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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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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1 흑해 스키타이 신화의 여신을 배경으로 한 유물

흑해 스키타이 문화의 침발카유적에서 출토된 마면장식에 여신이 표현되어 있다. 양손에 그리핀 머리를 움켜잡고 있는데, 몸통은 뱀의 형상이다. 유물은 그리스에서 제작되었으나, 스키타이 인의 주문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스키타이 신화를 내포했다.

이 여신이 그리스 신화의 Cybele 라고도 하지만 키벨레 숭배자체는 소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여신숭배사상이 그리스로 수입된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 속의 여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스키타이 인들은 자신이 인접한 지역 여러 곳에 물건을 주문제작했는데, 자신의 신화를 배경으로 주문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전통은 기원전 7세기 이후로 계속된다. 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유물은 켈레르메스 유적의 거울, 쿨-오바의 장식판이다.

 

켈레르메스 유적은 기원전 7세기 이상 올라가는데, 이 곳에서 출토된 거울에는 비슷한 여성이 양 손에 맹수를 쥔 채 등장한다. 여성과 함께 반인반수의 괴물도 표현되었는데, 아나톨리 지역의 맹주였던 우라르트(기원전 800-640)에서 유행하던 문양이다. 켈레르메스 거울은 그리스가 아닌 아나톨리 지역 혹은 고대 이란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양손에 맹수를 쥐고 날개를 단 여성은 기원전 7세기 켈레르메스 유적에서 나온 이후부터 계속 출토된다. 침발카 유적의 마면장식은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켈레르메스 은제 거울과 유물자체는 많이 다르다. 최소한 300년 이나 연대차이가 있고 제작지도 다르기 때문이다.

  제작지가 다르고 연대차이가 나면서도 비슷한 구도의 여성이 등장하는 이유는 스키타이 문화를 배경으로 한 주문제작자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원전 4세기 침발카 유적의 마면장식 여신과 비슷한 유물이 쿨-오바(Куль-Оба, Kul-Oba) 유적에서 출토된다. 황금으로 제작된 장식판으로 하반신의 옷 주름 끝에 뱀의 몸통과 그리핀 머리가 장식되었다. 날개도 그리핀으로마감되었다. 산양의 뿔이 달린 머리에 뱀의 몸통이 그려진 것이다. 이 여성의 오른손에는 단검을 쥐고 있고, 다른 손에는 수염이 난 머리를 들고 있다.

 

 

그림 1. 쿨 오바 유적 출토 여신상, 황금, 스키타이 여신 아르김파사

 

앞에서 설명드린 침발카 유적과 켈레르메스 유적의 여신이 Cybele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쿨 -오바에서 출토된 여신은 스키타이 여신 아르김파사일 가능성을 더 높여 준다. 전설에 따르면 이 여신은 헤라클레스를 다루었고, 그리핀 날개가 이 여신임을 표현한다.

 

그런데 여성이 입고 있는 얇은 주름의 옷과 머리장식은 그리스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이 유물 역시 그리스에서 제작되었을 수 있다. 쿨-오바 유적은 침발카 유적과 같은 시기로, 기원전 4세기의 유적이다. 이때는 그리스가 올리비아라는 자신의 도시가 이미 흑해에 세웠던 시기로 그리스와 스키타이와 관련이 깊다. 어떤 학자는 ‘스키타이 귀족의 그리스화(아르타모프 1966)’라고 표현할 만큼 그리스 유물이 많이 출토된다. 쿨- 오바 유적에서도 고대 그리스어가 적힌 그릇이 나오는 등 관련이 깊다.

 

이 유적이 위치한 곳은 크림반도 끝에 위치한 케르치 반도로, 흑해와 아조프해 사이를 가로지르는 곳이다. 기원전 5세기에 케르치반도 및 쿠반지역(카프카스 산맥 북쪽), 아조프해의 스키타이 부족을 통합한 보스포러스 왕국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www.google.com/maps/d/edit?mid=1dttrgVvoA6XC9xHPaMjvGlmKOfYBEVLl&usp=sharing

 

스키타이 문화의 유적 - Google 내 지도

원래 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이라고 불리지만 용어가 어려워서 스키타이 문화권이라고 했음

www.google.com

 

쿨-오바 유적도 1830년부터 조사되기 시작해서 19세기 말에 여러 번 조사되었다. 1875년에 루첸코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봉분의 꼭대기에 돌 무더기 시설이 있었으며 지하무덤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봉분의 북쪽에 있었다. 지하 무덤방은 계단식 층계벽으로 가장 아래에 나무 무덤방이 있었다. 무덤방의 동쪽에는 나무관이 있었고, 그 내부에 35-40세 가량의 인골이 있었다. 머리에는 스키타이 인이 그려진 머리장식, 목에는 스키타이 기병의 조각이 있는 황금 목걸이, 팔과 다리에는 금팔찌가 착장되었다. 부장공간에도 수많은 유물이 놓여 있었다.

 

아쉽게도 무덤의 구조를 알 수 있는 그림은 남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스키타이 여신은 다른 유적에서도 계속 등장한다...

 

참고문헌

 

아르타모노프 1966, Артамонов М.И. 1966 : Сокровища скифских курганов в собрании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Эрмитажа. Прага — Л.: Артия, Советский художник. 1966. 120 с (아르타모노프 1966, 에르미타주 소장 스키타이 무덤의 보물)

Артамонов М.И. 1961 : Антропоморфные божества в религии скифов. // АСГЭ. [Вып.] 2. Л.: 1961. С. 57-87.(아르타모프 1961, 스키타이 의례 속의 의인화된 신)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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