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스키타이 문화의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서는 스키타이 신화 속의 인물이 등장한다.
스키타이 여신인 아르김파사 혹은 소아시아(현재의 아나톨리지역)에서 유행한 키벨레(Cybele)가 자주 등장한다. 켈레르메스 유적의 은제 거울, 침발카 유적의 마면장식, 쿨-오바 유적의 황금장식판 등이 있다. 켈레르메스 유적은 기원전 7세기이고 나머지 유적은 기원전 4세기이다.
켈레르메스 유적의 은제 거울은 그리스에서 제작되어서 주인공 여성이 키벨레라고도 하지만, 원래 키벨레 숭배사상은 아나톨리 지역에서 먼저 생겨서 그리스가 수입해 간 것이다. 또 쿨-오바 유적의 여성이 한 손에는 단검, 한 손에는 헤라클레스의 머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키벨레 보다는 스키타이 신화의 아르김파사를 상징할 가능성이 많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유적에서 비슷한 구도의 여성이 계속 출토되는데, 제작지가 다른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의 형상이 계속 유물에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주문자의 요구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주문자는 스키타이 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신화 속 인물을 주문한 물건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많다(김재윤).
스키타이 여신 아르김파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신의 모습에 변화가 많다.
침발카 유적, 쿨-오바 유적의 여신은 켈레르메스 유적의 여신과 양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달라지고, 날개 표현이 다르다. 옷자락의 끝에 뱀의 몸통을 한 그리핀을 장식한 것은 같다.
그런데 기원전 4세기의 유물 중에는 두 손과 동물이 없고 날개만 있는 여신이 출토된다. 볼쇼야 블리즈니차(Большая Близница, Bol'shaya Bliznitsa)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그림 1)이 있고, 유적명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접한 곳에서 출토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 장식판이다(그림 2).
손은 없고 날개와 하반부의 옷자락 끝이 둥근게 말려 있다. 두 유물 모두 날개 끝과 머리장식, 옷자락(하반식)에 구멍이 있는데, 어딘가에 걸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두 유물은 얼굴의 크기와 몸 통의 전체 비율에 차이, 하반부의 옷 자락에 표현의 차이가 있지만, 다산의 상징인 스키타이 여신 아르김파사를 형상화 한 것이다.
그림 1. 볼쇼야 블리지니차 유적 출토, 황금장식판, 길이 5.3cm(아르타모프 1961)
그림 2. 기원전 4세기의 여신상, 황금장식판, 흑해부근 출토.(굴랴예프 2005)
기원전 4세기의 유물 가운데 두 손 대신 날개표현 및 옷 자락 끝에 나선모양 장식으로 변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보스포러스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기원전 5세기 이후에는 스키타이 문화의 유적에서 그리스 문화의 영향이 강하게 반영된다고 한다. 스키타이 여신 아르김파사가 동물문양 대신에 옷자락 끝이 나선문양으로 바뀌게 된 것도 사회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Артамонов М.И. 1961 : Антропоморфные божества в религии скифов. // АСГЭ. [Вып.] 2. Л.: 1961. С. 57-87.(아르타모프 1961, 스키타이 의례 속의 의인화된 신)
Гуляев В.И. 2005 : Скифы. Расцвет и падение великого царства. М.: «Алетейя». 2005(굴랴예프 2005, 스키타이, 위대한 왕국의 흥망성쇠)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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