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선사시대 문화의 이동이 있는 기간은 6500~6000B.P.과 3400~2900B.P.인데, 현재 보다 따뜻한 시점이며, 기온 상승기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카로트키의 그래프(표 1)에서 기온 상승기이면서 4500~3800B.P.(표 1의 E)에는 환동해문화권에서 문화이동의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시점에는 연해주에는 자이사노프카 문화가 번성하고 있었고, 동해안에는 환동해북부의 평저토기(바닥이 편평한 토기)가 아닌 중서부 지역의 첨저토기(바닥이 뾰족한 토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각 지역의 문화는 기온 하강기에 5000년 전 후(표 1의E)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두만강 유역 및 연해주 일대의 자이사노프카 문화는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등장해서 홀로세 기간동안 가장 추운 시점을 찍고 다시 기온이 상승하는 기간 존재했다. 이 문화가 영위되는 동안 매우 극심한 기후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기온 상승기인 A와 G 기간에 새로운 문화가 각각 생기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그래서 4500~3800B.P.는 기온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남쪽으로는 이동하기 힘든 사회적 동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동해안의 신석기문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문화적 변화는 5100B.P. 평저토기 대신해서 중서부지역의 첨저토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5100년 전 이전부터 평저토기인 오산리식 토기와 융기문토기가 마지막 발견된 5800년 전 사이 동안(표 1의 B)은 환동해문화권 남부 지역에 유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오산리 유적 C지구의 2호와 문암리 10호 야외노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 이전 시기와 같이 취락 유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왜 동해안에서 유적이 없는 기간이 나타난 것일까?
연해주에서 강원도로 이동했던 루드나야 문화(세르게예프카 유형)가 사라지면서 이를 기억하던 루드나야 문화 사람들이 살던 사회적 배경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표 1). 이 문화는 5800년 전 무렵에 기후가 가장 따뜻했다가 이후로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이동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연해주 보이스만(Бойсман, Boisman) 문화의 3단계와 4단계가 펼쳐지고 있긴 하지만 이 문화의 토기가 강원도에서 출토되지는 않는다. 다만 보이스만 문화의 토기는 북한 라진 유적에서는 발견되기 때문에 두만강 유역 부근에서 그 문화가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루드나야 문화가 끝나면서 추워지기 시작한 5800B.P.이후부터 계속 기온이 떨어져서 5500B.P.무렵 추웠던 기간(표 1의 D)에는 남쪽으로 문화는 움직이지 않았고, 동해안에는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5100B.P. 무렵에 강원도 문암리 유적에서 평저토기 보다 상층에서 첨저토기가 발견되면서, 중서부 지역의 첨저토기를 쓰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서 새로운 생계를 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해주의 신석기 마지막 문화인 자이사노프카 문화는 기온 하강하는 시점인 5000년 전에 생겨나며, 기온하강기(D)와 기온상승기(E)를 모두 거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때 환동해문화권의 영역은 연해주~목단강 일대로 좁아졌다.
또 다른 기온하강기인 2900~1900년 전 동안은 청동기시대 리도프카 문화, 철기시대 얀콥스키 문화, 단결-크로우노프카 문화 등이 생겨났다. 리도프카 문화와 얀콥스키 문화는 기후 하강기에 등장한 자이사노프카 문화와 마찬가지로 그 이전에 한반도 남부로 이동한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연해주 및 목단강 유역, 두만강 유역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단결-크로우노프카 문화는 여러 연구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한반도 중서부지역과 중동부 지역에서 확인된다. 단결-크로우노프카 문화의 이동이 가능했던 것은 이 문화에서 고안되기 시작한 주거지의 구들 때문이었을 수 있다.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 단결-크로우노프카 문화 사람들이 발명품을 만들었기에 가능했을 수 있다.
그림 1. 카로트키 박사의 동해안 기온변화 그래프
참고문헌
김재윤, 2021, 『환동해북부지역의 선사문화: 연해주고고학개론』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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