 없다. 팔이 있는 여성형상은 뱀을 껴 앉고 있다. 여성형상물의 얼굴은 머리 끝이 뾰족해서 인간이 아닌 뱀을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유구에는 빵을 구웠던 것으로 보이는 페치카와 태운 소뿔이 담긴 접시들과 토기도 출토되었다. 일종의 의례장소로 생각된다.

 

그림1. 쿠쿠테니 트리폴리예 문화의 사바티니브카 II유적의 의례장소(1: 돌바닥, 2: 페치카, 3: , 4: 의자, 5: 여신상 6: 토기)

 

그림 2. 사바티니브카 II유적의 여성형상물

 

쿠쿠테니 트리폴리예 문화의 여성형상물은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가슴보다는 둔부가 매우 크게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신체 전면에 파도문이 있는 것이 많이 발견된다.

 

그림 3. 쿠쿠테니 트리폴리예 문화의 여성형상물

 

스키타이 문화의 뱀다리 여성이라고 알려진 가이모노바 유적의 골제판 속의 여성과 쿠쿠테니 트리폴리예 문화의 뱀다리 여성(그림 2)은 너무 다르다. 출토된 곳도 전자는 무덤이고 동석기시대의 유물은 집자리 혹은 신전이다. 말은 같지만 가르키는 바가 너무 다르다.

가이모노바 유적의 골제판 위에 여성형상을 뱀다리 여신이라고 한 것은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다르게 표현했을 수 있다. 그러나 스키타이 문화 연구자들은 간과 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뱀에 대한 숭배는 그리스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흑해지역의 순동시대에도 있었고 유럽전체에 신석기시대부터 퍼져 있던 신앙 중에 하나라는 점이다.

 

또 한가지 염두해두어야 할 것은 스키타이 문화에서 하이브리드 동물형상이 발견되는 것은 맞지만 사람과 동물이 결합되는 하이브리드는 이미 신석기시대부터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베리아에서도 있어왔고 초원스텝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

 

참고문헌

Gimbutas Marija ,1989. The Language of the Goddess: Unearthing the Hidden Symbols of Western Civilization. San Francisco: Harper & Row.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는 시베리아 황금유물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유물이 소장되었다. 표트르 1세가 시베리아에서 총독이었던 가가린을 통해서 수집한 유물임을 알았다. 그 유물은 수채화로 그려져서 보관되었는데 수채화는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필자도 수채화를 공간된 책(Scythians: 2017)을 통해서 공개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2017년 영국에서 열린 스키타이유물특별전이 그간 열린 전시회 가운데 가장 크게 열렸다고 전해진다.

 

가가린이 보낸 유물이지만 수채화에는 없는 재미있는 허리띠의 버클이 있다.

길이가 14.5cm, 무게는 180.1m이다. 에르미타주에 소장되었으며, 가가린의 목록에 10번째 유물로 알려져 있다.

두 동물이 싸우는 장면은 스키타이 동물문양장식에서 아주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그런데 이 유물에는 뱀과 늑대가 싸우는 장면이다. 늑대는 다리를 구부린채 싸우고 있는데, 뱀은 늑대 몸통을 휘감고 있다. 뱀의 입은 열려 있고, 늑대 머리위에 있다.

뱀과 싸우는 주제는 시베리아 콜렉션 가운데 딱 2점이 알려졌는데 그 중에 하나이다. 그리스 유물에도 뱀이 등장할 때는 독수리와 뱀, 사슴과 뱀이 싸우는 장면만 알려져서 그리스와는 관계없는 유물이다.

 

그림1. 에르미타주 소장, 황금제 버클장식

 

이 유물은 거푸집을 이용해서 제작된 주물기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유물의 주물은 세밀하지 않고, 표면을 다듬지 않은 상태이며, 광택은 이 버클을 오래사용한 결과이다. 이 유물에서는 늑대의 달걀모양 귀와 코 앞의 나뭇잎, 꼬리에는 다른 돌을 끼워 넣어서 표현했던 것인데, 상감기법이라고 한다(그림 2-1).

 

그림2.  에르미타주 소장, 황금제 버클장식, 그림1과 같은 유물. 1번은 그림1의 다른 면이다. 그림 2-1을 보면 늑대 코와 뱀 사이의 장식물이 확실히 나뭇잎임을 알 수 있다. 만약에 이 나뭇잎이 없었다면 버클로써의 역할을 못했을 것이다. 

 

이 버클의 뒷면(그림 2-1)에는 늑대의 앞발 아래에 거친 직조물이 붙어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직조물의 밀집도는 1㎠ 당 16×18정도이다(그림 3).

 

 

 

그림3. 시베리아 황금컬렉션의 유물에 부착된 직조물, 이 중에서 3번째가 뱀과 늑대 싸움의 버클에 붙어 있던 장식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요? 앞뒤면을 다 봐도 걸쇠가 없다(벨트에 달려면 그 부분이 있어야 된다. 불룩 튀어나오면 반대편 가죽 벨트에는 구멍이 있으면 되고, 버클에 구멍이 있으면 반대편에 걸쇠가 밖힌 부분을 만들면 된다. 자신이 가진 벨트를 잘 살펴보시기를...)

 

이 유물은 주물해서 만들어낸 동물문양장식에 사각형 플레임은 나중에 땜질로 붙인 것이다. 짧은 면을 가장 마지막에 붙였다.  이 유물에서 벨트에 고정할 수 있는 공간은 늑대의 코 앞에 붙은 나뭇잎 사이(그림 2-1)의 둥근 원형 구멍이다. 뱀과 늑대사이의 나뭇잎이 있어야만 고정시킬 수 있는 구멍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고정시키는 것은 뱀이었고 뱀 바깥에 있는 사각형 프레임이 있어야 비로소 더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베리아 콜렉션에서 사각형 프레임의 버클 장식에는 둥근 원형의 구멍이 있는 경우가 또 있다. 이 유물에서 둥근 구멍이 눈에 바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다른 빈공간이 많아서 인데, 다른 유물은 그렇지 않다.

 

디테일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루덴코 1962, Руденко С.И. 1962 : Сибирская коллекция Петра I. / САИ Д3-9. М.-Л.: 1962.(루덴코 1962, 표트르 1세 시베리아 콜렉션)

Scythians: warriors of ancient Siberia. [British Museum. The BP exhibition. Organized with the State Hermitage Museum, St Petersburg, Russia] Ed. by St John Simpson and Dr Svetlana Pankova. London: Thames & Hudson Ltd. 2017. 368 p.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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