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에서 이어서..
시베리아에는 순동이 출토되는 특별한 시기가 있다. 4700~4000년 전 글라스코보(Глазково, Glazkovo) 문화이다. 순동시대는 동유럽의 카르파티아 산맥부터 알타이 산맥 및 바이칼 유역까지만 존재하는데, 시베리아의 바이칼 유역이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문화에서는 석관묘 무덤 속에서 인간형상물들이 확인된다. 대표적인 우스타-우다(Усть-Уда;Ust'-Uda) 유적 4호(그림 8)에서는 꼭 닮은 인간형상물 2점이 쌍으로 매장되었다. ‘쌍’으로 매장되는 특징은 베르홀렌스크 유적 26호, 세묘노보 유적 등 글라스코보 문화의 다른 유적에서도 보이는 현상이다. 특히 우스티-우다 유적에서는 원판형 옥기(그림 8-8~13, 19~22), 벽옥형 옥기(그림 8-17,18) 등과 함께 인간형상물이 매장되었는데, 오클라드니코프(Окладникв А.П.;Okladnikov A.P.)는 민족지 자료를 이용해서 샤먼의 무덤으로 추정한 바 있다(오클라드니코프 1978).
이 문화의 인간형상물은 성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깨에 선을 그어서 옷을 입은 것을 표현하고 있다. 우스티-우다 유적에서 발견된 하얀색 옥은 죽은이의 옷에 달았던 것이다(김재윤 2020). 만약에 묻힌 이가 샤먼이었다면, 하얀색 옥을 신성시 하는 문화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중국동북지방 뿐만 아니라 바이칼 유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중국 홍산문화의 유적으로 알려진 합민망합(哈民忙哈) 유적에서 나오는 다수의 백옥색 옥제품의 원산지가 바이칼 유역이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吉平· 朱永剛 2018). 중국에서는 우유빛의 하얀 옥을 신성시 하는 5000여 년전 중국동북지방의 관념도 원산지에서 가져 온 관념일 수 있다.
글라스코보 문화가 끝나고 시베리아에서는 여러 계통의 청동기문화가 들어선다. 그 가운데 대략 4500~3900년 전(기원전 25~19세기) 오쿠네보 문화(Окунево, Okunevo) 는 재지적인 문화로 알려져 있다. 오쿠네보 문화 보다 선행하던 아파나시에보(Афанасьево, Afanasievo) 문화는 서쪽에서 이동한 것이지만 오쿠네보 문화는 그렇지 않다. 그때문인지 재지의 신석기시대 문화의 전통은 오쿠네보 문화에서 받았다(김재윤 2019).
오쿠네보 문화는 글라스코보 문화와 마찬가지로 석관묘 전통이지만, 여러 무덤이 하나의 호석 안에서 설치되어 있는 구조이다. 시간에 따라서 호석의 평면(원형과 방형) 및 그 안에 배치된 석관묘에도 변화가 있다. 인간형상물은 이 문화의 가장 마지막 시기에 출토된다(김재윤 2020b). 동물의 뼈로 제작되었고 여성과 남성은 구분되어서 제작되었다. 여성형상물(그림 9-4~7)은 전체적으로 평면형태는 타원형이며 납작한 모습인데, 머리 스타일, 장신구, 몸통의 문양 등으로 형태분류가 가능하다. 그에 비해서 남성형상물(그림 9-8~10)은 남성상징모양으로 단면은 원형이고 두상만 표현되었다(김재윤 2020b).
시베리아에서는 후기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줄 곧 무덤속에 부장되며 주로 ‘뼈’를 깎아서 인간형상물로 만들었다. 각 시대 마다 인간형상물의 형태 변화는 있지만 무덤 속에 부장되면서 부활을 향한 그 염원은 지속되었다.
참고문헌
김재윤 2023, 「유라시아 초원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와 ‘여신상’: 전통의 시작부터 극대화까지」, 『한국의 고고학』, 58호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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