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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23
보이는 유물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조각을 맞추고 있습니다.유라시아선사고고학전공.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역사학박사.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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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5.05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컬렉션에서 귀걸이

표트르 1세의 수집품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총독이었던 가가린은 세 번에 걸쳐서 차르에게 무덤에서 캐낸 유물을 보냈는데, 2번째 소포에 가장 많은 유물이 들어 있었다. 그 중에는 아주 작은 소형 유물도 포함되었는데, 토기(그림 1-11, 53,54,55)와 목기(그림 1-21)를 모방한 금속제 이미테이션이다. 소형 유물들은 대부분 장신구류인데, 그릇을 모방한 금속제품도 어딘가에 달아서 사용되었을 수 있다. 이 외에는 대부분 반지, 귀걸이 혹은 꽃을 모방한 장신구이다.

 

 

그림 1.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황금 유물 컬렉션 중에서

 

그 중에서 좀 이상한 유물이 있다. 사람 이를 금으로 만든 포켓 속에 넣고 체인을 달아서 만든 귀걸이다(그림 1-56,57). 시베리아 황금 유물이 금과 돌(보석류, 주로 터키석)을 함께 이용하는 경우 금제품에 포켓을 만들어 넣는 상감기법을 쓰고 있는데, 이 유물은 터키석을 대신해서 사람의 어금니를 끼워 넣은 것이다.

 

그림 2.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황금 유물 컬렉션 중에서, 귀걸이 한 쌍

 

 

비트겐이 수집한 유물에도 사람이를 사용한 귀걸이가 발견되었다(그림 3에서). 사람이를 사용한 장신구는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비트겐의 수집품에도 있는 점으로 보아서  그림 2의 유물이 완전 유니크 한 유물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림 3. 비트겐(1785)이 수집한 유물

 

사실 현재 발굴되는 자료나 그 뒤의 자료에서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 귀걸이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 보석이나 돌이 끼워진 채 발견되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다. 비트겐은 1664년에 러시아에서 일하고, 그 뒤에 시베리아에서 유물을 수집해서, 이미 17세기 중후반부터 시베리아에는 도굴이 만연한 상태였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웬만한 무덤은 거의 도굴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소형의 유물들이 제대로 보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스키타이 무덤에 들어가는 뿔그릇은 동물을 대신해서 그 동물의 뿔로 제작되었다는 의견(폴로스막 2001)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의 주인공에 대한 기억? 혹은 그를 기리기 위해서 혹은 어떤 징표 등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 영화에서 사이즈가 큰 반지를 줄에 끼워 목걸이로 간직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당시의 사회상 및 풍습, 혹은 개인적인 것과도 관련이 있을 듯 한데, 정보가 부족하다.

 

표트르 1세에게 유물을 보낸 시베리아 총독 가가린은 무덤의 위치를 엄청난 비밀로 여겼다는 점에서도 무덤의 위치를 그린 지도는 그야 말로 ‘보물지도’였을 것이다. 지도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풍습?은 러시아에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필자가 유학했을 당시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처음에는 답사를 다니거나 하면 학자들은 군대에서 입수한 지도라며 쓱 보여주고 엄청난 비밀인 것처럼 했던 기억이 난다..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코메디인데.

 

참고문헌

Руденко С.И. 1962 : Сибирская коллекция Петра I. / САИ Д3-9. М.-Л.: 1962.(루덴코 1962, 표트르 1세 시베리아 콜렉션)

Федоровна K.E. 2006, Золото кочевников. О "Сибирской коллекции" Петра I, НАУКА из первых рук(표드로브나 2006, 유목민의 황금, 표트르 1세의 시베리아 컬렉션에 대해서)

Полосьмак Н.В. Всадники Укока. — Новосибирск: Инфолио-пресс, 2001. 336 с.(폴로스막 2001, 우코크의 말타는 전사들) 이 책은 2016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N.V.폴로스막 2016, 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김재윤의 고고학강좌

posted by 김재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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