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라시아의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청동솥은 거의 대부분이 발견된다. 기원전 7세기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청동솥은 기본적으로 나팔 모양의 다리가 붙어 있고, 손잡이가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손잡이와 솥의 몸통에 동물문양이 붙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다. 대체로 시베리아와 흑해지역에서 기원전 7세기 유적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시베리아 투바의 아르잔-2호에서는 실제로 청동솥이 나오기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청동솥을 모델링 해서 만든 작은 금제품을 긴 체인에 달아서 허리에 달았던 것도 확인되었다. 아르잔-2호에서 출토된 작은 금제품의 솥 모양 장식품(그림1)은 표트르 대제의 시베리안 콜렉션에서 발견된 잔 모양의 금제품과 비교된다. 실제의 그릇을 모형화해서 장신구처럼 달아서 사용했던 것을 아르잔-2호에서 실제로 확인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1. 아르잔-2호의 금제 모형 솥.
헤로도투스의 기록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맞는 부분들도 많다. 그가 ’스키타이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허리띠에 그릇을 메고 다닌다‘고 한 말이 이 장식용 그릇을 말한 것인지, 실제 그릇을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암튼 최소한 장식용 그릇은 허리에 메고 다닌 것 같다.
그런데 카자흐스탄 동남부의 세미레치예 지역에서 발견된 청동솥은 이상하게 생긴 것이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우연하게 발견된 유물‘은 발굴된 유물이 아니라 대체로 비정상적인 경로(도굴 등)로 발견된 것이다(그림 2). 다리 세 개 달린 청동솥은 시베리아가 아닌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그림 2.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기원전 일천년기 중반(기원전 5세기 가량)의 청동솥.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
다리 세 개가 붙은 청동으로 된 그릇은 중국의 상나라 초기에도 알려져 있지만, 이란 북부의 청동기시대의 유물 가운데도 다리 세 개 붙은 토기가 이 유물(그림2)의 기원이라고 하는 연구(보코벤코 1981)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더욱이 청동솥에 붙은 양 머리는 고대 이란 사람들에게 신의 행운(xvarna)을 상징한다. 그래서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숫양 머리 달린 이미지는 의식적인 용도로써 고대 이란과의 관련성을 설명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다리 세 개 붙은 유물은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주류를 이루지는 못했다. 기원전 4세기 이후 흉노와 사르마트 문화에서도 여전히 나팔모양의 다리가 붙은 청동솥이 나오기 때문이다. 혹은 다리가 없는 유물들도 있고, 그 모양은 지역과 시간에 따라서 더 다양해진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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