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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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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의 크림반도 끝은 케르치 해협이라고 불리고 이곳을 케르치 반도라고 한다. 흑해와 아조프해를 연결하는 곳으로 다리처럼 생긴 지형이다. 이곳에는 스키타이 유목민과 그리스의 특징이 뒤섞인 문화적 특징이 나타난다. 이 문화를 바탕으로 생긴 보스포러스 왕국은 437~438년에 스파르토키드(Spartocids) 왕조가 들어섰다. 이 왕조는 케르치 해협의 그리스 식민도시를 통합하고 케르치 지역 뿐만 아니라 쿠반지역(카프카스 산맥 북쪽)까지 통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떻게 이 왕조가 어떻게 들어섰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Spartok’이란 이름에서 추정해서 그리스에서 보낸 트리아스 용병의 지도자였고 일종의 쿠데타로 이 왕조가 들어섰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를 더 잘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케르치 해협에서 발견된 쿨-오바와 같은 거대 고분에서 확인되는 그리스 건축양식이 가미된 무덤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고 보스포러스 왕국을 단순히 그리스화된 국가로 생각할 수 없다. 쿨-오바 유적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스파르토키드 왕조가 그리스 왕조였다면 쿨-오바 유적에서 출토된 스키타이 유목민의 남성이 묘사된 황금 장식판과 황금항아리가 설명되지 않는다.

 

스키타이 인들은 오랫동안 트라키아 인과 밀접한 관련을 유지했고, 스키타이 종족 중에는 부족 독립성을 유지한 트라키아 부족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더욱이 스키타이 이전에는 흑해를 지배했던 킴메리아 인이 곧 트라키아 인이고 갑자기 스키타이 인들이 들어와서, 그들 중 일부가 흑해 지역에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보스포러스 왕국의 스파르토키드 왕조는 그리스에서 보낸 트라키아 출신이 아니라 지역의 키메르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 흑해에 스키타이인이 등장한 것은 기원전 8~7세기임으로 2~300년 동안 스키타이 문화에서 살았던 키메르 인은 스키타이 인과 구분할 수 없다.

 

흑해북쪽에서 그리스 문화의 흔적이 남기 시작한 시점은 기원전 5세기이지만, 서로의 문화가 교차되는 현상이 보이는 것은 기원전 4~3세기에 집중된다.

쿨 오바 유적은 기원전 8~7세기의 켈레르메스, 멜구노프 유적과 달리 돌로 무덤방을 만들었다.

 

특히 무덤방의 천장은 들여쌓는 방법으로 만드는데, ‘계단식’ 천장이다. 그 아래에는 나무로 된 목관이 설치되었다. 이곳에서는 앞서 설명한 황금항아리, 말탄 무사가 표현된 황금장식판, 스키타이 여신 등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리스 유물과 스키타이 유물이 함께 확인된다.(아래포스팅참고)

 

2020/08/27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 동쪽/시베리아황금유물컬렉션] - 말 탄 스키타이 무사

 

말 탄 스키타이 무사

기원전 4세기는 스키타이가 멸망하기 직전이지만, 스키타이 왕국은 가장 절정에 달했고 외부세계와 활발하게 통하던 시기이다. 스키타이 여신들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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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유적이 스키타이 문화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 있는데 사슴이 표현된 황금장식판이다. 고리트(스키타이 인의 전통적인 활과 화살을 함께 넣는 통)의 장식판이다. 이 유물은 유적이 발굴되는 과정에 밤에 도둑이 들었는데 그들이 취득한 것을 도로 뺏은 것이다. 무덤방의 입구인 북서쪽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그림 1. 쿨-오바 유적 출토 기원전 5~4세기, 길이 31.5cm, 에르미타주 소장

 

 

어디선가 비슷한 유물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요?

 

기원전 6세기 코스트롬스카야 유적에서 발견된 사슴장식판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전체적인 사슴의 모양과 제작방법은 같다. 특히 사슴의 뿔이 앞쪽으로는 2가닥, 뒤쪽으로는 S자가 연속되는 점, 몸통에 타출기법으로 근육을 표현한 점, 다리를 배쪽으로 집어 넣은 점, 굽의 세세한 표현, 둥근 눈, 입의 표현 등 은 코스트롬스카야 사슴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것이다. (사슴뿔이 앞으로 2가닥 표현되는 것은 흑해의 스키타이 문화의 특징이다) 단지 쿨-오바 유적에는 사슴 안에 5마리의 동물이 더 표현되어 있다. 몸통에는 그리핀, 토끼, 사자, 목 아래에는 개?, 뿔의 가장 마지막에는 산양 혹은 산염소가 표현되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유물을 근거로 쿨-오바 유적이 기원전 6세기까지 올라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출토되는 그리스 유물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그래서 유적을 기원전 4세기 후반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2020/08/09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 문화 서쪽/코스트롬스카야 유적] - 기원전 8~7세기 흑해 스키타이의 무기

 

기원전 8~7세기 흑해 스키타이의 무기

흑해의 스키타이 문화 유적에서 공격용무기인 전투용 도끼, 단검(아키나케스) 등은 기원전 8~7세기부터 있었고, 켈레르메스 유적, 멜구노프 유적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청동 화살(그림 1)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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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모양 황금패식은 쿨-오바 유적의 정체성이 오히려 흑해 스키타이 문화를 더 따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 유적은 스키타이 문화를 바탕으로 그리스 문화가 흑해 북쪽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는 유적이지, 완전히 그리스 스타일은 아니라는 여러 근거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보스포러스 왕국의 스파르토키드왕조는 ‘비그리스적’이라고 여러 학자들은 이야기 한다.

 

 

참고문헌

Артамонов М.И. 1966 : Сокровища скифских курганов в собрании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Эрмитажа. Прага — Л.: Артия, Советский художник. 1966. 120 с (아르타모노프 1966, 에르미타주 컬렉션, 스키타이 무덤의 보물)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