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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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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투바공화국 아르잔 마을에는 3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직경 120m, 높이 3~4m의 무덤이 있었고,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러시아 학자인 그랴즈노프가 발굴했다.

아르잔-1호이다.

 

직경 120m 내부에는 6000여개의 통나무로 쌓아 올린 무덤방 70여개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중심부에는 2중의 무덤방을 만들었다. 중심부의 가장 안쪽 무덤방에는 주인공 남녀과 이 무덤방을 벗어나서 북, 서, 남쪽에는 8개의 사람이 함께 매장되었고, 동쪽에는 말이 6마리가 확인되었다. 아쉽게도 무덤은 이미 도굴되었고 주인공 남녀는 사지골만 4개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 중심 무덤방의 북쪽에 9호 무덤방이 있는데, 통나무관만 들어갈 공간이고, 중심무덤방과 바로 인접하고 있어서 중심무덤방의 주인공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 무덤에서 중심무덤방을 제외하고는 13번과 31번 무덤방에서 사람이 묻혔는데, 관이 2개이고 말이 함께 매장된 것으로 보아서 9번 무덤방은 이 무덤의 주인공을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중심무덤방에 딸린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

 

중심무덤방을 기준으로 해서 동서남북으로 방사상으로 나무를 연결하고 확장해서 지름 80m까지 무덤방을 축조했다. 길다란 막대로 둥근 원형의 무덤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덤방의 모양은 제각각이며, 각 방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다. 인간과 말이 들어간 무덤을 제외하고는 말만 들어간 무덤방은 13개이다.  아래의 표는 알 수 있는 말만 들어간 무덤방이다. 참고문헌에는 170여 마리 분이 출토되었다고 하지만, 중심무덤방 6마리, 13번 무덤방 7마리, 31번 무덤방 10마리를 더 해도 총합은 맞지 않다.  늙은 말만 골라서 넣었다.

 

 

아르잔-1호에서 말 만 들어간 무덤방

말의 매장 수

2번 무덤방

90마리

2~3번 무덤방 사이

3마리

3번 무덤방

3마리

5번 무덤방

15마리

10번 무덤방

2마리

17번 무덤방

8마리

20번 무덤방

18마리

25-b 무덤방

?

26a, 26b무덤방

11마리

34a무덤방

5마리

37번 무덤방

13마리

68번 무덤방

2마리

 

70여개의 무덤방 중에서 빈 방은 53개나 된다. 후대의 고고학자들이 무덤크기를 보고 왕의 무덤이라고 명명은 했지만, 무덤구조는 경상도 사투리로 그냥 ‘퍼석’하다.

이런 표현을 하는 이유는 6000여 개의 통나무로 견고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 말한 바 있듯이 마치 ‘성냥쌓기’하듯이 가로 세로 통나무를 3~4단씩 교차해서 올렸다.

 

 

계속 포스팅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후대의 파지릭 유적이나 아크 알라하 유적에서 통나무로 만든 무덤방은 모서리 부분에 홈을 내어서 결구시키는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빈틈없이 무덤방을 만들 수 있었다.

 

아직 그 방법을 모르는게 아닌가?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무덤 가장 중심부의 주인공 남녀가 묻힌 중심 무덤방의 가장 안쪽 무덤방(2차 무덤방)은 단면도(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무덤방의 벽이 빈틈 없이 만들어졌다. 가로세로를 교차해서 쌓는 방법이 아니라 방의 모서리에 홈을 내어서 결구시켜서 만들었다.

 

그림1. 아르잔-1호의 중심 무덤방

 

 

 

그들은 이러한 기술이 있었지만 무덤을 크게 만드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포스팅 한 바 있듯이 아무것도 없는 방, 아귀가 맞지 않아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무덤의 가장 북쪽 등으로 보아서 가장 크게 만드는 것에 ‘꽂힌’것이다. 그래서 무덤도 구덩이를 파지 않고, 땅 위에 축조했지 않았을까?

 

무덤을 땅 위로 올리는 것은 아르잔-1호 이전인 청동기시대에도 없었고, 아르잔-2호는 약간 애매하지만 주인공의 무덤방은 다시 무덤 구덩이를 팠다.

 

아르잔-1호와 같은 무덤구조가 몇 개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궁금하기 그지 없다.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무덤인지, 그 시절 유행했었는지. 아직 예가 하나 뿐이니 뭐라고 규정할 수 없다. 러시아 사람들이 귀찮아서 그냥 가만 두기만을 기대해 본다.

 물론 거대한 무덤이 동시대에는 여러 개 있었을 경우가 적지만,  만약 이러한 매장법이 중요한 아이덴티티 였다면 무덤을 땅위로 축조하는 점, 방사상의 무덤구조 등은 후대에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그랴즈노프 1980, М.П. Грязнов, 1980, Аржан.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ранне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그랴즈노프 1980, 초기 스키타이 차르 무덤, 아르잔)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