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돈강 하류에 위치한 노보체르카르크 시의 호흘라치 유적은 사르마트 문화의 후기 유적이다. 이곳에서는 아주 화려한 황금관이 출토되어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상판과 하판의 주제가 다르고 황금과 유색의 돌로 장식된 관이다. 상단에는 나무, 사슴, 새가 표현되어 있고 하단에는 어떤 여성과 새가 황금판에 부착되어 있다.
하판의 여성은 그리스의 아프로디테라고 하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 유물이 그리스 공방에서 제작되었다는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막시모바 1979).
여성의 주변에 감입되어 있는 붉은색, 녹색, 자주색, 흰색의 색감은 초원에서 많이 사용하던 색감이다. 이렇게 특징적인 관은 쓰는 사람의 취향이 깊게 반영된 것으로, 사르마트 문화 혹은 알란인들 유목민의 대표자 였다는 점에는 의심할 바가 없다.
이 관을 만든 사람은 사르마트 문화 및 그 주변의 유목민 문화 뿐만 아니라 그리스 문화의 유물도 익숙하게 만들던 그런 장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스 장인이 만들었다는 근거는 없다(막시모바 1979).
이 유물의 상단에 장식된 주제와 유사한 호흘라치 유적과 비슷한 주제가 우스티-라빈스카야 유적과 코비야코프스키 유적에서도 출토되었다. 모두 사르마트 문화의 유적으로 1세기 유적이다(포스팅 참고).
2022.06.16 - [사르마트 문화] - 사르마트 문화의 나무숭배 의식 관(冠)
그런데 이 주제는 1세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4세기 후반~5세기의 훈족에게서도 발견되었다. 볼가 강과 돈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베르흐-야블로치니이 유적에서 나온 펜던트이다. 이 장식판은 앞과 뒤가 전혀 다른데, 앞면은 풍뎅이?와 같은 벌레(그림1)를 형상화 한 것이고 뒷면(그림 2)에는 염소, 나무와 새, 개(혹은 맹수)가 작은 황금 알갱이를 붙여서 만들었다. 앞면에는 붉은색 가넷을 감입했다. 뒷면의 모트브는 우스티-라빈스카야 유적의 장식판과 더 가깝다.
그림 1. 베르흐-야블로치니이 유적, 4세기말~5세기 훈족의 유적
그림 2. 그림 1의 뒷면
즉 나무를 중심으로 좌우에 굽동물과 새가 복합된 주제는 매우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전해진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는 나무의 표현, 굽동물의 종류는 변화되어 왔고 어느 순간부터 새도 등장하게 되었다. 아마도 유라시아 초원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용된 주제 중에 하나이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호흘라치 유적의 이 황금관은 누구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까?
참고문헌
Максимова М. И. Артюховский курган. Л. 1979(막시모바 1979, 아르튜호프 쿠르간)
Засецкая И. П. Сокровища кургана Хохлач. Новочеркасский клад. СПб.: ГЭ, 2011. 328 с(자세츠카야 2011, 노보체르카스크 퇴장지, 호흘라치 쿠르간의 보물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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