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Category

Recent Post

Recent Comment

Archive

카자흐스탄의 초기철기시대 고고문화인 타스몰라 문화는 미누신스크 분지의 타가르 문화와 자주비교되었는데, 염소와 사슴상 때문이다. 2000년대 투바의 아르잔-2호 발굴뒤에는 이 유적에서 나온 마구와 허리띠 장식 등이 타스몰라문화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후자는 무덤구조의 차이가 크고 아르잔-2호의 연대가 오히려 더 빠르기 때문에 타스몰라 문화가 북쪽에서 발견되는 유물의 특징에 대한 주체라고 할 수는 없다.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통되는 유물은 그라즈노프가 아르잔-1호를 발굴하고 나서 세운 개념인 ‘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같은 문화권이라고 해도 지역성은 분명하다. 그 중에 하나가 사슴과 염소상이다.

다리를 굽혀서 배쪽으로 접어 넣은 사슴은 스키타이 문화권(스키토-시베리아 문화권의 줄임발)의 동과 서에서 모두 발견되지만, 표현된 사슴의 자세한 부분은 차이가 있다(그림 1, 그림 2).

 

그림 1. 스키타이 문화권의 서쪽-흑해 연안의 코스트롬스카야 출토 사슴패식

 

그림 2. 스키타이 문화권의 동쪽-카자흐스탄 실릭티 유적의 사슴장식

 

유물을 보면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것을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따분하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해 보면 앞으로 난 뿔의 가지수, 뿔의 모양, 사슴몸통의 볼륨감 등이 가장 큰 차이로 여겨진다.

특히 시베리아 연구자들은 동쪽의 사슴 표현이 서쪽 보다 볼륨감이 없는 이유를 시베리아 청동기문화인 카라숙 문화에서 발견되는 사슴돌에서 찾는다. 원래 시베리아에서는 사슴을 장식하는 전통이 있었고, 그 전통이 초기철기시대가 되면서 금판으로 제작되기는 하지만 서쪽만큼 몸통의 근육표현을 뚜렷하게 하지 않고 지역성을 따른다는 것이다(페레보드치코바 1994).

 

하지만 반드시 그러하지 않다는 것이 새로운 발굴자료 때문에 밝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생각은 약간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동과 서로 크게 구분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타스몰라 문화에서 발견되는 염소상(그림 3)도 스키타이 문화권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염소상은 아르잔-1호(기원전 9세기)에서도 발견되기는 하지만, 타스몰라 문화의 염소상은 약간 다르다. 동물상이 부착된 유물의 용도(아르잔-1호: 간두령장식, 타스몰라 문화: 굴레장식)뿐만 아니라 특히 자세가 다른데, 타스몰라 문화의 염소는 ‘발 끝으로 선 자세’(기원전 6세기)이다.

 

그림 3. 타스몰라 문화의 굴레장식, 염소, 타스몰라 V유적

 

두 유적의 유물은 연대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세에 초점을 맞춘다면 발 끝으로 선 자세의 굽동물은 시베리아 청동기시대 카라숙 문화의 사슴돌(아래 포스팅)에서 먼저 발견되고, 아르잔-2호의 5호묘 남성 모자장식(그림 4)으로도 사용되었다. 아르자-1호에서는 발 끝으로 선 자세의 사슴장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유적의 주인공 무덤이 도굴당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아르잔-1호의 봉분 위에 세워진 사슴돌에도 발 끝으로 선 자세의 사슴이 그려진 것이다(아래 포스팅).

 

2020.05.18 - [교과서 밖의 역사: 유라시아 스키타이문화 동쪽/아르잔 유적 1호분] - 3000여 년 전 시베리아 투바의 무덤 위 사슴과 멧돼지

 

그림 4. 투바의 아르잔-2호의 5호묘 출토

 

그래서 발끝으로 선 자세의 사슴이 청동기시대부터 전혀져온 문양으로 초기철기시대까지 이어지며, 이 자세를 한 다른 굽동물인 염소로 대체되면서 타스몰라 문화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다리를 접은 사슴은 스키타이 시대를 대표하며 동과 서에서 발견되는 문양이다. 이 자세 역시 사슴돌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발 끝으로 선 자세의 사슴과 염소는 동(중앙아시아~시베리아)에서만 발견되는 지역적인 문양이다.

 

 

참고문헌

그랴즈노프 1980, М.П. Грязнов, 1980, Аржан.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ранне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그랴즈노프 1980, 초기 스키타이 차르 무덤, 아르잔)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투바의 아르잔-2, 스키타이 차르 무덤)

Черников С.С. 1965 : Загадка Золотого кургана. Где и когда зародилось «скифское искусство». М.: 1965. 190 с. («Из истории мировой культуры»)(체르니고프 1965, 수수께끼 황금 쿠르간, 언제 그리고 어디서 스키타이 예술은 시작되었을까

М.И. Артамонов Скифо-сибирское искусство звериного стиля (основные этапы и направления)// Проблемы скифской археологии. / МИА №177. М.: 1971. С. 24-35(아르타모노프 1971, 스키토-시베리아 동물장식)

Е.В. Переводчикова 1994, Язык звериных образов. Очерки искусства евразийских степей скифской эпохи(페레보드치코바 1994, 언어로서의 동물문양장식)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