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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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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02 2020년의 시작하면서...
2020. 1. 2. 14:58 카테고리 없음

 

여러분은 최근에 재밌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저는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2018년 부터는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래저래 영화보러 가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사실 그 만큼 맘에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 가장 정확한거 같네요.

 

그래도 작년에는 영화는 아니지만 미드인 ‘체르노빌’을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게? 라는 표현은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실제 같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영화로 구상한다는 것, 제가 감독이라면 진짜 어려울 것도 같은데, 또 잘만 만들면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팩트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밌게 본 이유 중에 하나는 영화의 현실감입니다.

거기 나오는 도시의 분위기, 소비에트 도시의 분위기, 소비에트 과학아카데미의 연구소

연구소 내부의 인테리어, 중앙계단으로 올라가서, 중앙에는 2,3층으로 이어지는 높은 벽이 있고 거기에는 연구소를 상징하는 심볼이 걸려 있고, 건물 내부의 목제 인테리어, 바닥의 인테리어 등... 필자가 처음 유학갔을 때 많이 남아 있던 과학아카데미 건물의 모습과도 매우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만. 소비에트 건물은 비슷하면서 서로 다른데, 그런 연구소 분위기가 너무나 생생했답니다.

 

그런데 어색했던것도 있는데 그건 사람의 이름입니다.

예를 들면, 핵발전소에서 마지막에 셧다운 키를 눌렀던 ‘아키모프’는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입니다. 러시아 사람의 성.

그리고 거기 나온 모든 사람은 서로를 지칭할 때 성으로 지칭합니다.

예를 들면 저한테 ‘김!’이라고 하는 것처럼.

 

감독 혹은 작가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두 가지로 추측됩니다.

첫 번째는 러시아인의 이름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러시아인은 푸틴 대통령입니다.

그 분의  풀 네임은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Путин(러시아어), Vladimir Vladimirovich Putin(영문)입니다.

제일 앞 ‘블라디미르’는 이름이고, 그 다음 오는 ‘블라드미르비치Владимирович’는 아버지의 이름에 вич 혹은 ич를 붙인 것입니다. ‘부칭’이라고 합니다.

즉 블라디미르의 아들 블라디미르 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성이 푸틴입니다.

 

그럼 여성은?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은 남성 이름이기 때문에 여성한테는 안 씁니다. 그래서 약간 예를 달리하면 올가Олга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다고 합시다. 아버지가 블라디미르 이면 그 여성의 이름은 ‘올가 블라디미로브나(Владимировна)’이고 아버지의 성에 ‘a’를 붙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성이 푸틴이면 그 딸은 ‘푸티나(Путинa)’가 됩니다.

 

여성 이름 ‘올가 블라디미로브나 푸티나’ (Олга Владимировна Путинa).

 

눈치가 빠르시군요.

이름 만 봐도 여성인줄 알수 있습니다. 부칭과 성의 끝이 ‘a’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 포스팅에서 이름만 봐도 여성인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공으로 쓸일 이 있을 때, 논문, 기사, 글, 등에는 ‘올가 블라디미로브나 푸티나’ (Олга Владимировна Путинa)를 다 쓰지 않고, 성과 이름과 부칭의 앞 글자만 씁니다.

푸티나(Путинa О. В.)-->성은 앞에 쓸 수도 있고, 뒤에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러시아에서 사람 이름을 부를 때는 어떻게 부를까요?

친구끼리는 매우 친밀하게 부릅니다. ‘올가’는 ‘올가’ 올랴, ‘올’ 등등..

‘이브게니’는 ‘이브게니부터, ‘제냐’ ‘젠칸’

‘세르게이’는 세르게이, 세료가, 세료자,

‘니콜라이’는 니콜라이 ‘꼴랴’ ‘꼴’

 

재밌죠? 러시아이름에는 애칭이 있습니다. 친할수록 짧게 축약해서 부릅니다.

아니 스트레스라구요.....^^

 

반대로, 손윗사람이나, 상사 혹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부칭까지 붙이는 게 예의입니다.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르비치’ ‘올가 블라드미로브나’ 등.

 

그러나 상대를 성만 부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전쟁과 평화나 죄와 벌, 등 러시아의 소설에는 등장 인물 이름만 엄청나서 이 사정을 잘 모르면, 독자가 혼란스럽습니다. 앞에 나온 사람 이름 ‘세르게이’가 뒤에서는 ‘세료자’라고 부를 수도 있고 부르는 사람이 그 사람 보다 낮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면 '세르게이 블라디미르비치'라고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다른 나라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분명 ‘체르노빌’은 러시아 사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어’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사람 이름입니다.

어짜피 다른 나라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러시아권 사람들이 보면 뭐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앞 포스팅에서 필자가 러시아어 논문이름만 보고도 전혀 모르는 분임에도 여성인줄 안다고 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2020년이 밝았는데, 필자도 결심한 것들도 많은데, 마음만큼 되는 것도 있고, 되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경험상). 저도 여러분도 좋은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김재윤

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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