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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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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20 2500년 전, 스키타이 문화의 미라 내부 충전물

2500년 전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 그 중에서도 우코크 고원 중에 아크-알라하 3유적이라는 곳에 뭍힌 미라는 머리, 목, 손 등을 복원에 힘썼던 것으로 평가된다. 모든 미라가 똑같이 복원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스키타이 문화의 이야기가 최초로 적힌 역사서인 헤로도투스의 『역사』에는 미라 처리 방법 중에 몸 속에서 내장을 다 꺼내고, 그 안에 생강, 향료, 아니스 씨를 넣고 다른 부족으로 장례를 치르러 가는 모습을 그린 바 있다.

 

카메네츠키라는 러시아학자는 헤로도투스의 텍스트를 현대어로 다시 번역해서 어떤 종류의 식물이 들어가 있는지를 알아냈다. 사초(Cyperus longus L), 향초ㅡ 셀러리의 씨앗(Apin graveolens), 아니스(Pimpinella anisum L)등이다. 그러나 이런 식물은 헤로도투스가 본 지역을 헤깔리게 한다. 카메네츠키(1995)는 잉런 식물은 소아시아, 이란, 쿠르디스탄 까지 가서 전쟁을 불사해야 얻을 수 있는 약초로 설명했다.

그림 1. 사초(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분소 식물연구소에 소장된 현대초본류의 표본)

 

아크-알라하 3유적의 1호분 여성 미라의 내부는 무엇으로 치워졌을까?

자잘한 양털, 말총, 잡초, 사초, 이삭, 뿌리 등 식물섬유로 채워졌다. 말총은 절단면을 꿰맬때도 사용했다. 러시아 알타이 파지릭유적의 미라, 중국 신강성의 수바쉬 유적의 미라에도 말총이 사용되었다.

미라의 내부에 식물성 섬유를 채워 넣는 것은 비단 알타이에서만이 아니다. 파지릭 유적의 2호분 여성미라 뱃속에도 큼직하게 자른 싹들과 뿌리로 채워졌다. 미누신스크 분지의 타가르 문화 베레쉬 유적의 다인묘에서도 가슴부위와 배주변을 잡초를 채워넣는다. 시베리아는 아니지만 페루의 미라에서도 구멍뚫린 두개골 안에는 잡초와 재를 채워넣었다.

 

가슴부위에는 아주 검은색으로 탄화된 물질들이 채워져있었다고 한다. 말총, 식물잔편, 모래 등이 섞였다. 대부분 탄화되었는데, 탄화되지 않은 물질을 현미경으로 일일이 골라서 가수분해 한 결과 내장의 일부로 분석되었다.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 파지릭문화에서는 내장을 충전물과 한덩어리로 섞어서 다시 미라로 돌려보내주었다. 이는 이집트와 티벳에서처럼 내장을 따로 보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알타이 산맥의 미라가 잘 보존된 이유는 얼음도 한몫을 했지만, 방부제 역할을 한 물질이 있다. 바로 수은이다. 미라의 피부 표면에서 검출되었다. 무덤이 물에 잠기면서 수은이 흡착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미라의 가발, 모자, 다른 곳에서는 수은이 검출되지 않고, 피부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에, 수은화합물을 사용했다. 이집트의 미라에서는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다.

우코크 고원에서 멀지 않은 악타쉬 지역에 주사(朱砂)광산이 있다. 주사의 주 성분이 수은이다. 아크-알라하 3유적을 포함한 파지릭문화의 사람들은 주사를 광물제 염료로 써서 목제와 가죽제 물건을 채색해는데 썼다. 금광에서 금을 캐고 금박장식을 만들기 위해서 수은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라의 몸에 섞지 않도록 하는 것을 발삼(balsam)처리라고 한다. 발삼은 여러 향료가 들어간 일종의 고형에 가까운 기름이다. 좀 더 쉽게 이해하면, 연고가 일종의 발삼이다. 미라에게 발삼처리를 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조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데올로기적인 측면도 있다. 러시아 학자들은 파지릭문화의 사람들은 육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만 사후의 삶이 이어진다는 의식이 그들에게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에서 신을 조각내야만 그가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인간과 신은 동격이니, 미라로 만들어야 부활을 위한 담보가 된다. 고대 이란인들에게도 육체를 부활하려는 희망이 있었다는 여러 문화의 예를 보고, 파지릭문화의 사람들에게도 그런 의식이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참고문헌

카메네츠키이 1995, Каменецкий И.С. О бальзамировании умерших царей у скифов//Историко-археологический альманах(Армавирского краеведческого музея). Армавир; Краснодар; М.: (카메네츠키이, 1995,스키타이 죽은 왕의 발삼처리에 대해서.//역사고고의 연대기

폴로스막 2001, Полосьмак Н.В. Всадники Укока. —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пресс, 2001. — 336 с.(우코크의 말타는 전사들) 이 책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N.V.폴로스막 2016,『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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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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