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파지릭 5호분에서 출토된 대형의 벽걸이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얼굴이 다른 남녀가 표현되어 있었다. 특히 남성은 말을 타고 있었는데, 남성의 복장은 알타이 지역의 2500년 전 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짧고 달라붙는 상의 자켓과 하의를 착용했지만, 남성이 타고 있는 말은 달랐다. 알타이에서 출토되는 유물과 흡사한 굴레장식과 고리투스(활과 화살통), 안장 및 덮개 등이 그렇다. 이 벽걸이의 오른쪽 하단에서 확인된 반인반수로 표현된 사람도 얼굴은 말탄 남성과 유사하다. 반인반수, 피닉스, 말탄 남성 뿐만 등은 알타이가 아닌 외부적인 성격으로 생각된다. 의자에 앉은 여성이 들고 있는 꽃 모양 등도 마찬가지이다.
스키타이 문화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표트르 1세는 17세기 후반부터 스키타이 유물을 수집했고, 황금 유물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학문적’인 스키타이 문화의 무덤이 발굴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에 흑해북안에서부터 이다. 흑해북안에서 출토된 유물이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유물과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지만, 켈레르메스 등 여러 유적이 발굴되고, ‘다르지만 비슷한 요소’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그림 1. 흑해 북안과 쿠반강. 쿠반강은 코카스서 산맥의 북쪽 지역이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필자는 흑해북안의 유물이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수집품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쿤스트카메라에 같이 소장되기 시작하면서 더 그런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이관하기 이전에는 쿤스트카메라에 소장되었다.
지도를 펴서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흑해(현재 우크라이나 남부)는 그리스와 가깝다. 그래서 흑해북안에서 출토된 유물은 스키타이 민족들이 그리스의 소 도시에서 주문받아서 만들게 되면서 스키타이 요소+그리스 혹은 근동적인 요소가 함께 섞인 유물이 나오게 되었다. 이를 그리스-이오니아 양식이라고 하는데, 알타이가 발굴되기 이전까지 동물문양장식의 기원을 그리스-이오니아양식에서 찾으려고 했다(파르마콥스키 1914).
흑해북쪽과 가까운 곳으로 쿠반강 유역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서 이란(페르시아)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의 특징에서 스키타이문화의 기원을 찾으려는 연구자도 있었다(로스톱체프 1925). 그는 아주 빈약한 유물로 이란의 청동유물, 쿠반 강, 흑해북안, 중국의 오르도스 지역의 유물을 유사성을 주장했는데, 그가 주장한 바는 20년이 지나서 유물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1947년 이란의 북쪽 지비예 유적에서 확인된 유물이다. 이 유적의 유물은 여러 이란적인 요소+스키타이 동물문양이 묘사되었고, 고다르드는 기원전 9세기 까지 올라간다고 생각되어 스키타이 문화의 기원과 일정정도 연관이 있다고 믿었다(페레보드치코바 1994). 그러나 이 유적은 연대가 지나치게 빠르고 흑해북안의 스키타이문화권 유적인 켈레르메스(기원전 7~6세기)정이다. 왜냐하면 그 뒤에 비슷한 유물이 출토되는 유적이 많이 발굴되었는데 대략 기원전 7~6세기대의 유적이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의 남부 투바 아르잔에서 1971~1974년에 걸쳐서 발굴된 유적은 스키타이 문화의 기원을 시베리아로 옮겨놓게 되었다. 이 유적은 기원전 9~8세기로 연대가 확정되었고 그 근거는 나무나이테 연대측정법과 탄소연대측정법에 의한 것이었다(테르네노시킨 1976, 그랴즈노프 1980). 발굴당시에 연대측정되었고, 2000년대 들어와서 다시 유적들의 연대측정을 실시했으나 같은 결과였다(알렉세프 외 2005). 아르잔 1유적에서는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표범장식이 확인되었고, 무덤의 구조물로 쓴 부자재 가운데 사슴이 그려진 돌들이 발견된다. 이름해서 사슴돌이라고 하는데, 사슴돌에 그려진 사슴의 모습은 알타이 유적의 유물과도 그 모습에서 관련성이 확인된다.
그림 2. 시베리아 남부, 투바의 아르잔 1, 왼쪽 가장 상단의 그림(1)과 오른쪽 상단(5)에 사슴이 그려져 있는데, 사슴돌이라고 한다. 아르잔 유적의 위치는 포스팅되었다. 사슴돌은 비석과 같은 모습이다. 글자 대신 그림이 그려져 있다.
스키타이문화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외부와 내부설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스키타이문화권이 흑해 북안부터 시베리아에 걸쳐서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었다면, 그 외연인 흑해북안은 그리스와 이란 지역과 멀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문화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파지릭 5호분에서 확인되는 남성의 모습이나 꽃 모양 등이 이유 없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고문헌
그랴즈노프 1980, Грязнов М.П. 1980 : Аржан.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ранне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Л.(그랴즈노프 1980, 초기스키타이문화의 차르 무덤, 아르잔)
파르마코프스키 1914, Фармаковский Б.В. 1914, Архаический период в России. — MAP, 1914, №34. (파르마코프스키 1914, 러시아의 고대시대)
로스토프체프, 1925. Ростовцев М.И. Скифия и Боспор. Л., 1925 (로스토프체프 1925, 보스포르 지역의 스키타이)
테레노시키니 1976, Тереножкин. А.И. Киммерийцы. Киев, 1976.(테레노시킨 1976, 킴메리츠 )
알렉세프 외 2005, А.Ю. Алексеев 2005, Евразия в скифскую эпоху: радиоуглеродная и археологическая хронология. СПб: «Теза». 2005(유라시아 스키타이 시대: 탄소연대)
페레보드치코바 1994, Е.В. Переводчикова 1994, Язык звериных образов. Очерки искусства евразийских степей скифской эпохи(페레보드치코바 1994, 언어로서의 동물문양장식)
Godard A. Le trésor de Ziwiye (Kurdistan). Haarlem, 1950.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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