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이 동물장식 가운데 ‘투쟁문’이라고 불리는 문양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흑해지역에서 발견된 맹수가 굽동물을 뒤에서 공격하는 장면과 달리 맹수와 굽동물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장면은 이제까지 뚜렷하게 답이 없었다. 알타이 카탄타 유적에서 목제로 제작된 유물과 미라의 문신에 유사한 문양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기원전 5세기 유물이기 때문에 흑해지역에 비해서 늦은 편이다.
물론 기원전 6세기 바샤다르 유적의 통나무관에 새겨진 문양은 동물투쟁문양으로 발전될 수 있는 요소를 페레보드치코바가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이른 기원전 7세기 아르잔-2호에서는 동물투쟁문양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발견되었다. 우선 맹수가 굽동물을 입속에 넣는 장면이다. 굽동물은 하반신이 뒤집어 진 상태이다(그림 1). 이 유물은 아르잔-2호의 주인공무덤인 5호묘 남성의 칼집 장식으로 사용된 것으로 3점이 발견되었다.
그림 1. 아르잔-2호의5호묘 출토 칼집 장식(350)
바샤다르 유적 이전에 이미 시베리아에서 맹수와 굽동물의 관계를 유물 안에 넣어서 표현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서로가 서로를 물어 뜯는 장면은 아니지만 표트르 1세의 수집품 가운데 동물의 입속에 다른 동물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결국 포식자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림 2. 표트르 1세 수집품 가운데 동물투쟁문
뿐만 아니라 굽동물의 뿔을 주목하고 싶다. 뿔에 달린 가지는 새머리 모양이다. 이 또한 아르잔-2호에서 이미 발견된다. 부리가 과장되게 표현된 맹금은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표르트 1세의 유물에서 보이는 뿔의 새 장식과 아주 흡사하다. 아르잔-2호 유물은 5호묘 남성의 고리트 장식이었고, 황금으로 제작된 유물이다.
그림 3. 아르잔-2호 5호묘의 고리트 장식 중에서(390)
동물투쟁문양의 요소로 볼 수 있는 동물장식이 이미 아르잔-2호의 남성 무기에서 표현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단순하게 사실적으로만 새머리를 표현했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특유의 부리를 길게 만드는 장식은 이미 아르잔-2호 주인공에게 물건을 만들어 주었던 장인은 그 방법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우연일 수 없다.
참고문헌
Чугунов К.В., Парцингер Г., Наглер А. 2017 : Царский курган скифского времени Аржан-2 в Туве. Новосибирск: ИАЭТ СО РАН. 2017. 500 с. (추구노프, 파르친게르, 나게르 2017, 투바의 아르잔-2, 스키타이 차르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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