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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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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팅에서는 얼음공주라 불리는 미라의 내부를 채운 물질을 소개했다. 식물성도 있었지만 동물성인 말총과 양털도 있었다. 그 중에서 양털은 이들 일상생활에 가장 많이 이용된 물질일 것이다. 양털로 제작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포스팅의 제목처럼 말안장 덮개와 말의 일부 장식품 뿐만 아니라 무덤 가장 바닥에 깔린 것도 양털로 만든 것이다. 이 양털로 만들어진 물질을 ‘펠트’라고 한다. 펠트는 씨실과 날실을 짜서 직조하는 즉 니팅하는 방법이 아닌 양털을 압축(그림 1)해서 만든 것이다. 양털을 실로 만들어서 직조하면 양탄자인데, 이와는 다르게 고온에서 압축해서 만든 것이다. 현대의 펠트는 검색가능하다.(일정한 연령 이상으로는 예전에 교실의 벽 게시판을 장식하는 곳에 녹색의 천을 가까이서 눈여겨 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걸 부직포라고 불렀다. 물론 그건 인공적인 물질이지만, 이 펠트의 조직도 부직포와 비슷하다. 요즘 학교에서 그런걸 쓰는지는 모르겠다)

 

 

그림 1. 아크 알라하 1유적의 1호분에서 출토된 말 안장덮개의 장식, 펠트의 조직, 같은 유적은 아니지만 펠트의 이해를 위해서 소개한다. 

 

현재 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펠트제 유물은 투바의 아르잔 고분 6호 통나무 안에서 출토되었다. 이 무덤은 1980년대에는 기원전 7세기로 보았으나(그랴즈노프 1980), 최근 나이테보정측정연대에 의하면 기원전 9세기까지 올린다(알렉세이예프 외 2005). 그런데 이 유물은 너무나 이미 완벽한 형태이기 때문에 이미 이 전부터 있었을 가능성 즉 청동기시대에 이미 원초적인 펠트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펠트는 매우 오랫동안 유목민족의 옷 소재로 활용되었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등장한다. 그가 흉노의 옷에 대해서 기록한 내용이 있다. ‘선우부터 모든 사람들은 가축의 우유를 마시며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펠트로 만든 외투를 걸친다’. 아시다시피 흉노는 기원전 3세기부터 역사에 등장하는 민족이다.

 

그럼 이 무덤 속에서 펠트로 만든 것은 무엇이 있을까?

 

말 안장 덮개와 장식, 얼음공주의 상의, 타이즈, 청동거울을 보관한 주머니, 무덤방과 관의 바닥깔개, 무덤방의 벽 장식 등이 양의 털을 압축해서 가공한 펠트로 제작되었다.

그런데 펠트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단독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납작한 펠트 위에 펠트 아플리케를 바늘로 땀을 떠서 덧붙여서 만든 것이 많다. 펠트 아플리케가 문양장식이 된다.

 

얼음공주가 잠들어 있던 알타이 산맥의 아크 알라하 3유적에서는 안장을 덮은 깔개가 3점 확인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탈색이 많이 되었거나 거의 색이 없어지기도 했다. 아마 처음 제작되었을 때는 붉은색, 검은색, 황색, 녹색 혹은 청색으로 원색대비를 사용해서 매우 강렬했을 것이다.

 

2번째 말의 안장 덮개(그림 2, 3)는 4마리의 상상의 동물이 아플리케 장식으로 덧붙여져 있다. 상상의 동물은 필자의 모친이 기르는 강아지(그림 3)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날개 달린 사자를 형상화 한 그리핀이라고 학자들은 평가한다. (그런데 사자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듯 하다. 사자가 알타이 고원에서 살수 있었을까? 어디서 본 것일까? 아니면 수입품일까? 등등..). 이 그리핀은 뿔, 귀, 꼬리가 있다. 몸통은 밝은 녹색이며, 날개, 꼬리와 얼굴은 노란색이다. 각 그리핀의 가장자리 윤곽은 얇은 노끈으로 감아치기 해서 마감했다.

그림2. 두 번째 말의 안장 덮개, 펠트로 제작

 

그림 3. 두번째 말의 안장 덮개를 장식한 아플리케, 가장자리를 실로 감치기 해서 마감했다. 펠트의 세부조직도 볼 수 있다.

 

3번째 말의 안장 덮개는 전혀 다르다(그림 4). 펠트 바닥의 모양도 남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불분명하지만, 말의 복부로 늘어뜨려지는 부분이 양쪽으로 4개씩 세모꼴이다. 세모꼴의 가장자리도 작은 세모꼴 모양으로 잘려 있다. 여기에는 그리핀 2마리가 아플리케 장식으로 표현되었다. 몸통, 뿔, 갈기는 붉은색이고, 얼굴은 흰색, 귀와 꼬리털은 황색이다. 날개는 붉은색과 황색을 번갈아 넣었다. 얼굴의 눈, 코, 턱을 붉은색 털로 구분했다. 엉덩이에는 ‘()’사이에 원문양(그림 5)이 있는데, 비슷한 표현방법이 파지릭 유적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림 4. 세 번째 말 안장덮개
그림 5. 세 번째 말 안장 덮개의 그리핀 아플리케, 엉덩이의 괄호모양 안에 점이 파지릭고분에서 나온 펠트제 유물과 유사하다.

 

한 점은 몇 번째 말의 안장 덮개인지는 문헌에 기록되지 않았고,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간단한 그림만 남아 있다. 다른 유물과는 달리 사슴머리에 화려한 뿔이 달려있고, 날개가 있는 아플리케가 장식되어 있다(그림 6)

그림 6. 아크 알라하 3유적 1호분의 말 안장 덮개

 

아크-알라하 3유적의 1호분에서 안장덮개는 덮개에 장식을 붙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아크-알라하 5유적, 아크-알라하 1유적 등에서는 안장덮개에 장식을 붙여서 말 위에서 훨씬 치렁치렁한 느낌을 주도록 장식했다(그림 7).

 

그림 7. 파지릭 유적의 1호분 출토 말 안장덮개(국립중앙박물관 1991)

 

 

 

참고문헌

국립중앙박물관 1991, 스키타이황금

그랴즈노프 1980 Грязнов М.П. 1980 Аржан.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ранне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Л.: 1980. 64 с.(그랴즈노프 1980, 아르잔 유적-초기 스티카이문화의 차르 무덤)

알렉세이예프 외 2005, Алексеев А.Ю. 2005, Евразия в скифскую эпоху: радиоуглеродная и археологическая хронология. СПб: 2005. 290 с.(알렉세이예프 외 2005(12명 편저), 유라시아의 스티카이 문화연대: 측정연대와 고고학적 편년)

폴로시막 2001, Полосьмак Н.В. 2001, Всадники Укока. —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пресс, 2001. — 336 с.(우코크의 말타는 전사들)

 

김재윤의 고고학 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