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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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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 쿨-오바 유적에는 남성이 주인공인 무덤이다. 이 무덤의 남성은 키가 193cm나 되는 장신이고 고깔콘 모양의 모자와 화려한 복장을 입고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남성의 옷에는 여러 모습의 장식판이 달려 있다. 각배를 들고 의식을 치루는 모습(그림 1), 활통과 활을 들고 있는 모습(그림 2), 2명의 스키타이 전사가 등을 맞대고 활을 겨누는 모습(그림 3), 말을 타고 토끼를 쫓는 모습(그림 4), 말을 타고 창을 겨누고 있는 모습(그림 5)은 장식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5cm

 

그림 2.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6cm

그림 3.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2.8cm

 

그림 4.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5.2×4.3cm

 

그림 5. 쿨-오바 유적의 장식판, 5cm

 

그림 6, 쿨-오바 유적의 항아리

 

또 뿐만 아니라 유명한 황금 항아리에는 스키타이 남성 7인이 나온다(포스팅참고). 무덤의 남성 주인이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의 끝장식에도 스키타이 남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20.08.25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 문화 서쪽/흑해의 전사] - 황금항아리 속의 스키타이 남성

2020.08.27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 문화 서쪽/흑해의 전사] - 말 탄 스키타이 무사

 

 

이들이 모두 같은 사람인지 혹은 누가 누가 같은 사람인지는 특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주인공의 모습을 특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남성들의 모자는 고깔모자이고,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리고 여밈이 있는 카프탄과 다소 품이 넓은 바지를 착용하고 있다. 신발은 발목위로 올라오는 간단하게 생긴 신발(그림5)과 발목이 보이지 않는 구두 모양(그림 6)이 있다.

 

쿨-오바에 매장된 남성이 끝이 뾰족한 고깔모양의 모자를 썼다고 하고,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니, 여러 유물 속에 있는 남성들 중에서 고깔모자를 쓴 이가 중요해 보이기는 하지만,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은 장식판 속의 남성들의 복장은 일상적인 말타기 편한 복장으로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무덤 속의 남성은 매우 화려한 장식을 달고 있는 의상을 걸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덤 속의 모자와 의복은 일종의 ‘수의’였고, 별도로 만들었을 수 있다.

 

무덤 속에 들어간 화려하게 장식된 옷을 의식용(혹은 축제용)으로 따로 만들어서 반드시 수의가 아닐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장식판 속에 각배를 들고 ‘맹약’의식을 치루는 장면(그림 1)에서도 옷은 다른 장식판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옷에 달았던 것으로 보이는 장식판들은 똑같은 것이 없다. 체르토믈리크 유적의 여성옷에 달렸던 장식판이나 솔로하 유적에서 발견된 장식판은 찍어낸 것처럼 똑같고 많이 발견된다. 이 유적에서는 그렇지는 않아서 몇 개 안달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남성의 수의는 다른 무덤 속의 주인공 보다는 소박했다고도 볼 수 있다. 체르토믈리크 유적이나 솔로하 유적은 쿨-오바 유적 보다 늦은 시기이다. 쿨-오바 유적을 기점으로 화려한 수의가 유행했을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의 스키타이 문화의 시베리아 버전인 파지리크 문화의 남성들은 여밈이 없는 긴 상의를 착용하고 무덤 속에 매장되었다. 옷은 여러 번 고친 흔적이 남아 있어서 일상에서도 입었다(폴로스막, 바르코바 2005).

 

 

참고문헌

 

Полосьмак Н.В., Баркова Л.Л. 2005 : Костюм и текстиль пазырыкцев Алтая (IV-III вв. до н.э.).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 2005. 232 с.(폴로스막, 바르코바 2005, 알타이 파지릭 사람들의 의복과 직조물)

Артамонов М.И. 1966 : Сокровища скифских курганов в собрании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Эрмитажа. Прага — Л.: Артия, Советский художник. 1966. 120 с (아르타모노프 1966, 에르미타주 소장 스키타이 무덤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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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