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국경내에 있는 알타이의 서부에서 발견된 베렐 유적(해발 1000~1100m)은 알타이의 파지리크 유적(해발 1500m)과 많이 닮아 있다. 카자흐스탄에 있는 스키타이 문화권의 유적들을 ‘사카문화’라고 하는데, 이 베렐 유적은 사카문화의 특징과도 다르다.
파지리크 유적과 마찬가지로 무덤을 깊게 파고 나무무덤방(세부차이는 있음)과 통나무관을 썼다. 남겨진 유물도 대부분 마구의 굴레장식과 누군가에게는 별로 쓸모없이 보이는 골제와 청동제 화살촉, 투부(전투용도끼) 등이다. 굴레에 달았던 장식은 대부분 나무가 주요소재이고 그 위를 금박종이로 덮은 것이다.
베렐 유적의 11호분에는 파지리크 유적에서와 마찬가지로 말과 인간이 둔갑?을 하는 물건들이 발견된다. 인간얼굴에 머리에는 뿔이 있고 몸통은 맹수를 하고 있는 유물이다(그림 1). 유적을 발굴한 사마세프 박사는 그림 1의 유물이 11호분 남성의 모자장식이라고 생각하고, 스핑크스라고 이름 지었다. 사실 파지리크 유적 5호분의 캐노피에 묘사된 동물흉내를 내고 있는 남성(그림 2-4)을 스핑크스라고 했던 루덴코(1953)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그런데 베렐 유적의 유물은 얼굴만 동물이고, 스핑크스라는 용어가 적절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베렐 유적 11호분의 인간+맹수 장식
그림 2. 파지리크 유적의 사슴으로 둔갑한 남성
뿐만 아니라 말의 마스크 부속품인 목제 뿔이 발견되었다. 산 염소 뿔을 흉내낸 것인데 파지리크 유적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다.
앞서서 베렐 유적에서 출토된 화살촉을 보여 드린 바 있는데, 같은 카자흐스탄의 유적인 실릭티 유적과도 차이가 있었다. 베렐유적과 실릭티 유적은 무덤(구조), 동물장식(소재와 형태), 무기(형태) 등 차이점이 많다. 베렐 유적은 스키타이 동부 지역(투바와 알타이), 실릭티 유적은 스키타이 서부(흑해지역)과 좀 더 닮아 있다. 그러나 베렐 유적과 실릭티 유적은 모두 화살을 주인공과 함께 부장했다는 공통점은 있다.
무기에 대해서 좀 더 적고 싶으나 카자흐스탄 유적의 정보들은 대부분 황금유물에만 집중되어 보고되어 있다.
참고문헌
Sören Stark and Karen S. Rubinson with Zainolla S. Samashev and Jennifer Y. Chi 2012, Nomads and Networks: The Ancient Art and Culture of Kazakhstan, Princeton University Press
루덴코 1953 Руденко С.И. 1953 : Культура населения Горного Алтая в скифское время. М.-Л.: 1953. 402 с.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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