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탁사이-1 유적의 여성 정체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무덤의 구조이다.
탁사이-1 유적에는 무덤이 6개 존재하는데 가장 크고 많은 유물이 출토된 6호분은 낮은 곳에 위치한다. 사실 1~5호분과 다른 계곡에 위치해서, 같은 구성원이 아닐 수 있지만, 발굴자들은 같은 유적으로 묶어서 6호분이라고 명명했다(그림 1).
탁사이-1 유적의 다른 유적은 6호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성의 무덤인 6호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이다.?!
무덤의 중앙구덩이에서도 동쪽벽에 치우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무덤구덩이의 중앙은 비워둔채였다. 그리고 무덤구덩이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도 열을 아주 많이 받았고 청동이 녹은 흔적이 둘러쌓고 있었다. 일부분만 그런 현상이 발견되었다면 우연?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무덤구덩이를 둘러쌓고 있다는 점에서 우연일 수 없고, 의례행위의 과정중에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덤을 3겹이나 둘러쌓고 있는 붉은색과 황색의 퇴적물도 내용물은 달랐겠지만 그런 행위 중에 한 부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을 것이다.
그림1. 탁사이-1 유적의 무덤 배치도
그림 2. 탁사이-1 유적의 6호 평면도
탁사이-1 유적의 6호분 여성과 유사한 유물을 많이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 인접한 필리포프카 유적(지도에서 확인가능함)에는 무덤구조는 전혀 다르다. 무덤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3곳이나 있으며 지하통로를 통해서 지하로 들어가도록 된 구조이다. 무덤의 입구는 봉분 위가 아닌 측면이다. 대개 이런 무덤 구조는 한 번 무덤을 만들면 후대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흑해 지역에서 많이 관찰된다.
알타이 지역에서는 무덤구덩이를 파고 봉분을 만든 후에 따로 입구를 설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도(무덤의 복도)가 있는 무덤구조는 나중에 다시 열 것을 염두해 두었을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그 전통을 이어받아서 만든 무덤구조일 가능성이 크다.
https://www.google.com/maps/d/u/0/edit?mid=1dttrgVvoA6XC9xHPaMjvGlmKOfYBEVLl&usp=sharing
탁사이-1 유적과 거리상으로는 필리포프카 유적보다 멀지만 같은 국경 내에 있는 이식 유적은 무덤구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여러 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으로 나무 구조물 안에서 십대 남성(황금인간)이 발견되었다. 여러 방이 있었다는 점에서 탁사이-1 유적 6호와는 다르다.
그래서 유라시아 초원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알타이와 비교적 인접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무덤을 제외하고는 무덤의 특징들이 일률적이지 않다. 다만 봉분을 높이 쌓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알타이와 흑해처럼 어떤 정형성, 규칙성들이 많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필자가 소개한 베렐 유적, 실릭티 유적, 이식 유적, 탁사이-1 유적, 타스몰라 유적은 카자흐스탄 국경안에 무덤이지만 각각 다르며, 전체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볼 때 중부지역에 위치한다. [여기서 베렐 유적은 알타이 산의 자락에 위치해서, 알타이 파지리크 문화와 유사하다.]
따라서 탁사이-1 유적의 여성은 자신이 살아생전 지녔던 물건 뿐만 아니라 자신이 묻힌 무덤도 아마도 재지적이거나 혹은 어떤 특정 계급의 무덤일 수도 있다. 카자흐스탄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여사제(샤먼)의 신분이었을 수 있다. 특히 무덤 안에 불을 많이 썼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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