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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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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쿨-오바 유적과 러시아의 볼쇼야 블리즈니차 유적은 지척에 위치하고 있다. 쿨-오바 유적이 약간 빠르지만 시대나 문화적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유적 모두 스키타이 문화와 그리스 문화가 공존했던 유목국가 보스퍼러스 왕국에 속했다.

볼쇼야 블리즈니차 유적에서는 모두 3인의 여성과 남성 1명이 매장되었다. 특히 1 매장지의 여성무덤에서는 도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위치를 상징하는 여러 유물이 출토되었다.

2022.09.04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 문화 서쪽/볼쇼야 블리즈니차 유적] - 기원전 4세기 보스퍼러스 왕국의 여성숭배

 

기원전 4세기 보스퍼러스 왕국의 여성숭배

흑해 스키타이 유적 가운데서 볼쇼야 블리즈차 유적은 여성 3인과 남성1인이 함께 매장되었다.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주로 여성물건만 잘 알려져 있었는데, 그 중에 1여성무덤에서는 바구니

eastsearoad.tistory.com

 

 

그 중에는 양 손을 벌리고 동물을 쥐고 있는 모습인 여성이 말의 머리장식에서 발견되었고, 이 유적을 상징한다. 비슷한 유물이지만 동물을 쥐고 있지 않으며, 어깨에 날개를 달고 있는 여성도 있었다(그림 1). 이 유물들은 스키타이 신화 속의 아르김파사를 의미한다. 또 1매장지의 여성은 머리에 칼리프라고 불리는 모자를 쓰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 속의 데메테르 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볼쇼야 블르즈니차 유적은 여러 모로 스키타이 문화와 그리스 문화가 복잡하게 엉켜 있는 곳이다.

 

그림 1. 볼쇼야 블리즈니차 유적, 아르김파사

 

그런데 지척에 위치한 쿨-오바 유적에서는 양상이 약간 다르다. 우선 이 유적의 주인공은 고깔모자를 쓴 스키타이 남성이다. 남성의 모습은 여성 옆에서 발견된 황금 항아리의 표면에 새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식판에서도 살필 수 있었다.

필자는 이 남성과 같은 방향으로 누워있는 여성은 그리스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넓적한 팔찌는 스키타이 문화의 것과는 다르다.

남성의 옷에 달린 장식판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 장식판이 여럿 발견되었다. 아테나의 머리(그림 2), 과일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고 있는 젊은이(그림 3), 사자와 싸우는 헤라클레스(그림 4) 등이다. 남성 주인공의 옷 깃에 달려 있던 스키타이 남성들과 비교해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옷을 입지 않거나 일부만 가린다는 점이다.

 

그림 2. 쿨- 오바 유적의 장식판, 1,4cm

 

그림 3.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과일을 들고 무릎꿇은 소년, 2.4cm

그림 4.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사자와 싸우는 헤라클레스, 2.4cm

 

스키타이 신화 속의 여성들도 나오는데, 거울을 들고 있는 여신(그림5), 그리고 아르김파사의 변형이다. 전통적으로 아르김파사는 맹수를 손에 쥐고 있지만 이 유적에서는 발견된 장식판은 맹수도 아니고, 빈 손도 아니다. 한 손에는 인간의 머리를, 다른 한 손에는 검을 쥐고 있다. 그리고 날개의 끝에도 그리핀 머리가 달려 있는데, 이제까지 발견된 유물 중에서 유일하다. 머리에 쓰고 있는 칼리프도 이 유적에서는 변형된 아르김파사 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림 5.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3.3cm

 

 

쿨-오바 유적이 볼쇼야 블리즈니차 유적보다 이르기 때문에 그리스 문화와 스키타이 문화가 혼합되기 시작한 시점은 기원전 5세기 부터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아르김파사의 문양 전체 변화 속에서 돌출된 유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