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기원전 9세기 유적인 아르잔-1호에서부터 산(알타이) 위의 유적까지 연속적으로 보이는 것은 나무무덤방의 축조기술이다. 알타이 파지리크 유적에서는 무덤구덩이에 넣기 전에 나무를 미리 재단해서 표시를 해 두었는데, 이 기술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알타이 보다 먼저 무덤이 만들어졌던 우육분지 투바의 아르잔-2호, 아르잔-1호에서도 무덤방을 만들 때 가장자리에 홈을 파서 아래와 위의 나무를 결구하는 방법이 발견되었다. 그 엉성해 보이는 아르잔-1호에서도 주인공을 위한 무덤방은 같은 무덤 안에서도 달랐다.
연속성이 보인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물질문화도 생겨난다. 필자가 보기에는 토기이다. 화려한 물질문화 속에서 어쩌면 매우 소박해 보이기도 하고, 별꺼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알타이의 무덤에서는 꼭 1~2점씩 부장되었다.
이들을 알타이에서 만들지는 않았고, 연구된 바에 의하면 산림스텦지역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50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다양한 모양의 토제 그릇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 기종만 나오는데, 목이 긴 항아리이다. 물론 항아리 마다 차이는 있으나, 사발이나 접시 이런 기종은 나오지 않는다. 모두 목이 긴 항아리이며, 채색되거나, 가죽 아플리케를 붙여서 장식했다.
그림 1. 파지리크 유적의 토기
목이 좁고 긴 항아리는 액체류를 위한 그릇이다. 특히 유제품(쿠미즈)와 같은 음료를 담았거나 혹은 좀 더 발효된 우유로 된 알코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파지리크 유적이나 아크 알라하 3유적에서는 토기 주변에서 유제로 된 어떤 액체류가 주변에 흥건했던 것을 기록했다.
쿠미즈와 우유로 술을 만드는 기술은 매우 오래되었던 것 같은데 13세기기록에도 남아 있다. 1253~1255년에 몽골을 다녀온 루브룩(William of Rubruck) 수도사가 ‘루브룩 여행기(William of Rubruck's Account of the Mongols)’에 몽골의 풍속, 종교 등을 기록해서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다. V장에서 쿠미즈 및 술과 관련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V장의 제목은 쿠미즈이지만, 내용에서 쿠미즈를 만들고, 버터도 추출하고, 거기서 더 자극적인 맛이 나기 시작하면 취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으로 보아서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라틴어로 쓰여졌고,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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